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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우리당의장이 15일 오후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에 참석해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종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15일 탄핵 규탄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해산 및 사법처리하겠다는 경찰당국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현대판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가 한국의 광화문에서 재연되고 있는 셈"이라며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그는 "자발적이었고 민주적인 의사표현 방법"이라고 평가하면서 "촛불 시위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도 위법도 없었음을 상기하고자 한다"고 말해, 경찰당국의 불법시위 규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에서 '경찰에서는 촛불시위가 불법이었다고 규정하고 해산에 나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자신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룩해온 민주주의를 짓밟은 세력에 대한 항의와 분노의 평화적 표시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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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은 또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야 3당은 "특정 지역의 기생하는, 지역주의에 기생하는 세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결국 이번 위헌적인 탄핵안 처리로 분명해진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세력과 민주주의를 언제라도 망가뜨릴 수 있는 반민주적 세력간의 대결이라는 구도가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촛불시위를 보면서 헌재 판결이 자기 의사대로 되지 않을 경우 폭동까지 일으킬 것 아닌가 위협감을 느꼈다'는 일본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정 의장은 "개개인의 의사표현은 다를 수 있으나 이것을 한데 묶는 일반의지, 일반의사는 대단히 현명하고 그것은 분명히 헌정 질서의 권위와 존엄을 지키는 것이 되리라고 믿는다"며 "나는 한국 국민을 신뢰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 의장은 탄핵소추안 통과가 열린우리당에 미칠 정치적 효과를 묻는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거나 발언을 자제하면서 민생안정과 경제안정에 주력할 방침이라고만 밝히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다음은 정동영 의장과 외신기자들간의 일문일답이다.

▲ 정동영 우리당의장이 15일 오후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에 참석해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종호
- 노 대통령 탄핵 통과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고, 우리당의 인기는 급상승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총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나. 노 대통령 자신의 재신임 문제를 연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당은 몇 석을 목표로 하고 있는가.
"지금은 선거나 정치일정을 언급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민생안정, 경제안정이 우리의 모든 관심사이다. 다행히 오늘 아침 오전에 한국의 주가지수가 올랐다. 국민들에게 경제적 안정심리를 주는 다행한 현상이다. 또 외국투자가들에게도 좋은 신호를 보냈다고 본다. 그 이유는 두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탄핵 결의 자체가 너무 터무니없고 근거가 박약한 탄핵안이라는 국제적 평가, 우리 국민들의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지만 헌법에 의한 국가운용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다는 믿음과 신뢰 때문으로 보인다. 짧게 대답하지만 지지도가 총선 때까지 지속되기를 희망하고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겠다. 그 노력의 핵심은 경제를 안정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 그동안 한국에서 보면 총선에 접어들어 정당들이 만들어져 왔다. 이 상황에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이 열린우리당으로 온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야당들이 합세해서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는 탄핵안을 가결시킨 뒤에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탄핵안 처리에 소신을 갖고 반대했던 정치인들이 정치적 결단을 할 가능성은 있으나, 열린우리당은 그 분들에 대한 어떠한 방침도 논의한 바 없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므로 가정을 통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그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 탄핵안 가결을 의회쿠데타라고 말하면서 수구세력의 탄압이라고 말했는데 거기에 민주당이 어떻게 들어갈 수 있나.
"한국 정치는 1961년 체제의 연장선에 있다. 44년 동안 스스로 주류라고 생각하는 세력에 의해서 의회 정치가 주도돼 왔다. 이번에 탄핵안을 밀어붙인 야3당의 근본 배경, 원인은 총선 패배에 대한 위기감과 절망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은 위기감을 가졌고 민주당는 절망감을 가졌다. 무리하게 탄핵안을 밀어붙인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탄핵안은 민주당에 의해 먼저 선도 제안됐고 주장됐다. 민주당이 탄핵안을 들고나올 때 나는 분명히 말했다. 탄핵안을 발의하는 순간 민주당은 붕괴할 것이라고.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내다볼 수 있는 것이었다. 발의에 그치지 않고 가결까지 밀어붙인 민주당의 장래는 없다고 본다. 민주당 뿐 아니라 한나라당도 도덕적 정당성, 역사적 정당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그들도 이번 4월 총선을 통해서 한국정치의 주도세력에서 퇴장당할 것이라고 감히 예견한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3당은 세가지 범주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 냉전세력이라는 것이다. 남북화해에 대해서는 내켜하지 않는, 냉전의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세력이며, 정경유착·부패정치의 본산지이면서 동시에 3당 모두 특정 지역에 기생하는, 지역주의에 기생하는 세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결국 이번 탄핵안, 위헌적인 탄핵안 처리로 분명해 진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세력과 민주주의를 언제라도 망가뜨릴 수 있는 세력간의 대결이라는 구도가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 촛불시위를 어떻게 생각하나. 오늘 오전에 경찰에서 촛불 시위가 위법이라고 했는데.
"지난 주말 한국 전역에서 촛불시위는 철저하게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이었다. 자발적이었고 민주적인 의사표현 방법이었다. 아주 질서 있게 의사표현을 했고 뒷처리는 깨끗하고 완벽했다. 촛불시위는 절대 혼란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정치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현대판 그리스 아크로폴리스가 한국의 광화문에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젊은 부부들이 세살, 아섯살, 입곱살 어린 아들 딸들을 시위에 데리고 오는데 폭력적일 수 없다. 비폭력적 의사표현의 시도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반영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특히 촛불은 자기 희생으로 어둠을 밝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촛불 시위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도 위법도 없었음을 상기하고자 한다."

