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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후보
심상정 후보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5일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선거에서 1순위로 뽑힌 심상정 후보가 지난 20일 최근의 '탄핵정국'과 관련해 민노당의 활동방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심 후보는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무효와 민주수호를 위한 100만인대회'에 앞서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올린 <당의 입장이 가장 올바르고 정확하다>는 글에서"현 탄핵정국의 본질은 '4. 15 총선을 둘러싼 수구, 보수세력들 사이의 주도권 다툼'"이라고 규정했다.

심 후보는 "그러나 현재의 탄핵안은 개혁의 실종, 반민중적 정책, 그리고 부정부패 등 노 정권에 대한 심판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닌 선거법과 관련된 정쟁의 내용이기 때문에 탄핵은 철회돼야 하고, 17대에 민노당이 원내에 진출하면 탄핵을 취소시켜야 한다는 민노당의 주장은 올바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계속해서 "민노당은 단순히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수준을 넘어 '보수정치권 심판'이라는 α를 주장하고 나가야 한다"며 "이렇게 해서 탄핵저지 수준의 연대에 머물러 있는 개혁·진보 세력을 다시금 수구·보수 대 진보의 대결 전선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이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민노당원들은 광화문 집회에 갈 것이냐, 말 것이냐'는 논쟁에 대해서는 '논쟁의 구도를 잘못 잡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보정치실현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노동자, 농민, 빈민운동 등 자기 대오부터 다지는 것"이라며 "민주노동당과 함께 하는 그 조직들을 최대한 가동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국민 선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이 양비론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우리가 가장 정확하게 민중들의 뜻과 부합하는 올바른 입장을 갖고 있다"며 "민주노동당이야말로 이 탄핵국면에 맞서 전국 각지에서 가장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탄핵국면은 말 그대로 한 국면일 뿐이고, 민중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계속된다"며 " 탄핵정국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고리인 이라크 전쟁 반대·파병 철회 투쟁에 적극 참여하자"는 말로 끝을 맺었다.

다음은 심 후보의 글 전문.

1. 무엇이 혼란스러운가

탄핵안 국회 가결 이후 진보진영 내에서는‘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치열합니다. 그것은 우리 당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탄핵정국에 대한 성격 규정도 저마다 다르고 전술 방침에 대한 의견도 다양합니다. 게다가 논쟁 과정에서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제기가 한 데 얽혀서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면도 있습니다.

사실 크게 보면 민주노동당의 공식 입장, 그리고 이와 다른 두 가지 정도의 견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입장과 구별되는 입장 하나는 지금 대립의 핵심이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에 있으므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을 탄핵하는 게 오히려 맞다는 주장입니다. 또 다른 입장은 탄핵정국의 본질을 친미수구세력의 의회 쿠데타로 보고 이에 따라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민주수호 범국민 항쟁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반해 우리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탄핵정국을 민중의 삶은 아랑곳 않는 보수정치권 전체의 정쟁과 총선 전략의 산물로 보고, 그것을 한 시라도 빨리 끝낼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과 보수정치권을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 탄핵정국의 본질

탄핵정국의 본질은 한 마디로 4. 15 총선을 둘러싼 수구, 보수세력들 사이의 주도권 다툼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편으로 이미 국민들로부터 역사적 사망 선고를 받은 부패원조 수구세력들(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이 자신의 명줄을 연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던진 무리수와, 다른 한편 개혁의 실종, 반민중적 정책, 그리고 부정부패로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해온 노무현 정권이 이러한 부패원조 수구세력들의 무리수를 역이용해 자신의 지지를 회복하고자 한 기획이 서로 맞물린 게 지금의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결국 탄핵정국의 공모자는 한·민·자뿐만이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도 공범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결국 노동자 농민 서민, 4천만 민중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대립 구도는 결코 민주 대 반민주, 친노 대 반노가 아닙니다.
수구·보수정치권 대 노동자 농민 서민의 대립 구도로 보아야 합니다.

3. 전술방침의 핵심 - ‘탄핵 저지’를 넘어서는 게 관건입니다

그럼 어떠한 전술방침으로 싸워나가야 할까요?

