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이 점차 중동의 이란, 시리아, 터키 내에 잠재적인 반 쿠르드 주축을 관리해 나가고 있어, 최근 2차 파병을 앞둔 한국군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 파병되면 결국 미국의 근동지역 재편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성격을 갖게 돼 원래의 파병 목적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방부는 미국의 요청으로 이라크 북부 파병을 검토하고 있으나 만약 이 지역으로 파병될 경우 한국 정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라크 인근에 쿠르드 거주 지역을 갖고 있는 터키, 이란, 시리아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다.

미국이 한국군에 이라크의 치안 임무를 맡길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국제분쟁 지역에 투입하여 '쿠르디스탄'(쿠르드족 국가)을 결성시키는 전략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쿠르디스탄, 역내 불확실성 증대

최근 쿠르드 지역을 둘러싼 미국의 전략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을 이라크에서 분리시켜 쿠르드 자치정부 즉 쿠르디스탄을 만들어 쿠르드인들이 살고 있는 주변 지역의 통합 기지로 활용, 인접한 국가들의 이라크 문제에 대한 개입력을 약화시키고 쿠르드 문제에 집중하도록 하는 한편 앞으로 미국의 근동 지역 전초 기지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군이 이 지역에 파병하면 쿠르드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되어 국익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이후 이라크에 개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희박해져 애초 파병안 국회 통과 당시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국익 확보는 그 실현 가능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이라크 북부 지역은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어 군사적인 안정이라는 측면을 제외하고는 국제 정치적으로 유혈사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분석은 지난 3월 8일 확정된 이라크 잠정헌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5명으로 구성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raqi governing council)가 통과시킨 이 잠정헌법은 2004년 6월 30일부터, 헌법제정을 위한 국민투표 일정으로 제시된 2005년 말까지 이라크를 통치하는 원칙들을 규정하고 있다. 이 잠정헌법은 몇 주 전 더 일찍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이라크 시아파들이 마지막 회의까지 항의하며 이 문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내 시아파들이 항의하는 중요한 이유는 이 잠정헌법이 쿠르드족에게 북부 3개 지역(도)의 통제권을 실질적으로 부여하고 있고, 이라크의 나머지 지역이 2005년에 제정될 정식헌법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쿠르드족이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시아파 지도자 아야톨라흐 알리 알 시스타니와 과도정부내의 다른 시아파 위원들을 설득해서 이 문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현재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는 13명의 시아파 위원이 있어 이 잠정헌법의 비준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알리 알 시스타니는 결국 이 새 헌법을 승인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청원을 유엔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런 항의로도 이 잠정헌법은 변경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은 2005년 북부 이라크에 쿠르드 자치 공화국을 형성하기 위해 예상되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쿠르드 지도자들은 2005년 정식 헌법이 채택될 때 쿠르디스탄을 창설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비준을 거부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새로운 통치 원칙 체계는 주권 국가를 형성하는 노정에서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잠정헌법의 비준은 폭정과 폭력에 대한 이라크 국민의 투쟁과 자유와 평화에 대한 요구에 부합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부시는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잠정헌법 채택과정에서 미국은 쿠르디스탄 창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터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 새 문서의 서명에 대해 터키 정부는 즉각 반응을 보여 새 헌법은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대신 혼란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는 자치 지역의 창설은 역내 불안정만을 낳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의 주권 조국 창설 의도는 단순히 북부 이라크 지역에서 멈추지 않고 쿠르드족이 주장해 온 자신의 땅이자 남부 쿠르디스탄이라고 일컫는 터키 영역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쿠르디스탄의 망령이 중동을 떠돌다

터키가 이라크 국경과 직접 맞닿는 곳에 쿠르드 자치 공화국이 공식 창설될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쿠르드족의 위협은 다만 터키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시리아와 이란 등 인접국가에서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쿠르드족 문제는 쿠르드족 약 2500만에서 3천만명이 이라크, 이란, 터키와 시리아 국경 지역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에 크나큰 우려를 야기했다.

게다가 쿠르드 지도자들은 이들 국가와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의 쿠르드인 거주지역에 통일 쿠르디스탄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쿠르드족이 이라크 내에서 자치에 대한 법적인 권리를 확보 받는다면 이에 멈추지 않고 단일 거대 쿠르디스탄의 창설이라는 지난 100년간의 염원을 주장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쿠르디스탄의 망령은 아주 오랫동안 중동을 떠돌았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 동안에는 골격이 있고 피가 흐르는 생명으로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한때 터키, 이란, 시리아는 하나 또는 기타 지역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들을 끌어 들여 위협을 견제해 왔지만 이제 이들 국가는 반 쿠르디스탄이라는 깃발 아래 더 가까워져 있다. 올해 초 레셉 타이입 터키 수상은 미국 방문당시, 이라크의 연방주의는 터키, 시리아, 이란에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는 전대미문의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쿠르드 문제는 이미 인근 다른 나라들의 현안이 되었다. 이라크에 인접한 터키, 이란, 시리아 사이의 외교 활동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지난 몇 년 동안 군사적인 분쟁이 있었던 터키를 지난 1월 방문하여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이 방문에서 알 아사드는 힐미 오즈코크 터키 합참의장에게 쿠르드노동자당(Kurdish Worker's Party)에 대항해 싸우기 시작할 것을 약속했다.

