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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김진흥 특별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열고 있다.
5일 오전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김진흥 특별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이광재·양길승 관련 권력형 비리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이하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오는 6일부터 9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여·야의 극한대치 상황 끝에 지난해 12월 4일 국회에서 재의결되면서 출범한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로 임명된 김진흥 변호사(61·군법무관 1회)는 최병모·강원일·차정일·송두환 특검에 이은 헌정사상 다섯 번 째 특별검사다.

김진흥 특검팀은 5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서초구 반포4동 홍익대 강남교육원 빌딩 4층에서 현판식을 갖고 특검 수사의 첫단추를 끼울 준비를 사실상 완료하게 된다. 이날 김 특검은 현판식 이후 간략한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 착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특검 출범을 알릴 예정이다.

이번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특검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특검법안에 포함되어 있는 수사대상이 대통령을 둘러싼 측근들에 대한 수사인 점, 검찰에서 그동안 활발히 수사를 진행했던 내용이란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권이나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검사팀, 무엇을 수사하나

김진흥 특별검사
김진흥 특별검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은 수사기간이 '90일'로 최장기간의 특검.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에서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여 동안 진행한 뒤 12월 29일 발표한 수사결과에서 남은 의혹 부분은 김진흥 특검팀으로 넘겨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특검이 수사하게 될 노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은 크게 세가지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다.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관련 부분 ▲안희정씨·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썬앤문그룹 비리 부분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이원호씨 비호 및 정치자금 수수의혹 등이다.

검찰은 이미 이 세 가지에 대해 모두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 특검 수사에서 별다른 '물건'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안희정씨(구속),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불구속),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불구속), 손영래 전 국세청장(구속)을 기소하고,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구속),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구속), 문병욱 썬앤문 그룹회장(구속), 김성래 썬앤문 그룹회장(구속)을 추가기소했다. 이 때문에 검찰주변에서는 "특검이 검찰 뒷치닥거리를 하게 되는 것 아니냐", "살은 검찰이 다 발라먹고 뼈다귀만 남았다"는 말들도 나온다.

실제로 수사팀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검찰이 밝힌 것 이외에 특검에서 더 나올 것은 없다고 자신한다"며 "특검에서 검찰이 망신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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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 어떻게 구성·진행되나

지난해 12월 16일 임명된 김진흥 특별검사는 20일이라는 준비기간 동안 3명의 특검보를 임명하고 검찰로부터 3명의 파견검사를 인선했다.

이에 따라 김 특검은 3개의 의혹사건을 각각의 특검보에게 맡기게 되며, 특검보는 각각 16명의 특별수사관을 검찰과 경찰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다. 또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으로부터 파견 공무원의 인선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김진흥 특검은 특별수사관 인선과 관련해 "인력사용 한도에 여유를 둔 채 수사에 착수한 뒤 사건 진행과정에 맞춰 필요에 따라 수시로 인력을 보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김진흥 특검팀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특검보로 12월 29일 이준범(47·사시22회), 양승천(47·사시 22회), 이우승(46·사시24회) 변호사가 임명됐다. 이들은 각각 판사, 검사, 변호사 경력을 갖춰 '법조 3륜'을 망라했다는 평가이다.

우선 전남 장성 출신인 이준범 변호사는 서울고법 판사와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등을 역임했으며, 10여년간 판사생활을 했다. 이 특검보는 지난 96년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서울변호사회 사업이사, 서울지법 조정위원, 동국제강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또 서울 출신 양승천 특검보는 사단 검찰관과 법무참모, 종합행정학교 법률학 교관 등을 거쳤다. 양 특검보는 김 특검과 마찬가지로 군법무관 경력을 갖고 있고, 서울지검 검사 시절에는 서진 룸살롱 사건(86년)을 수사했다. 또 부천 신학대 수능시험지절취사건도 담당했다. 제천지청장을 맡았을 당시인 지난 93년 충주 유람선 화재사건을 지휘했다.

마지막으로 충남 당진 출신인 이우승 특검보는 8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후에 바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서울변호사회 법제이사와 제2기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 정보통신윤리위원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했다.

김진흥 특별검사팀의 파견 검사로는 문무일 제주지검 부장검사(사시 28회)와 이혁 서울지검 남부지청 부부장검사(30회), 김광준 대구지검 부부장검사(30회) 등 3명이 인선됐다.

파견 검사 중 문무일 부장검사는 2002년 8월부터 2003년 3월까지 대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에서 활약했고, 김광준 부부장검사는 지난 99년 '옷로비 사건' 특별검사 수사팀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흥 특검팀은 오는 6일 수사 개시를 전후해 대검과 청주지검 등으로부터 사건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기본적인 진용을 갖춘 상태에서 수사 개시만을 앞두고 있다.