앞에서도 소개했지만 지금 노무현 정권은 오히려 탄핵되어야 맞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선동적 차원에서는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사태를 엄밀하게 본 것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한·민·자가 발의하고 가결한 탄핵안에는 구체적인 탄핵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탄핵 사유(반민중적 신자유주의 정책, 재벌로부터 받은 대선 비자금 등)와는 전혀 상관없는 선거법 관련한 정쟁의 내용입니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은 민중의 힘으로 민중의 대의로 심판 받아야지 한·민·자의 탄핵안에 따라 탄핵되어야 할 것은 아닙니다. 민주노동당의 ‘탄핵취소’ 입장은 올바르게 정리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들어갔을 때 만약 현재의 탄핵안에 대한 취소가 발의된다면 이것에는 찬성 투표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것은 곁가지 문제이고, 우리의 전술방침의 핵심은 ‘탄핵 저지’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저는 강조합니다. 그리고 지금 탄핵저지 수준의 연대에 머물러 있는 개혁·진보 세력을 다시금 수구·보수 대 진보의 대결 전선으로 재편, 확대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한 결정적 계기로서 민주노동당이 총선 승리를 쟁취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위의 두 입장 중 또 다른 견해와 충돌하는 지점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탄핵 무효’를 외치면서 ‘친미수구세력의 쿠데타’에 대항하는 것인데, 민주노동당의 현재 입장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범 개혁, 진보세력의 굳건한 연대를 교란하고 균열시키는 것 아니냐 하는 입장 말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가진 동지들이 사태를 너무 ‘심오하게’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볼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과연 지금 이 땅에서 수구세력이 쿠데타를 성공시킬 힘을 갖고 있다고 보십니까?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의 상승세가 분명한 총선 구도의 엎어 치기를 목적으로, 정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탄핵에 임했을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역사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습니다. 무슨 힘으로 더 이상의 무엇을 시도할 수 있겠습니까?

수구정당들을 지지하는 국민의 힘? 이미 국민의 70% 이상이 이들의 탄핵극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너희들은 이제 사라져버려라’는 민의가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군부 쿠데타? 국내외 독점자본의 지원? 미국의 개입? 탄핵정국에도 주가 폭락은 없었습니다. 계속 진행되던 소비자 경제의 불황 외에는 별다른 경제위기의 조짐도 없습니다. 국내외 독점자본들은 태평하기만 합니다. 아니 그들이 왜, 수구세력 못지 않게, 거기다가 ‘개혁정권’이라는 이미지 효과까지 보태가며 신자유주의 정책의 앞잡이로서 손색이 없는 노무현 정부를 두고 이미 부패원조로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수구세력을 선택한단 말입니까? 자본이 그토록 어리석지는 않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미국의 네오콘 세력의 음모라는 주장도 그렇습니다. 이미 세계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고분고분 이라크 전쟁에 찬성해주고 파병까지 해주고 그렇게 형님 아우 사이가 된 지 오랜데, 무엇 때문에 새삼스럽게 흔들 필요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부시 정권은 대통령 선거 때문에 똥오줌 못 가리는 상황인데요.

정말 상황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봅시다. 주관적 도식에 억지로 끼워 맞추지는 맙시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은 수구세력을 몰아내는 게 먼저고 노무현 정권에 대한 공격은 그 다음 문제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탄핵 저지에 가장 앞장서는 게 진보정치 실현의 길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운동진영에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진 ‘비판적지지’ 입장을 만나게 됩니다.이 견해는 전적으로 그릇된 생각입니다. 시민사회단체와 폭넓게 연대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서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그게 아닙니다. 진보정치 실현을 목표로 지금 연대를 하려면 단순히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 수준에 따라가는 데 머물러선 안 됩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의 요구에 더해 우리의 α를 더해야 합니다. 아니 거꾸로 그 α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설득하기 위해 폭넓은 연대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α란 결국 제가 누누이 강조한 바, “보수정치권 심판”, “노무현 정권 심판”이겠지요. 우리는 연대를 하더라도 이러한 방침을 분명히 하고 이것을 설득하고 강화하기 위해 연대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연대만을 강조하고 우리의 내용은 뒤의 과제로 미뤄둔다면 이는 유감스럽게도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보정치를 실현하는 게 아니고 노동자 농민 세력·진보 세력의 약화만을 초래할 것입니다.

