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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하갈리 부동산 일대
용인시 하갈리 부동산 일대 ⓒ 심규상
㈜풀무원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 아니면 국세청이 거짓말 한 것일까.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의혹이 제기된 이래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풀무원 세무비리사건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가 나와 검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풀무원이 95년 8월 매매가계약한 용인시 하갈리 부동산과 관련, 관할 자치단체인 용인시가 94년 10월 25일 국토이용계획법에 따라 변경 공람 공고한 것으로 확인됐다.(박스기사 참조)

이는 국토이용계획 변경 공람 공고를 한 94년 10월 25일부터 해당 부동산에 사실상 건축이 제한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동안 ㈜풀무원측은 과세전적부심 등을 통해 국토이용계획이 변경 결정된 95년 10월 26일을 기준으로 매매가계약일(95년 8월) 당시에는 사용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비업무용부동산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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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청에 따르면 용인시는 논란이 일고 있는 신갈도시계획 재정비 사업과 관련 92년 8월 재정비에 착수해 92년 말 1차, 93년 말 2차, 94년 말 3차 공람 공고를 각각 20일간 했다. ㈜풀무원의 쟁점 부동산은 3차 공람 공고에 해당된다. 공람 공고는 주민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일정기간 이상의 공고를 거쳐 효력이 발생된다.

즉 문제의 하갈리 토지는 용인시의 3차 공람 공고에 의해 사실상 ㈜풀무원측이 매매가계약을 체결(95년 8월)하기 이전인 94년 말부터 건축제한 및 토지사용제한 예고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이다.

용인시청 도시과 관계자는 "문제의 풀무원 토지는 신갈도시계획 3차 공람공고에 해당된다"며 "공람공고에 의해 건축제한이 고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건축행위가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하는 예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당시 담당자들이 건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행정지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풀무원은 회사 연구소를 짓는다며 95년 8월 자사 사장소유 땅을 매입하기로 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95년 10월, 예고대로 문제의 땅은 건교부 고시에 의해 국토이용계획 변경 결정(건축제한)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풀무원은 신갈도시계획 재정비 결정(건축제한 해지)이 고시된 97년 10월 30일까지 공사를 벌이지 못하다 2000년 8월에서야 용도를 물류센터로 변경해 공사를 벌였다.

87억원 땅 사면서 공람공고 몰랐다?

국세청의 부당세금 감면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소재 풀무원 하갈리 부동산. 지금은 물류센터가 들어서 있다.
국세청의 부당세금 감면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소재 풀무원 하갈리 부동산. 지금은 물류센터가 들어서 있다. ⓒ 심규상
㈜풀무원은 그러나 대전지방국세청이 문제의 땅이 유예기간 내에 업무에 사용되지 않았다며 과세 예고하자 과세전적부심을 신청해 "매매계약 당시에는 건축제한 된 일이 없었고 이후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알려진 바처럼 국세청 과세적부심사위원회는 풀무원 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비업무용 부동산에서 제외시켜 관련세액 18억원을 면세했다.

그러나 매매가가 87억원이나 되는 대규모 토지를, 그것도 기업부설연구소 신축용 부지로 사용하겠다며 관련 절차를 진행중이던 중견법인이 구입 토지에 대해 지난 92년부터 3년 이상 추진된 공람 공고에도 불구하고 건축제한 가능성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기다 풀무원측이 매매계약 체결 당시 건축제한이 예고(공람공고) 된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귀책사유를 법인에 묻고 있는 것이 그간의 판례다.

사건을 수사중인 대전지검 특수부는 우선 용인시청이 국토이용계획변경결정(95년 10월) 이전 추진 자료에 대해 국세청 및 일선 세무서에 이를 은폐해온 배경을 캐고 있다. 검찰은 또 이 과정에서 풀무원측의 부당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가리기 위해 관련자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용인시청 관계자는 "대전지방국세청이 관련자료를 요구할 당시에는 자료를 찾지 못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하지만 올 초 창고를 꼼꼼히 뒤져 자료를 찾아낸 것으로 은폐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는 심사결정 내용과는 달리 아무런 확인 절차없이 풀무원 취득 부동산을 비업무용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는 2002년 10월 15일 위원회를 열고 풀무원 건과 관련 “매매체결당시 도시계획 고시로 건축이 제한된 사실을 인지하였는지를 확인한 후(짙은 글씨는 편집자 주) ‘채택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건축제한 인지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를 생략한 채 이날 그 자리에서 ‘채택’결정했다.

이와 관련 심사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검찰조사에서 “국세청 해당실과에서 위원들의 도장을 가지고 있었다”며 “국세청이 임의로 확인절차를 생략한 채 도장을 찍은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심사위의 결정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그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같은 과정에 국세청의 고의적인 봐주기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풀무원 세무비리 의혹은?

대전지방국세청은 지난 2002년 ㈜풀무원(대표자 남승우. 충북 음성군 대소면 소재)에 법인세 과세예고 통지서를 발부했다. 당시 추징세액은 18억원. 충주세무서에 대한 정기감사 과정에서 상장법인인 ㈜풀무원이 사주(남승우)로부터 89억원에 사들인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소재 부동산(17540㎡)을 비업무용으로 판정한 것.

비업무용 판정 근거는 1995년 10월 신갈도시계획재정비(안)이 고시돼 건축이 제한됐음에도 1996년 6월 5일 잔금을 청산, 부동산을 취득한 것. 즉 건축제한이 돼 사용할 수 없는 땅을 구입한 것이다.

그러나 (주)풀무원측은 국세청에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신청해 비과세결정을 얻어냈다. 과세전적부심사위의 비과세결정 근거는 취득시기를 잔금청산일이 아닌 매매가계약일(95년 8월)로 본 것.

논란의 핵심은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가 왜 통상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부동산 취득시기 기준일을 '잔금청산일'로 보지 않고 '매매계약일'로 보았는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국세청의 내부고발자 한화교씨에 의해 비과세 결정 과정에 국세청 고위층의 부당한 청탁과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뿐만이 아니다. 과세적부심 신청을 관할 지방국세청에 하지 않고 국세청 본청에 한 것 또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부고발자 한씨에 대한 '표적감찰'로 이어졌다는 의혹마저 더해졌다. 이같은 내용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된 후 용인시가 해당 부동산을 '비업무용'으로 보고 중과세했다. 같은 부동산을 놓고 유예기간만 다른 동일한 세법을 적용했음에도 자치단체는 '중과세'(15억여원) 한 반면 국세청은 '비과세'한 것.

그런데 이번에는 부동산 취득시기를 '잔금청산일'아닌 '매매가계약일'로 보더라도 비업무용부동산에 해당함을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자료가 나왔다.

관할 자치단체인 용인시가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의 부동산에 대해 94년 10월 25일 국토이용계획법에 따라 변경 공람 공고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 심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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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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