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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결혼을 준비하면서 힘들고, 고민스러운 것 여기서 다 떨쳐버리세요.”

‘웨딩공부’(http://cafe.daum.net/wedgo ngu)의 운영자 박희옥씨(사진)는 2만4000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웨딩 상담의 고수이다. 지난 2001년, 결혼을 준비하면서 불안하고 고민스러웠던 경험담들을 나누고자 개설한 동호회가 현재 웨딩 준비 전반을 상담하는 거대한 인터넷 카페가 되어버렸다.

“결혼제도 자체가 여성에게 너무 부당하잖아요. 결혼을 준비하면서 여성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예비신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딸을 시집보낸다는 사실만으로도 서운해지는 친정부모를 앞에 두고 시댁에만 폐백을 올리는 관행, 함들이는 생략해도 예단은 필수라는 의식, 같이 마련한 신혼집도 남편 명의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

박씨는 "무심코 살아왔던 여성들이 결혼을 준비하며, 불합리함을 깨닫고 결혼 관행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혼수비 평균 3천만원... 부모 도움 없인 불가능

그러나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혼수 마련. 남성은 대출로 집을 마련하는 것을 당연시하면서도 여성이 빚을 지고 혼수를 해오는 것을 불쾌해 하는 현실 앞에서 여성들은 무력하기만 하다.

“언론에서 발표한 평균이 되려면 혼수를 3천만원 정도 해야 하는데,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 저축해서는 이 금액을 마련하기 힘들죠. 그런데도‘결혼은 일생에 한번’이라는 생각과 남의 시선 때문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혼 준비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박씨는 "자신의 경제수준과는 상관없이 남의 시선과 결혼의 거품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자기주관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또 "욕심이 나는 부분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생략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단 폐물 등 생략... 여유자금 실속살림에 투자

“저는 850만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어요. 신혼여행도 멋지게 다녀오고, 인테리어에도 욕심도 부리고…, 예단과 폐물을 생략하고 결혼식 자체를 검소하게 진행하니까 가능하던 걸요.”

남편과 둘만의 힘으로 결혼을 성사시키자고 합의한 그는 양가 부모님에게 동의를 얻은 후 자신들이 원하는‘결혼식 만들기’에 주력할 수 있었단다. 실생활에서 별 필요도 없는 물건들에 비싼 값을 지불하는 대신 자신들이 좋아하는 여행과 물건에 투자를 한 셈. 그는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결혼을 무사히(?) 치르고 나니 좀더 많은 여성들이 자신과 같은 결혼식을 올리고 평등한 결혼생활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 더욱‘웨딩공부’에 공을 들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인데,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의식은 이미 많이 바뀌었어요. 부당함을 거부하고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며 살기를 원하죠. 이곳에 모인 여성들끼리 동지 의식을 키워 조금씩 사회를 변화시켰으면 좋겠어요.”

이심전심인 탓에 요즘 부쩍 박씨를 찾는 예비신부들도 늘어나고 있다. ‘운영자님’이라는 호칭 대신‘주인언니’라고 부르는 것도 그에게 언니의 끈끈한 애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커뮤니티를 이용해 결혼을 상품화하는 다른 사이트들과는 달리 결혼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조금 먼저 결혼한 인생의 선배로 조언해 주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이 카페 회원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한다.

“방황하고 있는 예비신부들에게 힘이 되는 카페 운영자가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겁니다. 여성들의 결혼생활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양성평등의 그 날이 올 때까지 말이에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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