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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수확중이던 하우스가 폭설로 처참하게 무너진 모습
토마토 수확중이던 하우스가 폭설로 처참하게 무너진 모습 ⓒ 김명숙
이번 폭설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충남 청양군 청남면 중산리, 인양리 비닐하우스 단지. 폭설피해 이후 열흘이 지난 15일.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피해복구작업이 한창인데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사람들은 119구조대원들이다.

휘어져 쓰러진 연동하우스 철제파이프 철거에는 손도 못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전문 구조장비인 동력절단기와 유압 스프레다를 이용해 위험을 무릅쓰고 척척 잘라내고 있다.

동력 절단기와 유압스프레다는 교통사고현장이나 화재시 인명구조를 위해 사용하는 전문 절단장비다. 이 장비로 사람손으로 하면 몇 달이 걸려야 철거할 수 있는 하우스 철재 철거작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말그대로 복구현장의 무적함대다. 기계 돌아가는 굉음 소리가 좌절했던 농민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고 있다.

119구조대원들이 무너진 하우스를 철거하는 모습.
119구조대원들이 무너진 하우스를 철거하는 모습. ⓒ 김명숙
인양리 중산리 일대에서 지난 11일부터 경기소방본부, 전남소방본부, 경남소방본부 소속 각 소방서 전문구조대원들이 투입돼 하우스 철재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매일 30명 이상씩 각 현장에서 철거작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11일부터 계속 휴양림에서 숙박을 하면서 철거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폭설로 하우스가 주저 앉아 농작물을 피해 본 것도 속상합니다. 그래도 다시 농사질려면 하우스를 새로 지어야 하는데 연동하우스 철재 철거할 일이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구조대원들이 오셔셔 위험을 무릅쓰고 해 주시니 다시 일어설 힘이 생깁니다.'

지난 폭설로 토마토를 수확중이던 7연동 하우스(1400평)가 모두 완파당한 전영석(43. 청남면 인양리)씨가 망연자실 했다가 지난 15일 경남소방본부 소속 13명의 119 구조대원들과 청양읍 4대대 군장병, 청양군남녀의용소방대원 등이 하우스 철거에 나서주자 모처럼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연동하우스 시설로 토마토 농사를 짓다 이번 피해를 본 농가는 보통 한집당 1억여원의 피해를 봤지만 마냥 주저 앉을 수만은 없어 무너진 시설을 철거하고 다시 하우스를 세우려고 하고 있다. 빨리 농작물을 심고 싶어하지만 철거가 만만치 않은 상태다.

연동하우스는 철재시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일일히 손으로 철거해야 하고 웬만한 기계로는 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여름농사까지도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그러나 발빠르게 움직인 119구조대원들의 활약으로 5월 정도면 하우스 시설을 다시 세울 수도 있게 됐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경남소방본부 119 구조대원들은 창원, 마산, 동마산, 진주, 진해, 통영, 사천, 김해, 밀양, 거제, 양산, 거창소방서에서 온 전문구조대원들. 노련한 기술로 쉴새 없이 동력절단기 3대와 유압스프레다 3대를 이용해 하우스철재를 절단해 나갔다. 불꽃이 튀고 갑자기 철재가 무너져 내려 사고 위험이 높지만 무거운 기계를 쉴 새 없이 돌려 고난도의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현장, 강원도 고성산불, 대구지하철 참사 현장 등 우리나라 큰 재해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많이 해 봤지만 이곳이 가장 어렵습니다. 군인들과 봉사원들이 우리가 절단해 놓은 철재를 치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니 저분들 계실 때 하나라도 더 철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쉴 수가 없습니다”

경남 거창소방서에서 온 신재범(40) 구조대원은 기계가 과부하 걸릴 정도로 쉴 새 없이 철재를 절단해야 하는 일이 무척 힘들지만 피해를 본 농민을 생각하면 어려움도 잊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을 인솔하고 있는 경남소방본부 방호구조과 손용목(50) 소방경은 "많은 재해현장을 다니면서 구조활동을 펼쳤지만 이런 폭설 현장은 처음입니다. 하우스 철재를 철거하는 일이 우리 전문장비와 인력이 꼭 필요한 현장이라서 대원들이 힘들지만 모두들 마음이 안타까워 지친줄 모르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래 16일 철수할 계획이었는데 철거작업이 생각보다 어려워 추가인력 지원요청을 했습니다. 우리 119구조대원들과 전문장비는 어느 재난현장이고 국민 곁에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 곳의 철거작업이 끝나면 숨 돌릴틈도 없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날이 어둡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해야 복구가 빨리 된다는 생각에서다.

폭설피해복구작업을 하는 경남소방본부 각 지역소방서 구조대원들
폭설피해복구작업을 하는 경남소방본부 각 지역소방서 구조대원들 ⓒ 김명숙
경남소방본부는 인양리와 중산리에서 전남과 경기소방본부는 중산리에서 지난 11일부터 교대로 철거작업을 하고 있는데 일이 워낙 위험하고 힘들어 10여명의 대원들이 하루 3연동 하우스(200평짜리 3동) 철거하기도 바쁘다.

119구조대원들의 활약에 시름에 잠겨 있던 농민들은 “하우스 철거에만 몇 달이 걸릴 판이었는데 이렇게 며칠씩 쉴새 없이 가장 어려운 일을 해주고 있어 우리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재기의 힘을 다지고 “재난이 없어야 하지만 앞으로 다른 지역에 이런 일이 생기면 달려가서 도와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중산리와 인양리 주민들은 너무 고마운 나머지 이들에게 돼지를 잡아 대접하기도 했다. 각 지역 소방본부 119 구조대원들은 군내 연동하우스 철거작업이 끝날 때까지 일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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