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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고양이가 부엌 창가에 새끼를 낳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엌 식당의 창과 격자 사이의 한 20cm 폭의 공간에서 고양이들의 새생명이 탄생한 것입니다. 출생 장소로는 약간 희한한 곳입니다.

우리집 고양이에 얽힌 이야기는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페인에 온 다음 아파트를 구할까 주택을 구할까 망설이다가 언제 또 주택에 살아볼 기회가 오랴 하는 생각에 주택을 임차했습니다. 단독 주택은 아니고 한 채를 두집이 나눠 쓰는 집이었습니다.

조경이 잘된 단지와 일본인이 설계했다는 자그마한 뒷정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록색을 근간으로 한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오밀조밀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전형적인 일본식 정원이었습니다.

한가운데 길쭉한 연못이 정원을 가르고 그 위에는 다리가 놓여져 있습니다. 한쪽에는 큰 새장이 있고 뒤편에 대나무 군락이 자그마한 동산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 한편에는 올리브 나무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조그만 잔디밭에 함께 서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시시콜콜하게 정원 구조를 설명하는 것은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 친구들(?)과 우리 가족이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입니다.

저희 가족이 입주했을 때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정원 상태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우선 방치되어 있던 새장의 잡풀들을 뽑아내고 청소한 후, 아내의 허가를 힘들게 받아 잉꼬새 2마리를 사다 놓았습니다. 새를 사오던 그날 얼마나 좋았는지 혼자 차를 몰고 오면서 세상의 둘도 없는 음치인 제가 흥을 못이겨 노래를 흥얼거리며 왔다는 거 아닙니까.

지금은 그 새들이 불어나 한 십여마리가 되었습니다. 그 중 반 이상이 우리집 새장에서 태어나 그곳이 우주인줄 알고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새들을 맞이하고 난 다음 얼마 후에는 연못에도 작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간 갖은 노력을 다해도 오래 전에 설치된 듯한 연못의 펌프 모터를 작동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전문가를 불러 견적을 냈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 결국 포기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도 연못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정원에 물을 주기 위해 지하에 설치된 정원 상수도 수도꼭지를 틀어놓았더니 그 물이 새어나와 연못에 물이 차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또 신기한 것이 연못 어느 곳에 구멍이 있었는지 한쪽으로 물이 아주 조금씩 빠져나가는 게 아닙니까. 이렇게 해서 우리 정원은 모터 펌프의 작동 없이도 살아 있는 물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집에 물고기들이 입주하게 된 사연입니다.

모이를 줄 때마다 몰려드는 물고기들을 보면 저에게 딸린 부양 가족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작년 말에는 물고기가 새끼를 낳았는데 얼마나 경이로왔는지 모릅니다. 새 생명체가 깃들 정도로 연못이 자리를 잡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양이가 우리 식구하고 같이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아주 우연이었습니다.

작년 초 어느날 새장에 모이를 주러 들어갔더니 뒷편 대나무 군락 사이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습니다. 야생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것입니다. 새끼 4마리가 꼼지락 거리는 것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원래 우리집은 개를 좋아해 기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고양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눈앞에서 고양이 새끼들을 보니 너무 이쁘더군요.

그 후로 먹을 걸 챙겨 슬그머니 고양이들 근처에 갖다 주곤 했습니다. 이게 소문이 났는지 그 후에는 저쪽편 덤불 속에 고양이 한 가족이 탄생하더니 앞마당에도 한 가족이 입주하였습니다. 그러더니 자그마치 작년에 우리집에서 태어난 고양이 새끼만 11마리였습니다

들고양이들이지만 어떤 놈들은 우리 식구들을 아주 잘 따릅니다. 배가 고프면 부엌 창문에 발을 올리고 밥을 달라고 칭얼거리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우리집에 입주해 있는 고양이 중 한마리인 호랑이무늬의 에미 고양이가 자기하고 똑같은 무늬의 새끼 2마리를 낳았습니다. 아내와 잠시 등산을 갔다 돌아와 보니 새끼 2마리를 더 낳았는데 모두 색깔과 무늬가 똑 같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구별해야 좋을지 고민입니다.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고 새생명이 탄생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오늘 또 자연의 섭리앞에 오롯이 서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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