- 경찰에서는 촛불시위가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시위신고를 하지 않아 불법이고, 앞으로 말을 듣지 않으면 해산하는 행동을 하겠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런 시위에 대해서, 경찰의 행동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보나.
"나도 경찰당국의 걱정을 이해한다. 혹시 과격한 시위로 발전하거나 또 불법적인 성격을 띨 가능성에 대해서 경찰 당국은 당연히 걱정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런 수준은 아니었으나 나 역시 혹시라도 촛불시위가 과격해진다면 이것이 야당들에 의해서 정략적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야당들은 절망적 패배감이 잠겨 있다. 촛불시위를 빌미로 삼아 총선 연기를 들고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열린우리당의 당 의장으로서 어제 전국의 당원들에게 긴급 지시를 보냈다. 시위에 집단적인 참가를 금지하고 시위에 참석할 때 노란 점퍼를 입지 않도록 하는 지시도 했다. 동시에 중앙당으로서 분명하게 장외집회, 장외투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천명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현재까지의 촛불시위는 지극히 평화적 자연발생적인 시민들의 분노의 표시이다. 자신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룩해온 민주주의를 짓밟은 세력에 대한 항의와 분노의 평화적 표시였다고 생각한다."

▲ 정동영 우리당의장이 15일 오후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에 참석해 한 외신기자와 악수하고 있다.
ⓒ 이종호
- 노 대통령이 탄핵을 피할 수 있었다는 느낌을 여러차례 받을 수 있었다. 탄핵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탄핵까지 가게된 이유는 뭔가. 두번째로는 야 3당이 여론이 이렇게 열린우리당에 좋아진 것에 대해 당황하게 된 것 같다고 했는데, 예상했나.
"블룸버그 기자는 경제에 관한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정치적 질문을 줬다. 탄핵안은 두단계로 진행됐다. 한번은 발의, 두번째는 표결로 밀어붙인 것이다. 그런데 밀어붙인 것은 물론이고 발의 자체도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렇게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탄핵 사유이다. 이 지구상에 이것을 탄핵사유라고 생각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 사과하라? 하지 않으면 탄핵한다고 발의하고 밀어붙였다.

나는 대통령이 원칙을 지켰다고 생각한다. 사과해야 할 대상은 야당이 아니다. 어쨌든 정치적 갈등이 빚어짐으로써 국민에게 사과할 수 있지만, 야당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은 굴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탄핵안 처리가 진행되던 11일과 12일 상황에서 우리가 했던 일은 탄핵안 처리 뒤에 지지율이 어떻게 될지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탄핵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가결된다면 국가적 위기가 온다고 봤다. 누구나 다 그렇게 봤다.

비상사태, 재난 상황이 오는 것을 어떻게 막을까에 온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11일 밤 대통령과 최병렬 대표의 심야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전쟁 중에도 적군과 대화하지 않나. 11일날 분신, 한강투신 등 굉장히 흥분된 상황이 고조되고 있어서 야당 대표, 최병렬 대표가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노력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12일 새벽에 내가 한나라당 대표인 최병렬 대표를 만났다. 이제 탄핵안이 가결되면 위기가 온다, 비상사태가 온다, 혼란이 온다, 여기서 정지시켜야 한다고 읍소하고 애걸했지만, 그때 돌아온 대답은 '대화는 끝났다, 내일부터 고건 체제로 간다'는 것이었다. 나는 절망했다. 그래서 아침 7시에 라디오 뉴스에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국민들에게 국민의 행동으로 멈추게 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민행동은 야당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호소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탄핵안이 가결된 결과에 대해서 의회 쿠데타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말했는데 제3자가 볼 때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해서 한국 국민들이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있었다.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런 탄핵까지 당할 수 있다면 권위주의적 의식을 약화시키는 노 대통령의 생각과 상통하는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광화문에서 상황을 봤는데 헌재에서 마지막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회를 하자는 것이다.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닌가. 과연 올바른 방법인지, 자기 의사대로 하지 않을 경우 폭동까지 일으킬 것 아닌가 위협감을 느꼈다.

"구로다 기자의 첫번째 질문이 성립하려면, 적어도 탄핵안이 상식적으로 납득될 수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상식 밖의 탄핵안을 가지고 이것도 발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두번째 답변은 한국 민주주의는 시련의 단련된 민주주의이다. 전쟁, 분단, 군사쿠데타, 그리고 가난과 독재 이런 시련을 뚫고 여기까지 성숙해 왔다.

한국은 민주주의의 공고화단계로 깊숙이 진입해 있다. 개개인의 의사표현은 다를 수 있으나 이것을 한데 묶는 일반의지, 일반의사는 대단히 현명하고 그것은 분명히 헌정 질서의 권위와 존엄을 지키는 것이 되디라고 믿는다. 나는 한국 국민을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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