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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비난 대규모 집회를 앞둔 13일 오후 만약의 돌발사태에 대비해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다.
탄핵 비난 대규모 집회를 앞둔 13일 오후 만약의 돌발사태에 대비해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회에서 통과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간 가운데 지난 2001년 헌법재판소가 헌법학자들에게 의뢰해 발간한 논문에서 여소야대 국회의 대통령 탄핵 악용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헌재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1년 이승우 경원대 법학과 교수 등 한국공법학회 소속 법학교수 3명에게 의뢰해 발간한 '탄핵심판제도에 관한 연구' 논문은 "직무집행과 관련한 단순한 부도덕이나 정치적 무능력 그리고 정책결정상의 과오는 탄핵소추의 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우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은 직무집행과 직접적 관계가 없다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명백한 의무는 없다. 이번 건은 중대하게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한 "헌재의 입장과는 관계가 없고, 당시 (헌재가) 백지상태에서 연구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면서도 "장담하기 어렵지만 탄핵 가결까지는 가지 않지 않겠나고 예상해본다"고 전망했다.

"탄핵사유 확대해석, 정치적 불안정 초래 가능성"

'탄핵심판제도에 관한 연구' 논문은 "(탄핵소추 사유가 되는 헌법 및 법률) 위배의 중대성은 위배의 결과로 나타난 국민의 기본권, 국가의 안전, 헌법질서 등에 끼친 해악의 정도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법체계상 탄핵소추사유로 생각할 수 있는 위헌.위법행위 사례로는 "대통령이 발동요건이 적합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국가긴급권을 발동하거나 대통령이 외국의 힘을 이용하여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국무총리가 직권을 남용하거나 뇌물을 수수하는 경우, 검찰총장이 정치운동에 관여하거나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거나 공정한 수사의 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경우" 등을 꼽았다.

또한 이 논문은 영국, 미국, 독일 등의 탄핵사유 및 소추절차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영국 판례에 나타난 탄핵사유로는 각료나 고관들의 반역죄, 중죄, 직무태만, 경죄, 직권남용, 수뢰죄, 때로는 사기, 폭력, 살인 등이 있다. 미국은 '반역죄, 수뢰죄 기타의 중대한 범죄 또는 비행에 의해 탄핵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 대해, 독일은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법률을 위배한 경우'에 각각 탄핵사유로 삼고 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경원대학교 법학과 이승우 교수
경원대학교 법학과 이승우 교수
"여소야대 정국, 탄핵 악용 가능성"

- 논문이 쓰여진 동기는?
"'국민의 정부 시절' 검찰총장의 탄핵발의가 있자 헌법재판소(아래 헌재)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최초로 탄핵안을)담당할 수도 있다고 판단 공법학회에 논문을 의뢰했다. 당시 학회장께서 나를 포함, 나머지 두 교수께 연구를 맡겼다."

-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헌법재판과 관련해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겼다. 우선 탄핵심판 역사에서부터 오늘날 어떤 과정 거쳤는지 각국에서 탄핵제도를 어떻게 규정, 운영되는지 등이 포함됐다. 또 우리나라 현행법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문제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담겨있다."

- 여소야대 상황에서 탄핵이 악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데.
"논문을 집필할 당시, 이미 두 번째 여소야대 현상이 나타났다. 야당에 의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봤다. 당시 법조 해석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다보면 사소한 법률위반도 탄핵 사유로 해석될 여지 있었다.

