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늘푸른고교는 도로와 연접한 곳에 위치해 있어 방음벽 시공이 불가피함에도 아직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늘푸른고교는 도로와 연접한 곳에 위치해 있어 방음벽 시공이 불가피함에도 아직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이종구
분당~수서고속화도로와 연접해 있는 늘푸른고는 개교한 지 한 달 여가 지났지만, 방음벽 설치 비용에 따른 분담액을 놓고 경기도 교육청과 성남시가 갈등을 빚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5시 늘푸른고 교정. 하교 중인 김모(17) 학생은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면 차량이 지나가는 소음으로 인해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유모(17. 여) 학생 역시 “교실 청소를 할 때면 회색먼지들이 뿌옇게 쌓여 있어 놀랄 때가 많다”며 “도로에서 발생하는 먼지들이 교실로 들어오는 것 같아 웬지 찝찝하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에 개교한 늘푸른고는 현재 12학급에서 총 420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다행히도 신생학교라 1학년만 입학한 상태로, 비교적 교실 수가 넉넉해 도로에 인접한 교실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방음벽이 생기기 전까지 임시방편일 뿐, 도로 소음으로 인한 피해는 여전하다.

임시로 설치된 울타리는 그물 형식이라 도로에서 발생되는 먼지가 학교로 고스란히 스며들고 있다. 사진은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공을 차는 모습.
임시로 설치된 울타리는 그물 형식이라 도로에서 발생되는 먼지가 학교로 고스란히 스며들고 있다. 사진은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공을 차는 모습. ⓒ 이종구
학교운동장에서 보면 도로가 바로 코 앞에 있어 차량 지나가는 소리가 여과없이 들린다. 특히 이 도로는 최고 시속이 90km까지 허용되는 왕복 6차선 고속화도로로, 대형 차량의 운행도 잦아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라도 할 때면 위협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또 임시로 설치한 울타리는 그물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도로에서 발생되는 분진과 먼지들이 그대로 학교로 스며들고 있다. 이모(38) 교사는 “운동장에 있으면 차량들이 지나가는 소리는 물론, 먼지 유입도 상당히 심한 게 사실이다”라며 “지금은 그나마 창문을 닫고 수업 중이라 견딜만 하지만, 조금 있으면 날씨가 더워져 문을 열고 수업을 해야 하는데 큰 걱정”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기도 교육청과 성남시는 남의 탓 하기에만 급급하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환경정책기본법(오염 원인자 비용부담 책임)에 따라 학교 방음벽 시공은 도로관리청인 성남시가 부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라며 “이에 어쩔 수 없이 도 교육청 자체적으로 공사비 예산을 따내야 할 형편”이라고 공사 지연에 대한 책임을 성남시에 떠넘겼다.

이에 성남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교육청의 주장은 맞지 않는 얘기”라며 “환경기본법을 보더라도 후속 사업은 사업 주체자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유권 해석도 있는 만큼 방음벽 공사비는 당연히 도 교육청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과 성남시의 이 같은 책임 회피로 인해 한동안 늘푸른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소음과 분진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