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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윤정, 천시내씨
왼쪽부터 이윤정, 천시내씨 ⓒ 권윤영

"저희들이 하는 일을 절대 미화시키지 말아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사진, 운동 등을 취미로 하듯 저희도 그런 것뿐이니까요. 봉사는 99%의 마음과 1%의 행동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다부진 목소리로 의사표현을 하는 이윤정(30), 천시내(27)씨를 만난 건 어스름이 깔리던 저녁이었다. 이들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이면 충남 논산의 벌곡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연광원을 찾는다. 이들은 연광원에서도 성인중증 정신지체장애우 40여명이 모여 있는 동심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02년 11월부터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일이다.

2년 전, 남을 돕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시내씨는 혼자서 방법을 찾아 나섰다. 먼저 자원봉사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이야기는 "2주를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관공서 복지관련 부서를 찾아가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자원봉사 시스템이 잘 돼있는 외국과는 달리 혼자서는 봉사활동을 하기 어려운 게 우리나라 현실이지요. 관공서 홈페이지에 가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는데 답변이 달리는 것은 없어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결국 포기하게 되죠. 그래서 동호회나 단체를 통해 하는 것이 좋은 방법 같아요.”

혼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자 시내씨는 가까운 친구들을 찾았다. 그리고 윤정씨 외 5명의 친구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었다. 대전시 서구청의 여직원 봉사회와 처음 찾았던 연광원에서 목욕봉사, 청소 등을 하고 있다. 장애우들에게 목욕시키고 올라갔을 때 서구청 직원들이 그들과 편하게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편한 사람과 봉사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

두 달, 세 달이 지나도 자신들을 기억하지 못하던 사람들도 1년이 지나자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방문하면 다가와서 손잡고 만지고 쳐다보고 좋아라하는 원생들. 그들이 정에 굶주린 까닭도 있겠지만 그녀들 역시 그곳에서 사랑을 배우고 있다.

"사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과 받는 것이 그렇게 좋은 일인지 몰랐어요. 수화에서도 사랑한다는 표현이 주먹에다 손바닥을 펴서 쓸어주는 거잖아요. 그것도 바로 머리 쓰다듬어주는 것을 표현한 거래요. 그게 왜 사랑인지 이제야 알았어요. 머리를 쓰다듬으려면 가까운 거리에서 쳐다보며 해줘야 하잖아요."

의욕을 앞세워 시작한 일이지만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곳에 가서 하는 일은 어려운 게 아니지만 다른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4살 수준의 원생들과 놀이를 한다거나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고, 하는 일은 매번 똑같기 때문에 회원들이 한계를 느끼기 때문. 그녀들은 다른 회원들도 자신들처럼 순간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오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자신들의 목적은 친목위주가 아니라 봉사인데 새로운 누군가가 와서는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날때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언젠가 한번 찾아 왔다가 1년 후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다시 찾은 고 3 학생들을 봤을 때의 감동을 수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자원 봉사하는 사람이 크고 유명한 시설만 많이 찾는 경향이 있어요. 저희가 방문하는 연광원은 유명한 곳이 아니라 봉사자가 적은 편인데 큰 곳만 가지말고 적은 곳도 많이 갔으면 좋겠어요. 최근 할인마트 등에서 하는 영수증 적립이벤트 등을 연광원을 많이 선택해줬으면 좋겠어요."

자신들이 봉사를 시작한 시점과 연광원이 인가받아 운영되던 시점이 같기에 연광원에 대한 이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한 후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봉사활동을 다니고 싶은 마음 가득한 이들은 이후에는 차량이동봉사를 실시 할 계획.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장애우들을 길에서 볼 수 없는데 왜 없나 생각은 안 하게 되잖아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들이 없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못 나오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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