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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참가단은 남쪽 대학생들의 공연에 단일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북쪽 참가단은 남쪽 대학생들의 공연에 단일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 석희열
중앙대 국악대 학생들의 사물놀이로 시작된 남쪽 대학생들의 문화공연에 북쪽 대학생들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특히 새내기들의 율동공연이 이어지자 흥에 겨운 듯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우리가 통일합시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우리가 통일합시다/ 그래요 그래 세상 그 누구도 우리들 만큼 우리의 통일 바랄 순 없죠/ 이제 더 이상 다른 나라 눈치 보지 말아요/ 우리가 이룰 통일인 걸요"

민중노래패 우리나라가 나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를 열창하자 남과 북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한반도 단일기를 흔들며 감격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남쪽 대학생들이 북쪽 예술선전대의 공연에 흥겨워하고 있다
남쪽 대학생들이 북쪽 예술선전대의 공연에 흥겨워하고 있다 ⓒ 석희열
민요 4중창으로 문을 연 북쪽 청년중앙예술선전대의 공연이 잇따라 펼쳐지자 남쪽 대학생들은 커다란 함성으로 화답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예술선전대의 '물동이 춤'이 아름다운 가락에 맞춰 깨질 듯 펼쳐지기를 되풀이하자 순간 객석은 넋을 잃은 듯 숨죽여 지켜봤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북쪽 최고의 대중가요 '우리는 하나' 선율에 맞춰 율동이 함께 어우러진 마지막 무대는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예술선전대 배우들의 열정적인 무대에 문화회관을 가득 메운 800여명의 남북 대학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열광했다.

예술공연 마지막 무대에서 북의 대중가요 '우리는 하나'가 흘러나오자 객석의 800여 남북 대학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감동의 물결을 이루었다
예술공연 마지막 무대에서 북의 대중가요 '우리는 하나'가 흘러나오자 객석의 800여 남북 대학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감동의 물결을 이루었다 ⓒ 석희열
이어 김정숙 휴양소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공동오찬에서 남북 대학생들은 손을 만져보고 얼굴을 만져보기도 하며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잘 차려진 음식을 맛보랴 처음으로 만나는 친구에 대한 궁금증으로 얘기꽃을 피우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후식으로는 홍합으로 만든 섭죽과 인삼차가 나왔다.

정두리(배화여대 관광중국어통역과 새내기)씨는 "북쪽 친구들은 따뜻하고 상냥했으며, 우리보다 더 간절히 통일을 바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분단된 나라에서 남북으로 갈라져 산다는 것이 이렇게도 슬픈 일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처절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금강산 김정숙 휴양소에서 진행된 남북 공동오찬에서 남북 대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궁금증으로 얘기꽃을 피웠다
금강산 김정숙 휴양소에서 진행된 남북 공동오찬에서 남북 대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궁금증으로 얘기꽃을 피웠다 ⓒ 석희열
한양대 자연과학부 새내기 이재린씨도 "이북 친구들을 만나서 너무도 기쁘다. 이번 통일새터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면서 "서울로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금강산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하고 싶다"고 감격해 했다.

김일성종합대학에 다니는 최용림(19·법률대학 3)씨와 김주화(20·법률대학 4)씨는 "남쪽에서 온 동무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면서 "언어와 얼굴색이 같은 단군민족의 핏줄은 역시 속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남쪽 친구들을 만난 소감을 밝혔다.

최은희(24·김일성종합대학 수학역학부 6)씨는 "남쪽 청년학생들을 만나 얘기를 하다 보니 어서 통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면서 "이번 만남을 계기로 같은 민족이고 하나의 민족인 우리 청년들이 힘을 합치면 앞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서는 서양 요리로 여겨지던 돈까스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찬에서는 서양 요리로 여겨지던 돈까스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 석희열
점심식사를 마친 남북 대학생들은 곧바로 버스에 올라 삼일포 소풍에 나섰다. 이들은 북쪽 친구들이 가져온 과일과 과자를 나눠 먹으며 서로 팔짱을 끼거나 손을 맞잡은 채 아름다운 풍광이 빚은 삼일포를 산책했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봄햇살과 처음으로 만나는 서로에 대한 경이로움에 취해 이들은 카메라 셔트를 수없이 눌러대며 웃음꽃을 피웠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삼일포를 구경하는 동안 정다운 얘기꽃이 걸음마다 만발했다. 사선정(四仙亭) 저편에서는 한가로운 봄볕이 강물에 반짝였다.