한 달 뒤, 네크데트 세제르 터키 대통령은 이란을 방문해 이란내의 쿠르드 문제를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이라크 내의 쿠르드 창설을 막는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다시 말해 터키, 이란, 시리아는 수백년 동안의 적대행위를 잊고 쿠르디스탄 창설에 대항해서 단결하기로 한 것이다.

"쿠르디스탄 창설을 막아라"

두 반대 입장이 피바다에서 충돌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라크에서 잠정협정이 비준된 뒤 불과 4일 만인 3월 12일 시리아의 북부 도시 가미슬리에서는 쿠르드인에 대한 학살이 일어났다. 축구 경기 도중에 무장한 아랍인들이 쿠르드인들을 공격해 첫날에만 50명의 쿠르드인이 사망했으며 수백 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가미슬리 학살은 곧 시리아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100명 이상의 쿠르드인이 사망하고 부상자와 연행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열린 쿠르디스탄 민중회의(Kurdistan People's Assembly; 쿠르드노동자당의 후신) 전당대회에서 가이다르 알리 대표는 쿠르드 학살이 의외로 빨리 계획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과 군대가 이 학살에 참여하는 자들의 활동을 제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쿠르드인을 공격하고 대규모로 연행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런 정보는 휴먼라이츠워치(HRW; Human Rights Watch)와 같은 국제인권단체들에 의해서도 확인되었다. HRW는 불법 연행된 쿠르드인 수백 명을 석방하고 경찰과 군에 쿠르드인에 대한 공격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시리아인들은 쿠르드인을 단순히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지역으로 축출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한편 터키는 시리아 국경에 군대를 파견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터키와 시리아는 쿠르드 영역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공동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결코 쿠르드인에게 이라크 북부 국경 지역(주)으로 결속될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요약하면 앞으로 이란도 오래지 않아 쿠르디스탄이 형성되기 전에 쿠르디스탄 창설에 반대하는 공동 전투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형성된 이란, 터키, 시리아의 반쿠르드 주축이 통일 쿠르디스탄의 형성과정에서 자국의 영토를 구해낼 수 있는지의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그것은 미국, 터키, 이란, 시리아가 쿠르드 문제 즉 적어도 역내에 통제되는 민족집단 문제로 아주 바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쿠르드족의 군사적, 정치적 힘은 주로 쿠르드민주당(Kurdish Democratic Party)과 쿠르디스탄애국동맹(Patriotic Union of Kurdistan)과 쿠르드노동자당으로 조직된다. 이들 세력들은 주기적으로 그 명칭을 변경하고 있으며 현재는 쿠르디스탄 민중회의(Kurdistan People's Assembly)로 통칭되고 있다.

이들 3개 정파는 지난 20년 동안 다른 깃발 아래에서 결속됐으며 이라크, 터키, 시리아 또는 이란의 영향력 아래서 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쿠르드족은 통일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깃발 아래 함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쿠르드노동자당에 대한 터키의 보복에 군사적으로 준비해 왔다는 보고들이 있었다. 이에 더해 미국은 현재 적극적으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라크를 기반으로 한 쿠르드 구성체를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이라크의 잠정헌법은 미국이 현재 터키, 이란, 시리아, 아제르바이잔 및 아르메니아에 걸쳐 산재되어 있는 쿠르드를 미국의 이익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역내 국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중요한 세력으로 부상시키기 위한 도박이 되고 있다.

이라크 북부 주둔은 쿠르드 정부 창설에 동의하는 것

이렇게 볼 때 한국군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 거주 지역에 진주하는 것은 결국 국경수비대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져 터키, 이란, 시리아 등과의 군사적인 교전상황도 예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파병의 명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 북부 지역의 파병은 국익도 실익도 전혀 없이 국제적인 분쟁에 휘말리는 상황으로 전화될 가능성이 많다.

만약 국방부가 이라크 북부지역에 한국군 파병을 결정한다면 이것은 쿠르디스탄 창설에 동의하는 것이 되어 새로운 국제분쟁 및 외교 문제를 알리는 서막이 될 수 있으므로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