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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군중에 답하고 있는 케리 민주당 후보
환호하는 군중에 답하고 있는 케리 민주당 후보 ⓒ AP-연합
예상됐던 대로 민주당의 예비선거에서 존 케리 후보가 수퍼화요일 예비경선에서 에드워즈 후보에 압승, 남은 8개월동안 부시를 대항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나서게 되었다.

케리는 지난 6주 동안 치러진 경선에서 30개 주 중 27개 주에서 승리했다. 따라서 다음 주부터 치러지는 플로리다,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 남부지역 경선은 사실상 축제분위기 속에서 대선 레이스 승리를 향한 바람몰이 성격을 띠게 되었다.

케리는 지난 25일 노스 플로리다 정치학과 코리간 교수팀이 남부 11개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시에게 9% 뒤진 것으로 나타난 바 있어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남부지역 유세가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케리는 수퍼화요일 경선에서 승리가 확정된 후 워싱턴 DC에서 환호하는 그의 지지자들에게 "미국에 새로운 변화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외치고 "나는 30년 이상 평등과 미국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정치) 최전선에서 투쟁해 (승리해) 온 투사"라며 대선 승리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처음 예비경선이 시작됐을 때 언론들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하워드 딘을 부시에 맞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찍고 있었다. 그러나 케리가 지난 1월 19일 치러진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일주일 뒤 치러진 뉴 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1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키면서 부시를 꺾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표 몰아주기' 현상이 일어나며 민주당 예비경선 최종 승자가 되었다.

이로써 최대의 관심은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된 케리가 현재의 여세를 몰아 부시를 따돌리고 무사히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사실상 11월 대선까지 8개월동안은 충분히 각종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기간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케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현재 최우선 관심은 누가 케리의 러닝메이트로 선택되느냐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케리가 우선 자신의 최대 취약지역인 남부지역의 표를 끌어 들일 수 있는 사람을 고를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다 이겨 놓은 선거에서 남부지역에서, 특히 플로리다에서 '표를 도둑맞는' 바람에 억울하게 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 대선에서 남부지역을 휩쓸었고 2002년에 실시된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을 앞질렀다

남부지역 열세 만회를 위해 그동안 민주당원들 사이에 러닝메이트로 떠오른 인물은 지금까지 케리 후보와 맞서 온 에드워즈와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 등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인 에드워즈는 이번 경선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이겼고, 과거의 케네디와 같이 젊고 참신한 이미지로 뉴욕, 조지아, 플로리다 등 동남부 주에서 비교적 높은 인기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세인피터스버그 타임스, 마이애미 헤럴드 등 남부지역 언론들은 에드워즈가 케리와 좋은 짝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에드워즈가 경선과정에서 '부시에 대항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바로 나'라고 지나치게 강조해 케리의 감정을 상하게 한 데다, 텃밭인 노스캐롤라이나에서조차 자신을 이기지 못한 점을 들어 케리가 에드워즈를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번 경선에서 초반 반짝 인기를 끌다가 주저앉은 클라크 전 나토 사령관도 케리의 유력한 러닝메이트 후보 중 하나다. 클라크는 경선을 포기한 후 즉각 케리를 지지하고 지원 유세에 나서 케리의 승승장구에 도움을 주었다.

이 외에도 히스패닉이 대거 몰려 살고 있는 남부지역에서 부동표를 확실하게 끌어 모을 후보로 빌 리처드슨 뉴 멕시코 주지사도 유력한 러닝메이트 후보 중 하나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만약 지역을 고려하지 않고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경제문제를 고려한다면, 실업율이 높고 경제사정이 안 좋은 오하이오, 미조리, 인디애나 등 중서부에서 비교적 인기가 좋은 게파트(미조리) 하원의원이나 이반 베이(인디애나) 상원의원도 대상에서 빠질 수 없다.

수퍼화요일 경선이 케리의 승리로 끝나고 민주당 대선주자로 확정되자 미국 언론들은 케리가 7월에 그의 고향인 보스톤에서 있을 민주당 지명대회에 훨씬 앞서 러닝메이트를 지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선에서 케리가 부시를 계속 앞질러 나가는 길목에 간과할 수 없는 큰 장애가 있다. 부시는 얼마 전부터 틈 날 때마다 '케리는 한 입으로 두말을 해 왔다'고 꼬집어 왔다.

시간이 지나며 선거전이 가열될수록 부시는 케리의 이 '약점'을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케리는 그동안 여러 번에 걸친 자신의 태도 변화가 일각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모호한 정치노선으로부터 나온 말바꾸기가 아니라 합리성과 신념을 바탕으로 한 정치노선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입증해 내야 한다.

참모회의를 주재하는 부시 대통령
참모회의를 주재하는 부시 대통령 ⓒ 백악관
케리는 그동안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나중에 반전운동을 벌인 것을 자랑으로 삼아 왔으나, 부시 진영은 오히려 케리를 '배신자'로 몰며 1·2차대전, 월남전, 한국전, 이라크전 등에 참가해 참전유공자로 대접받고 있는 수천만명의 재향군인 가족들을 배경으로 케리를 역공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또 부시진영은 케리가 9·11 이후 처음에는 의회연설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박멸해야 한다"며 이라크 전을 지지해 놓고 지금와서 '잘못된 전쟁'으로 말을 바꾸고 있는 점, 부시의 세금감면 정책을 처음에는 지지했다가 나중에 이를 철회하는 발언을 한 점 등을 들어 케리가 유권자들에게 '이중 인간'으로 비쳐지도록 하는 홍보전략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 부시가 연방헌법 수정조항에 동성결혼금지 조항을 추가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 또한 케리의 애매모호해 보이는 태도를 부각시키려는 부시 진영의 고도의 전략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케리는 부시가 주장한 것처럼 "결혼은 남성과 여성이 하는 것" 이라면서도 '동성애시민연합'을 지지했고 동성결혼 문제는 각 주에서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 부시에게 또 하나의 공격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독교 근본주의에 입각한 부시의 공격이 지닌 허점을 찾아내 케리가 이중적 인물인 아닌 합리적이고 신념에 찬 인물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 나가는 것이 케리 진영이 안고 있는 큰 과제다.

가령, 케리가 월남전이 얼마나 무모하고 비인간적인 전쟁이었는지를 실증적으로 부각시켜 그의 반전운동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 왔던 것처럼, 이라크전의 반 인류적 패악성, 세금 감면으로 인한 재정결손의 증대, 무분별한 동성결혼금지법 적용의 인권침해 사례 등을 부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반격자료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근한 예로, 플로리다, 조지아, 테네시 등 남부 지역 미국 언론들은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부시의 병역기피문제나 케리의 섹스스캔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뉴스들이 후보들의 인기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역공은 방어적 성격의 네거티브 캠페인으로만 비쳐져 유권자들을 식상하게 만든다. 결국 케리가 부시와 구별되는 '대안' 후보로 부각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잭슨빌 거주 플로리다 공화당 후원자인 돈 글릭스타인(67)이 2월 24일치 플로리다 타임스 유니온 기고를 통해 "부시가 이번 선거에서 이기려면 제발 이라크전 성과를 내세우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충고한 것과 "케리를 공격하되 변명으로 얼버무리게 할 정도의 적당한 수위의 공격만 하라"고 지역 공화당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이른 것은 민주당 케리진영의 대선 선거전략 수립에 상당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코리아 위클리 3월 4일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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