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한 지방도로 꺾어 들어갔습니다. 그 도로는 바다가 쪽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넓은 바닷가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은 경북 영덕의 덕천해수욕장이었습니다.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에 해수욕장 폐장 안내판이 보입니다. 8월20일부터 다음해 7월까지 폐장이랍니다. 바다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주변에 인가가 있는 곳도 아니어서 정말 한적했습니다. 그 넓은 해변을 내 차지로 만든 때문인지 즐겁기만 합니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로 나갔습니다. 백사장이 넓어 한참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바닷물 가까이로 다가가니 거친 파도의 숨소리가 들려 옵니다. 파도의 숨소리에 모래도 날립니다. 바람을 맞으며 한참동안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추운 바람탓에 눈물이 흐를 지경입니다.
오래있지 못하고 되돌아 나오는 길. 그 거센 바람에 버티고 있는 소나무 숲이 보였습니다. 다가가보니 나무들은 바람에 버티면서 바다 반대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비스듬히 바람을 비키고 있었습니다.
앞쪽의 나무들에 비하면 뒤쪽의 나무들은 성해 보였습니다. 키도 제법 커서 육지의 다른 소나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문득 뒷줄의 나무들중에 “난 이렇게 큰데 앞줄의 너희들은 참 못났다”며 거드름 피울 녀석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뒷줄의 소나무가 곧고, 크게 자란 것은 앞에 선 나무들이 바람을 막은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작은 소나무가 키 큰 소나무에게 공치사를 하지도 않을 듯합니다. 물론 키 큰 소나무도 거드름을 피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사는 세상도 어쩌면 소나무의 키를 닮아 있을 듯합니다. 커다란 부를 이룬 한사람의 밑바탕에 많은 키 작은 나무들이 있습니다. 커다란 권력의 한사람 아래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도 거드름 피우지 않을 소나무를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바람이 불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