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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말로는 개혁... 관권·공작정치 일삼아"

지난 26일 박양수 우리당 사무처장이 강현욱 전라북도 지사의 민주당 탈당과 우리당 입당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광주·전남지역 광역단체장의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호남지역 민주당 소속 광역의원들은 28일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탈당 유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광주광역시의회(의장 이형석·우리당)와 전남도의회(의장 박병열·민주) 민주당 소속 20여명의 광역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전북지사를 만나 온갖 회유로 민주당을 탈당하도록 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에 대해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공작정치"라고 비난했다.

이들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앞에서는 정치개혁을 내세우면서 5공과 6공 군사독재정권 시절에서나 해왔던 상대당 의원 빼가기의 구태를 재현하고 있다"면서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온갖 회유와 관권·공작정치를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박병열(민주당) 전남도의회 의장은 "열린우리당이 영입작업을 중단할 것으로 본다"면서 "지속적으로 단체장 뿐 아니라 지방의원들까지 확대되거나 열린우리당으로 빼간다면 물리적인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 의장은 '우리당의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상대로 한 영입작업 사례가 더 있느냐'는 질문에 "언론보도 이외에 열린우리당측의 영입작업에 대한 사례를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 밝힐 수는 없다"면서 "열린우리당이 광역의원들을 상대로 영입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박 의장은 "5공 때 보다 더 심한 관권선거를 하려고 한다"면서 "과거처럼 공무원들을 동원하지는 않지만 정부기관을 이용해서 선거를 하려는 한다는 이야기를 접수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민주, 지지율 하락·호남물갈이 확산에 위기감

이날 광주 기자회견과 같은 시각 전북도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전북지역에서 우리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동시에 진행했으며 공동 성명서에 민주당 소속 광주시의원 12명, 전남도의원 43명, 전북도의원 16명 등이 서명했다.

이 같은 호남지역 민주당 소속 광역의원들이 연합해 공동 기자회견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민주당의 위기감이 배어있다. 최근 김경재 의원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서울 출마 선언',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의 민주당 탈당-무소속 출마 선언 등에 따른 호남중진 물갈이론 확산은 호남 선거구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지난 27일 <한국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우리당 22.3%, 한나라당 18.5%, 민주당 8.6%), 28일 발표된 SBS-TNS의 여론조사 결과(우리당 30.2%, 한나라당 20.6%, 민주당 13.0%)와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우리당 29.0%, 한나라당 20.7%, 민주당 12.4%)에 볼 수 있듯이 우리당 1위-민주당 3위라는 지지율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김대중 목포시의회 의장의 경우와 같이 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의 민주당 탈당이 또 다시 가시화되면서 '호남에서 더 이상 흔들리는 모습은 안된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의 위기감이 광역의원들의 '입'을 통해서 드러난 것이다.

최영호(민주당) 광주시의회 운영위원장은 "호남 민심을 부여잡기위해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광역단체장 등 행정책임자가 정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기자회견을 했다"면서도 "민주당 시도지부와 연대해 대응하려고 했으나 당과 함께하면 너무 정치적으로 갈 수 있어 의원들이 회견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중앙당 차원의 대응에 앞서 지역에서 공작정치에 대해서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해 당 차원의 대응이란 점을 시사했다.

한나라당도 연일 맹비난... 우리당 박양수 "30일 시도지사 만나 매듭"

언론에 광주전남 광역단체장의 탈당 가능성을 거론한 박양수 우리당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무슨 빼가기이고 공작이냐, 우리당 입당이 아니고 무소속으로 만드는 것이다"면서 "우리가 독려하지 않아도 우리당에 입당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박 사무처장은 "광주전남지역 단체장들이 총선을 무소속으로 치르도록 하자는 것이 당의 방침이다"면서 "설 연휴 때 음양으로 단체장들을 만나니까 '우리가 민주당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있는 것이 공명정대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선거를 치르는 데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사무처장은 "단체장들 사이에 이런 공감대가 상당히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태영 전남지사의 민주당 탈당 가능성에 대해 박 사무처장은 "30일 우리당 광주시와 전남도 중앙위원 선출대회 때 광주를 방문해 시장과 지사를 만날 계획"이라며 "이루어지리라고 믿고 있다"고 자신했다. 박 사무처장은 '직접 연락을 하느냐'는 질문에 "직접 연락을 하지는 않지만 그들과 친분있는 우리당 관계자들이 접촉하고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박광태 시장과 박태영 지사측은 접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박 시장과 박 지사 비서실 관계자들은 "접촉 사실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다"면서 "중앙정치에 관심도 없고 시(도)정에 전념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당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단체장의 영입작업에 대해 한나라당도 연일 비난하고 있다. 28일 한나라당은 논평에서 "실명까지 거론하며 장관 징발에 혈안인데다가 갖은 회유와 협박으로 야당 단체장을 빼가는 것도 모자랐는지 이제는 민주당 의원 빼가기로 획책하고 있다"면서 "민주당파괴 공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거들고 나섰다.

우리당과 민주당의 호남 격돌이 본격화 되면서 민주당 소속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민주당 탈당-우리당 입당 선언이 어디까지 갈지 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김대중 목포시의회 의장이 민주당을 탈당해 우리당 입당 선언하고 전태홍 목포시장이 우리당 입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 동안 뜸했던 탈당-입당 선언이 확산될 조짐이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