여소야대상황에서 탄핵안이 발의된다면 국정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외국 사례를 볼 때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 예컨대 반역사례 등만이 탄핵사유에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규정이 추상적이고 폭넓기 때문에 사소한 위반이라도 남용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 외국에서도 사소한 법위반임에도 탄핵받은 예가 있나?
"미국은 탄핵사유에 경미한 범죄도 포함돼 있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가 여소야대 현상에서 나타난 탄핵이었다. 당시 하원은 소추했지만 상원에서는 부결됐다. 과거 닉슨 대통령과는 달리 클린턴은 성추문과 관련한 위증죄였다. 상원에서 (탄핵안이)부결됐다는 것은 경미한 위법행위로 인해 최고 국정책임자인 대통령을 탄핵하게 되면 국정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상원에서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헌재 입장은 아니다. 다만 탄핵할 만한 내용 아니라고 생각"

- 논문 내용이 헌재의 입장이라고 봐도 되는가?
"헌재의 입장과는 관계없다. 당시 기초자료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백지상태에서 연구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헌재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예측할 수 없다."

- 교수님 개인적으로 탄핵가결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결국 이번에는 선거법위반의 문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법 해석에서 문제의 소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그것을 꼬집으면서 반박했다. 그 이유는 중립의무를 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모든 공무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선거직 공무원과 직업공무원으로 나뉜다.

대통령은 선거직 공무원으로 행정수반의 지위와 정당 소속인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그러다보니 명시적으로 행정 수반으로서의 지위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정당인으로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지는 이중성을 지닌다. 때문에 대통령은 직무집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 명백하게 정치적 중립 유지해야할 의무가 있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건은 중대하게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직무집행과 관련한다면 미흡해 보인다."

- 헌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나?
"헌재에서 결론을 내릴 때 두 가지 관점을 다 고려한다. 합법성 시각에서 위반여부와 정치적 합목성이 그것이다.

장담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헌법학자들이 결론 내리고 있고 우리가 발표한 내용이 그렇다면 아마 탄핵 가결 사유가 안 된다고 동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문제의 경우, 그 자체로 문제도 있지만 선거법 9조의 문제점을 고려하고 정치적 선거직 공무원 위치를 고려한다면 탄핵 가결까지는 가지 않지 않겠냐고 예상해본다."

"단순부도덕 · 정책결정과오는 탄핵소추 사유 해당 안돼"

다음은 이승우 교수의 논문 '탄핵심판제도에 관한 연구' 중 탄핵사유에 대한 부분.

3. 탄핵의 사유

헌법 제65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8조는 탄핵의 사유를 탄핵의 대상에 따라 달리 규정하지 않고 모든 대상에 대하여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 하여 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① 무엇보다도 탄핵소추의 사유가 [그 직무집행]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직무]라 함은 법제상 소관 직무로 규정된 고유업무와, 통념상 이와 관련된 업무를 가리킨다. 따라서 직무집행이라 함은 소관 직무로 인한 의사결정.집행.통제행위를 포괄하며 추상적인 법제상의 직무에 근거하여 구체적으로 외부로 표출.현실화된 작용을 말한다.

이에는 순수한 직무집행행위 그 자체뿐 아니라 직무행위의 외형을 갖춘 행위까지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그 직무집행]과 무관한 사항으로는 첫째, 사생활에 관한 사항과 둘째, 탄핵대상자가 겸직을 하는 경우에 그 겸직에 해당하는 사항을 들 수 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의 해석론으로는, 사생활에 관한 사항은 물론 겸직에 해당하는 직무수행은 탄핵소추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새겨야 할 것이다.

② 탄핵소추사유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경우라야 한다. 우리의 탄핵제도는 대통령이나 기타의 고위공직자들의 직무수행을 [헌법과 법률]의 기준에 따라 그 적법성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있다. 따라서 직무집행과 관련한 단순한 부도덕이나 정치적 무능력 그리고 정책결정상의 과오는 탄핵소추의 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이와 같이 탄핵제도가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 헌법.법률위반을 사유로 한다는 점에서 탄소추사유는 헌법 제63조의 해임건의사유와 구별된다. 또한 헌법과 법률의 위배를 탄핵소추사유로 하는 우리 헌법규정은 [반역죄, 수뢰죄 또는 기타의 중대한 범죄와 경죄]를 탄핵소추사유로 하는 미국헌법규정과 동일한 선상에서 해석될 수 없다고 본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형사법규위반을 주된 탄핵소추사유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형사법규 이외의 법률과 헌법의 위배를 탄핵소추사유로 하는 우리와 그 기본을 달리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서 헌법이라 함은 형식적 의미의 헌법일 뿐만 아니라 헌법적 관행도 포함한다. 따라서 헌법상의 명문규정은 물론이고 합리적 해석에 의하여 파악할 수 있는 헌법상의 기본원칙 뿐 아니라 판례나 관행에 의하여 확립된 불문헌법도 이에 해당한다. 법률도 역시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 아니라 이와 동등한 효력을 가진 국제조약.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그리고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명령 등을 포함한다.