삼일포에 먼저 도착한 남쪽 대학생들이 뒤따라 온 북쪽 참가단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있다..남녀 없이 음식을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나온 북쪽 대학생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삼일포에 먼저 도착한 남쪽 대학생들이 뒤따라 온 북쪽 참가단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있다..남녀 없이 음식을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나온 북쪽 대학생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 석희열
그동안 서로에 대한 깊은 그리움 때문인지 기약없는 이별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 이들은 내내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마치 문신을 새기듯 팔뚝과 등허리에 '우리 절대로 잊지 말자' '통일되면 꼭 다시 만나자'는 간절한 재회의 글귀를 새기며 애틋한 우정을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땅이 점점 식어가고 서녘 하늘에는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복받치는 서러움에 더러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친구들을 만났지만 불과 몇 시간만에 헤어져야 하는 현실에 몸서리를 치며 누군가가 "아~" 소리내어 절규했다.

삼일포에서 만난 안금주(20·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3)씨는 "남쪽 동무들이 친형제같이 느껴진다. 우리는 피를 나눈 민족이니까 절대로 남이 될 수 없다"며 "외세에 의존하지 말고 어서 빨리 통일을 이루어 우리 힘으로 함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순임(20·청년중앙예술선전대 배우)씨는 "토론과 예술공연을 함께 할 때 서로에게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역시 한민족이구나, 빨리 통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통일의 불씨가 되자!'고 기자의 취재수첩에 적기도 했다.

이날 삼일포 산책에 나선 남북 대학생들은 서로 팔짱을 끼거나 손을 맞잡고 거닐기도 했다
이날 삼일포 산책에 나선 남북 대학생들은 서로 팔짱을 끼거나 손을 맞잡고 거닐기도 했다 ⓒ 석희열
남쪽 대학생들이 머물고 있떤 온정각 야영천막 안은 이날 밤 울음바다가 되었다. 상실에 대한 아픔이 지독했던 탓일까. 평양으로 돌아가던 북쪽 새내기들도 열차 안에서 내내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금강산에서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저물어 갔다. 북쪽 참가단 가운데 일부가 머물고 있던 김정숙 휴양소와 온정각 야영천막에는 이날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한신대 새내기 김유리(기독교육과)씨는 "천막에서 눈물 흘리며 흐느끼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통일에 대한 열망이 새롭게 피어났다"면서 "그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남쪽 친구들을 위해 먹을 것를 챙겨온 북쪽 친구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며 울먹였다.

서초희(수원여대 사회복지과 새내기)씨는 "김정숙 휴양소에서 점심을 먹을 때 의자가 부러져 놀랐는데 북쪽 친구들이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해줘 고마웠다"면서 "학교 친구들한테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다 들려주고 싶다. 앞으로 초중고생들도 남북이 함께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오전에는 남쪽 대학생 700여명이 온정각에서 장전항 북쪽 출입사무소(CIQ)까지 약 8킬로미터에 이르는 구간을 한반도기를 온 몸에 두른 채 2시간 동안 걸으며 통일대행진을 벌였다
14일 오전에는 남쪽 대학생 700여명이 온정각에서 장전항 북쪽 출입사무소(CIQ)까지 약 8킬로미터에 이르는 구간을 한반도기를 온 몸에 두른 채 2시간 동안 걸으며 통일대행진을 벌였다 ⓒ 석희열
연세대 새내기 김성민(공학계열)씨는 "참으로 감동스럽고 설레는 만남이었다. 처음 만났는데도 말이 잘 통하는 걸 보니까 한민족임을 속일 수 없었다"면서 "북쪽 엘리트들인 그들이 우리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한만큼 통일의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며 남북 대학생들의 만남을 정례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행사를 총연출한 이재원(중앙대 작곡전공 4)씨는 "남북 새내기들이 직접 만나 통일에 대해 얘기하고 서로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하고 "청년학생들이 계속해서 만나고 얘기하다 보면 통일의 구체적인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이미 통일의 밑그림은 그려졌다"고 이번 통일새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우다우 김영권 홍보부장도 "분단 사상 최초의 남북 대학생들의 만남에서 남북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동포애, 형제애를 느끼는 모습들이 많았다"며 "이번 통일새터는 어떤 무게 있는 합의나 토론보다 훨씬 더 통일의 느낌과 감정을 강렬하게 경험하는 자리가 되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철조망이 쳐진 길 양 옆 민가에서 남쪽 대학생들에게 간혹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철조망이 쳐진 길 양 옆 민가에서 남쪽 대학생들에게 간혹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 석희열
한편 지우다우는 5월 초로 예정되어 있는 세계대학생 평화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하여 조선학생위원회와 실무접촉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는 8월 제2회 8·15 평화캠프를 비롯하여 각종 남북 민간교류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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