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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셋 하경호 옹이 '탄핵반대'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여든 셋 하경호 옹이 '탄핵반대'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내사 마 살만큼 살았다 아이가. 썩은 것은 없어져야제. 내가 죽는다고 해도 무얼 원망할 게 있나"

매일 밤 '탄핵 반대'를 외치는 군중들의 촛불문화제가 벌어지는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80대의 할아버지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구 비산동에 살고 있다고 밝힌 하경호(82)옹은 19일 오전 대구시내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 홀연히 나타나 '탄핵 반대'가 적힌 피켓을 치켜 들었다.

하옹은 5년 전 갑자기 찾아온 중풍(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 그래서일까? 피켓을 쥔 손과 다리가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아직도 매서운 바람이 남아있는 날씨에 장갑도 끼지 않은 두 손이 '애처롭게' 보인다.

그의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날씨도 많이 추운데 어떻게 나오셨어요?
"내가 중풍기가 있어 귀도 잘 안 들리고, 말도 잘 못해서…."

하지만 하옹은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하경호 옹은 탄핵안이 통과되던 지난 12일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내가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울화통이 치밀어요. 세상이 썩을대로 썩은 거야. (야당)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수가 많으니 국민들은 무시하고 국민들을 강압하는 거 아니요."

하옹은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바른 목소리를 내는데 어른인 나도 참가해야 할 것 같아 나왔다"고 말했다.

하옹은 손수 피켓을 만들고 '탄핵 반대'는 네 글자를 새겼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서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인 이곳을 찾았다는 것.

경남이 고향인 하옹은 대구에서 20년째 살고 있다고 한다. 젊었을 때는 장사도 하고 가내 수공업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했다는 하옹은 요즘은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가면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고.

하옹은 또 "대구사람들은 무조건 보수적인 한나라당이라면 뽑아주는데, 이젠 그래선 안된다"며 "대구사람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녁 촛불행사 때까지 버텨 보겠다'는 하옹은 손자 뻘 되는 학생들의 '탄핵 반대' 집회를 지키며,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고 있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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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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