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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새벽을 여는 사람들>
ⓒ 뿌리와이파리
"'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오마이뉴스>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환경미화원, 라디오 아나운서, 응급실 간호사, 수산시장 경매원, 광부, 제빵사, 119 구조대, 신문사 윤전 기사, 기상청 예보관, 간병인, 지하철 기관사, 꽃 도매상, 동물원 사육사, 천문대 연구원, 음식 배달원, 연탄 배달원 등등.

하는 일은 제각각 이지만, 이들은 모두 묵묵히 새벽을 열어 우리의 아침을 차린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일상은 늘 따뜻하고, 그들이 있기에 하루는 무사히 열리고 또 편안하게 닫힌다."


여기 우리가 잠자고 있는 사이에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이들이 여는 하루의 시작은 우리에게는 짧은 암흑의 순간이지만, 그들에게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그들이 있기에 이 아침의 거리는 깨끗하며 지하철은 움직이고 신문은 인쇄되어 나온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 새벽에 하는 일은 대입을 위한 수능 공부이기도 하고, 라디오 방송이기도 하며, 응급실 관리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이 잠든 시간에 자기가 맡은 책임을 다한다는 점에서 모두 이 사회를 움직이는 역동적인 힘이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사진과 글로 엮어낸 지은이들은 책의 서두에서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고 밝힌다.

"왜 그리 먹고사는 게 바쁜지, 가끔은 자신의 이름조차 잊고 사는 사람들. (중략) 잠자고 있는 이들을 위해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낮이 오면 으레 밤이 오듯, 새벽에 일하는 이들이 우리 곁에 있음을 당연히 여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낮을 활기 차게 맞이할 수 있는 건, 결국 그들이 준비해 놓은 새벽이 있기 때문이 아닐지. 그들이 흘리는 새벽의 땀방울은, 어쩌면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면서도 늘 망각해 버리는 '공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만난 새벽 일꾼들은 50명이나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아니,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새벽을 열고 있는 셈이다.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는 모두가 각 장의 주인공이 되어 담겨 있다.

유독 국어책을 잘 읽고 학교 방송반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송국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한 교통방송 아나운서는 새벽 5시에 방송을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의 졸음보다 새벽 운전을 하면서 졸릴 수 있는 사람들의 잠을 깨우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새벽을 갓난아기, 할머니, 아픈 사람과 함께 시작하는 이들도 있다. 힘들지만 자신이 돌보는 아기들의 모습만 봐도 피로가 풀린다는 영아 임시 보호소의 보육사, 치매 노인을 돌보는 것이 무한한 희생과 봉사가 요구되지만 인간이기에 그 일을 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인 요양소의 간병인.

이들의 노력 덕분에 버려진 사람들이 보살핌을 받고 아픔을 가진 이들이 사랑을 얻는 게 아닐까?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삶에 대한 건강한 자세와 의욕이다. 이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타인을 위할 줄 알며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자들이다.

학창 시절 한 선생님이 던진 "왜 시를 쓰고 왜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이런 저런 대답을 던진다. 잠시 후 선생님이 건네는 대답은 우리들이 왜 예술을 함께 누리는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내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끼잖아. 그럼 혼자 본 게 아쉽잖니? 그걸 다른 사람과 나누는 거야. 예술은 삶을 그렇게 나누는 거야."

이 말을 새겨들은 한 아이는 교육 연극의 연출가가 되어 예술의 아름다움을 타인과 나누는 삶을 실행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들의 조그마한 노력이다. 새벽을 탄광에서 시작하는 한 광부는 소원을 묻자 "소원 같은 건 없다. 그저 사람답게 살 수 있으면 된다"고 답한다.

"그의 눈에 비친 현재의 우리 모습은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무시하고, 못 가진 자가 가진 자를 욕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결국은 서로를 무시하고 증오하게 되는 세상. 모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사람들이 자기 도리를 하며 사는 사회, 그것이 바로 그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 그 자체가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자 지향점일 것이다. 타인을 욕하고 무시하기 보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고 반성할 줄 아는 삶의 자세. 말처럼 쉽지만은 않지만 모두가 갖추어야 할 삶의 기본 마음가짐이 아닐까?

"아침에 햇빛을 보면 눈이 부셔요. 말끔한 모습으로 출근하는 사람들과 달리 밤새 일하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퇴근할 때 참 민망해요. (중략) 시간이 부족해 특별히 취미랄 것도 없어요. 낮에는 아무리 잠을 자도 밤에 자는 것만큼 개운하지가 못하죠."

영화가 좋아 그저 영사기에만 매달려 한 평생을 살았다는 영사 기사의 삶은 새벽을 밝히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이다. 동대문 시장의 상인들, 밤을 지새워 손님을 기쁘게 하는 바텐더,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는 조계사 스님.

새벽을 밝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실 여유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 이유는 아마 누구보다 성실한 자세로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각기 다른 자리에 있지만 진실한 노력을 기울이고 흘린 땀의 값어치를 아는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는 분명 카드 빚이나 소비 지향의 유흥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이 책 한 권을 통해 건강한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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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1

한우기 지음, 국보(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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