③ 탄핵소추사유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행위라야 한다. 여기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였다 함은 주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상의 권한을 유월(한도를 넘음: 편집자 주)하거나 작위.부작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행위를 명시적으로 예시한 입법례도 있으나, 우리는 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단지 포괄적으로 규정해둠으로써 해석론에 맡겨두고 있다.

우리 법체계상 탄핵소추사유로 생각할 수 있는 위헌.위법행위는 다음과 같다.

예컨대 대통령이 발동요건이 적합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국가긴급권을 발동하거나 대통령이 외국의 힘을 이용하여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국무총리가 직권을 남용하거나 뇌물을 수수하는 경우, 검찰총장이 정치운동에 관여하거나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거나 공정한 수사의 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경우, 대법원장이 정치권력에 영합하여 사법에 의한 인권침해의 판결을 한 법관을 우대하는 인사조치를 함으로써 법관의 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경우, 법관이 고의로 심리와 재판을 지연한다든지 부당한 소송지휘를 하는 경우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위배행위에는 고의나 과실에 의한 경우뿐만 아니라 법의 무지로 인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헌법상 탄핵소추사유를 고의적인 위배행위에 국한시켜 이해하기에는 문리해석의 원칙상 무리가 있기 때문이고 또한 우리 헌법상 탄핵은 형사처분이 아니라 징계처분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④ 현행 헌법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문언 그대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모든 행위를 탄핵소추사유로 볼 것인가에 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이에 관하여는 형사상의 범죄뿐만 아니라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하는 전부의 행위를 탄핵사유로 보는 견해와 탄핵제도의 성질로 보아 그 위법행위가 명백하고도 중대함을 요한다고 보는 견해가 대립한다. 이는 탄핵사유규정을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느냐 아니면 합목적성에 따라 제한적으로 해석하느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탄핵대상자에 따라 탄핵사유가 차별화되지 않고 포괄적으로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더욱 곤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컨대 일반 법관과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를 현행 헌법이 구별하지 않고 동일한 수준에서 논의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라는 의문이 든다.

생각건대 탄핵사유규정의 해석은 탄핵제도의 성질, 탄핵소추의결 및 탄핵결정의 효과 그리고 정치적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행 헌법에서는 일단 탄핵소추의결이 이루어지면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이러한 권한행사의 정지에는 대통령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직무집행에 있어서 법률을 위배한 모든 경우에 당연히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은 위법행위의 혐의로써 행정이나 사법작용에 혼란과 불안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더구나 이른바 여소야대의 정국으로 말미암아 야당의 주도로 탄핵소추의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을 경우에는 탄핵소추발의의 시도가 적잖을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탄핵소추의결과 함께 자동적으로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경우에 탄핵사유의 확대해석은 탄핵을 둘러싼 정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탄핵사유가 인정되는 때에는 선택의 여지없이 파면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 모든 위헌.위법행위를 탄핵사유로 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요컨대 탄핵심판은 일반 재판작용과는 달리 헌법보호의 기능을 더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탄핵사유를 헌법과 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배로 제한하여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본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서 가중된 정족수가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여기서 위배의 중대성은 위배의 고의 또는 과실과 같은 주관적 정신적 요소의 유무로 따질 것이 아니라 위배의 결과로 나타난 국민의 기본권, 국가의 안전, 헌법질서 등에 끼친 해악의 정도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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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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