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소한에도 초봄 같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이제야 중부지방에는 눈이 온다고 합니다. 물론 이곳 대구에는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코웃음쳐지는 듯한 기온이지요.

새해가 밝은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마음으로는 구정이 지나야 제대로 된 새해라고 생각하는지 다들 형식상 새해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요즘은 정치인들 대선자금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만 그 본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괜스레 나라만 시끄럽게 한다는 말까지 들리는 것을 보면 허탈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우리 역사가 만들어낸 결과이니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밖예요.

설이니 보나마나 또 선물을 주고받겠지요? 저희와 같은 디자인관련 업체들(광고대행사, 기획사 등) 역시 이때만 되면 광고주들에게 할 선물 마련으로 분주합니다. 한편 우리 하청업체인 제지업체, 출력소 등에서도 선물이 들어오니 따지고 보면 본전치기인가요?

얼마 전, 그러니까 한 3년 전부터인가요?
저는 선물주고받기를 하지 말자고 제안했었습니다. 선물을 가져오는 업체 사장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장님, 제가 사장님하고 거래를 안 해도 이런 선물 챙겨주실 겁니까?"
사장님은 겸연쩍게 웃으며 당연하다고 하더군요.

받기만 할 수 없어 선물 받은 하청업체들에게 저도 똑같이 다른 선물들을 새로 구입해서 돌렸습니다. 미리 사전에 양해를 구했는데도 가져오시니까 저도 사서 똑같이 나눠드린 것이지요. 드리면서 이야기했죠. 이런 인사치레는 앞으로 하지 말자고 말입니다.

그 짓을(?) 1년 반(그러니깐 약 3번이죠. 설, 추석, 설까지)정도 하니깐 아예 선물이 안 들어오더군요. 물론 그들과의 사업 관계에는 변함이 없고 말입니다. 또 저도 광고주들에게 선물하지 않았습니다. 일을 따보겠다고 뒷돈이니 흔히 말하는 리베이트 따위 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별 무리없이 잘 버티고 있습니다.

물론 노골적으로 선물 등을 바라는 회사도 있습니다. 공무원의 경우에는 더 말 할 것도 없습니다. 돈 안주고, 일 따왔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을 지경이니까요. 그것도 안면 없으면 위험하다고, 안면 트일 때까지는 제대로 받지도 않는 다네요.

2년 전인가요? 제가 아는 인쇄소 사장이 사업과 관련된 담당공무원들에게 설 선물을 돌려야 한다면서 현금을 좀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당뇨까지 있는 사장인데도 "저녁에는 술 접대까지 하고(제가 보기에는 자신도 즐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현금까지 줘야 한다"면서 투덜거리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설이나 추석들의 명절만 되면 각 기업이나 관공서의 구매관련 부서는 기대에 차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며칠 전 텔레비전을 보니 일부 대기업에서는 '선물 안 받기 운동'을 칼같이(?)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제대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려면 지금 부패한 정치인들을 제대로 처벌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일부에서는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이니 뭐니 하더군요. 저도 그것을 완전히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거래처 사장에게 한 말을 곱씹어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거래가 없어도, 일을 주지 않아도 진심으로 선물을 할 마음이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정도의 권력과 힘이 없는 사람에게도, 없는 돈을 털어서 선물을 해 주는 것은 그 누가 봐도 아름답고 훈훈하게 보입니다. 그러니 미풍양속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이상하게 이용하는 분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올 설에는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이기를 참으로 기대합니다.

요즘 디자인 주문이 좀 줄어들다 보니, 선물 효과를 노려볼까 하는 마음이 저 구석에서 솟구쳐 오르는군요. 이런, 저부터 반성해야겠지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