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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의 작품의 장점은 다양함과 구성의 치밀함이다. <늘 푸른 나의 아버지>는 아비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 모성애의 전형을 구사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있다. <목걸이 열쇠>나 <나쁜 어린이표>, <일기 감추는 날>을 통해서는 아이들의 심리를 세세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작품이 많은 인기 작가다.

제목이 주는 특별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다 겪는 평범한 일상을 동화로 엮어내고 공감을 얻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럴 듯하게 다른 옷을 입힌다. 새 옷이긴 한데 엉뚱한 디자인이 아닌 정겨운 무늬가 있는 옷을 입힌다.

작가가 최근에 발표한 <막다른 골목집 아이>는 여전히 이 사회의 커다란 무게로 남아 있는 현재진행형 문제인 '왕따' 이야기다.

학교와 집 학원이 배경이다. 왕따를 둘러싼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다소 진부한 설정이다. 새로 전학 온 종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더운 날에 긴 양말을 신고 있는 것으로 복선을 암시한다.

화자인 나는 반장이며 모범생이다. 종호는 신호등 앞에서 위험하게 달리는 것으로 마음을 알린다. 나는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하는 종호를 떠올린다. 급식 시간에 먹기 싫은 시금치를 아이들이 종호 식판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따돌림은 시작된다.

선생님의 무딘 관심은 종호만의 몫으로 돌아간다. 종호가 집으로 놀러 온다고 하지만 나는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갈수록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다.

나는 종호의 가족 형태나 하는 행동이 엄마가 싫어할 거라는 것도 미리 알아챈다. 소심한 나의 걱정과는 달리 종호는 엄마 앞에서 아주 공손하고 착한 아이였다. 엄마가 젖어도 벗지 않는 종호의 긴 양말을 조금 의아해 했지만 말이다.

위기는 교실에서 학원비를 잃어버린 은영이 때문에 발생한다. 희망의 소리함에 자수하기를 바라지만 돈은 넣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종호가 지폐를 가지고 다닌다는 수근거림을 듣고 범인으로 지목해서 종호를 고자질하기에 이른다.

그 며칠 사이에 종호가 햄버거 저녁을 먹자고 하고 나는 공범이 된 듯한 착각에 종호를 뿌리친다. 괴로운 실수가 된 희망의 소리함 투서 사건은 은영이의 건망증으로 드러나고, 나는 종호의 빈자리를 찾아 떠난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교실에서 학원에서 가정 안에서 진정한 인간애의 상실을 경험하는 우리들의 종호는 너무나 많다. 일하는 엄마가 채워 주지 못하는 소소한 일상의 노곤함이 묻어 있는 문장들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종호가 온전한 인간성를 지니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될까 봐 조바심을 치며 읽었다. 책장을 덮을 때는 와락 쏟아지는 눈물이 아닌 잔잔한 슬픔을 경험했다. 다소 이분법적인 구도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종호와 나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잘 맞추고 있었다. 종호가 따돌림의 슬픈 계단을 한 칸씩 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다시는 나랑 안 논다고 해!" 종호의 감춰진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저렸다.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종호에게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 나는 가슴에 꽉 차는 울음을 참고 고개를 젓는다.

종호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정말 다행이다. 종호의 종아리에 맺힌 푸른 멍이 희미해져서 긴 양말이 더 이상 필요없기를 꿈꾼다.

막다른 골목집 친구

황선미 지음, 정지혜 그림, 웅진주니어(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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