아울러 탄핵찬성과 연동되어 제기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 전선 강화'의 입장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이겠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전선을 강화한다는 것은 우리의 기본 전략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지점은 이런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이 탄핵국면에 어떤 전술방침을 가질 것이냐를 논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면의 구체성을 사상해 버릴 경우 우리는 전략주의의 위험이 있다고들 합니다.

4. 문제는 논리가 아니라 구체적 실천에 있다

광화문 집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거기에 결합할 것인가 말 것인가도 당 안에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논쟁 구도를 잘못 잡은 것입니다. 탄핵국면의 실천방향을 ‘광화문’에 대한 태도가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자체가 협소한 생각입니다. 민주노동당의 주체역량과 가용할 수 있는 조직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장 효율적인 실천내용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탄핵국면에서 진보정치실현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노동자, 농민, 빈민운동 등 자기 대오부터 다지는 것입니다. 지난 대선 때처럼 보수정치권의 현란한 몸짓에 헷갈리지 않고 언론의 부추김에 동요하지 않으면서 견결하게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고 민주노동당으로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탄핵국면의 본질과 보수정권 심판? 민중 생존권? 반전평화? 노동자 농민 서민 정치 실현의 과제들에 대해 교육, 선전을 강화해야지요.

그리고 민주노동당과 함께 하는 그 조직들을 최대한 가동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국민 선전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70만이 가족·친지 2명씩만 더 조직해도 일단 10%의 지지율을 거둘 수 있다는 그 오래된 계산법-그러나 한 번도 아직 실현되지 못했던-이 이번은 정말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도 우선이지요.

광화문 집회에 대한 문제도 이런 견지에서 봐야 합니다. 10만의 광화문대중을 외면해서 되겠느냐, 그 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끌어와야 하지 않겠느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은 그 판을 활용할 수 있는 우리의 주체역량과 준비정도에 의해 판단되어져야 하겠지요.

만약 이 판에서 우리가 마이크를 주도할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주장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다면, 가야지요. 우리의 주체적 역량이 그 정도를 관철시킬 수 있다면 안 갈 이유가 없지요. 그런데 마이크를 잡을 조건이 못되거나 잡더라도 ‘탄핵취소’ 수준의 이야기로 그친다면 개입의 정치적 의미는 열린우리당, 노무현 지지로 객관화되는 것이지요. 이는 광화문 대중이 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라거나 광화문 대중의 투쟁의지를 폄하하는 문제인식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놓고 막연하게 일반론적인 찬반논쟁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이 논쟁과 관련하여 판을 주도할 구체적인 조건과 실천계획을 따져보는 의견은 별로 접하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관적 논리가 아니라 항상 구체적 실천의 문제입니다.

5. 지금 민주노동당이 가장 적극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주장이 양비론 아니냐고 힐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회주의라고 몰아세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민중들은 ‘탄핵 무효’를 들고 싸우는데 민주노동당은 뭘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자신있게 답하겠습니다. 지금 민주노동당만이 가장 정확하게 민중들의 뜻과 부합하는 올바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민주노동당이야말로 이 탄핵국면에 맞서 전국 각지에서 가장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집단이라고요. 물론 대중조직을 힘있게 묶어 세우고 실천을 집중해내는 일 등 내부의 부족함은 보완해야겠지만요.

동지들, 힘냅시다. 우리의 입장으로 더욱 완강하게 전진합시다. 탄핵국면은 말 그대로 한 국면일 뿐이고, 민중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이 탄핵정국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투쟁, 반전시킬 수 있는 고리로서 오늘(3. 20) 이라크 전쟁 반대·파병 철회 투쟁에 적극 참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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