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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전교조의 "탄핵무효 시국선언"과 전공노의 "민주노동당 지지"표명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정부는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정치활동금지 조항은 "공무원은 선거에 있어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의 지지나 반대 행위를 하면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집단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관권선거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노동조합에 대한 다소 경직된 시각으로 인해 작금의 정치권리투쟁은 본질적인 기본권에 대한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환영을 못 받고 있다. 탄핵정국과 총선이라는 곤혹스러운 시기와 맞물려 이들의 움직임이 사회혼란을 야기할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정장악력에 대한 불안요소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런 사회심리에 편승해서 유난히도 법절차의 왈가왈부로 사건의 맥락과 본질을 토막낸 채 위법, 합법여부만 따지고 들기 좋아하는 조악한 잣대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불안이라는 것은 사태를 정확히 인식하면 절대 증폭될 수 없다. 즉 공무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본질에 부합된다면 그것에 대한 시민의 적부 판가름을 법운용에 실제적으로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이해집단의 초법적 난동을 묵과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국민이 보장받는 기본권에 대한 형평성의 시각으로 국가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법적 재량과 유권 해석을 공론화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공무원의 집단적 정치적 의사표현이 실제적으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헤아려보는 것이 순리다.

엄격한 법적용만이 선거의 중립을 보장한다는 결벽적인 정부의 태도를 십분 고려한다손 치더라도 공무원이라는 자격 자체가 문제라는 것과 개인의 직무에 대한 윤리의식과 자질에 대한 구별을 혼동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일반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정치적 표현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독 공무원은 똑같은 노동자임에도 대국민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리고 적법절차에 따른 공정과 형평을 생명으로 하기 때문에 이같은 기본권에 차이를 두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선거 불법개입은 명백히 직무와 정치적 편향이 연계될 때야 비로소 실체를 갖는 해악이다. 즉 3·15 부정선거와 같은 관권개입 및 고위공무원들의 공공연한 여당편들기는 독점적 행정력이 남용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국가공무원법이 아니더라도 선거에 대한 불법개입으로 법의 심판을 받는다. 공무원의 경우 정치적 의사제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적 위법사례를 적발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위법은 오히려 음성적으로 정치적 의사가 교류될 때 왜곡되기 쉽다.

공무원도 분명히 선거권을 가지고 있으며 불법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위법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공공의 의미를 잘못 해석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직무에 대한 공정성을 엄정히 관리한다면 그들에게 직무외 시간과 직무외 정치적 의견과 직무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명분이 있을 리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도 시민들이 공무원이라는 직위자체의 감투의 권위에 주눅들고 가상의 권력을 추인해 주는 인식이 짙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밉보이면(정치적 의사가 틀리면) 그들로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불신감이 그들의 정치적 행동에 대한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추후로 의식이 개선되어야 함이 마땅하며, 현재의 불합리에 대한 판단유보로 고착될 만한 사유가 안 된다. 기존 질서와 마찰을 빚는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기본권의 포괄적 보장에 인색한 태도는 수긍되어서는 안될 아집일 뿐이다.

현행법 위반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또 다른 문제다. 검찰의 대응과는 별도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법원의 위법, 합법 판결보다도 중요한 것이 여론의 향방이다. 분명히 현행법이 공무원의 정치 표현과 상충되는 지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향후에 수정 및 삭제를 통해 여론의 역동성을 흡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작용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견해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공론화가 유지될 때 가능하다. 이런 작용에 가장 염려되는 것이 법률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불변의 정의와 무오류성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다. 때때로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제에 대한 과도한 가치의 편중은 법률이 형성되는 과정을 간과하게끔 만든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민의가 곧 시민정의를 결정하며 법은 이 시민정의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것은 탄핵반대 촛불집회가 명확하게 증명해준다. 집시법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여론을 행정력으로 규제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규모의 논리라기보다는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똑같은 맥락으로 공무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권을 해석하면 의외로 문제를 보는 관점은 명료해진다. 아직 우리 사회는 민의가 수렴되는 방식이 절차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많다. 또 입법기관이 그간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법만을 가지고 사태의 진위를 재단하는 것은 때때로 매우 어리석은 일임이 증명되고 있다.

또 총선을 맞아 지금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강력한 정치적 표현의 욕구로 분출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두려워하는 층이 누구인지를 새겨본다면 의외로 여기에 대한 입장은 명확해지리라 생각한다. 자신의 권리가 보장받기를 원하는 만큼 타인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가지고 공무원을 바라보자. 덧붙여 상식 차원 이상의 음해적 상상력은 실체가 있는 경우에만 상대하는 대담함도 공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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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언로가 확보 되느냐가 변화의 가장 밑단추라는 것을 절감하기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여론 바람의 세기를 체감하고자 가입했습니다. 한 몫의 힘의 결집이 어떤 위력인지도 느껴보고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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