특검 사무실 전경
특검 사무실 전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과연 특검팀이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할까

이번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은 60일간의 1차 수사 시한과 30일간의 1차 연장을 거쳐 수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특히 수사의 막바지 시점이 총선(4월 15일)과 맞물려 있어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조사 여부다.

검찰은 지난해 12월말 '측근비리' 수사결과 발표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안희정씨 등 측근인사들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와 이기명씨의 용인땅 매매를 통한 장수천 빚 변제과정 등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사를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진흥 특검은 지난 연말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직·간접인 조사 가능성에 대해 "(수사) 기록을 보고 판단할 문제이며, 지금으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 특검은 "(대통령을 조사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언급해 '조사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인 검찰과 대조적인 입장을 비췄다.

이에 따라 김진흥 특검팀에서 노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수사할 수도 있는 가능성도 높아 특검 출범을 앞두고 벌써부터 노 대통령 수사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진흥 특검팀이 풀어야할 남은 의혹

['장수천'과 '용인땅 매매' 관련] 검찰은 장수천의 채권자인 한국리스가 장수천으로부터 회수한 채권손액 금액은 원금과 연체이자를 포함해 34억4200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진영상가 경락과 관련해 97년 3월경 선봉술씨가 오아무개씨 등과 함께 김해시 진영읍에 있는 진영상가를 장수천 여신리스 담보로 제공했으나, 여기서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2001년 4월 진영상가를 경매처분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때 진영상가의 감정평가액은 20억원이었다.

또 검찰은 2002년 7월부터 12월 사이에 최도술씨를 통해 선봉술씨에게 건네진 7억5000만원과 안희정씨가 선씨에게 건넨 7억9000만원 등 총 15억4000만원이 지불된 것으로 집계됐다. 선씨와 오씨에게 건네진 지불가액은 오씨가 6억원을 가져가고, 선씨가 5억원 중 4억9000만원을 가졌다. 나머지 4억5000만원은 강금원씨에게 반환됐다. 결국 진영상가가 경매를 통해 넘어가자 오씨와 선씨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를 안희정씨에게 말했고, 최도술씨와 안씨는 돈을 보조하게 됐다.

특히 검찰은 2002년 5월과 7월경에 노무현 대통령이 안희정씨와 최도술씨에게 선씨와 오씨의 '장수천'과 관련된 손해 보상을 해주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냈다. 또 검찰은 장수천의 한국리스채무가 18억8500만원 남았는데 그 자금 조달 목적으로 용인시 구성면에 있는 이기명씨의 땅을 강금원씨가 매도하는 형식으로 매매를 체결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씨가 19억원을 여러 차례 나눠 받아 채무를 변제한 부분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노 대통령이 선씨와 오씨의 손해를 전보해주라고 최도술씨와 안희정씨에게 추상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인정되고 개괄적인 책임이 있어 보인다"고 발표하면서 노 대통령이 선씨의 손해보전을 위해 부산지방선거 때 선대위에서 쓰고 남은 2억5000만원을 손해보전에 사용할 것을 최도술씨에게 이야기한 점과 별다른 재원이 없었던 점에서 선대위 자금을 유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특검은 '장수천' 빚 변재를 둘러싸고 노 대통령과 측근인 최도술-선봉술-안희정씨 등으로 연결된 고리의 의혹을 풀어내야 한다.

한편 검찰은 안희정과 강금원, 이기명씨가 '용인땅' 매매가 진정한 매매이고, 이기명씨가 교부하고 장수천 변제에 사용토록하는 호의적 매매거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씨가 안희정씨와 강금원씨로부터 두차례 10억원을 건네받은 것도 단순히 리스채무변제와 관련 없고, 보관의뢰에 관련해 주고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검찰은 매매계약 해지 이후에도 강씨가 이씨에게 잔금 4억원을 마저 지급했다는 점과 이기명씨가 올해도 다른 토지수용 명목으로 강씨에게 12억원을 받았는데도 대금 상환을 하지 않고 용인땅을 S개발에 팔았다는 점 등을 예로 들며 관련자들의 반박에 타당성이 없음을 밝혔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결론적으로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노 대통령이 '용인땅'의 매매계약 형식을 빌려 '장수천'의 채무를 변제하는 방안에 대해 사전에 보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안대희 중수부장도 "이 부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는데 안희정씨나 강금원씨 등이 진정한 매매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검찰이 보기에는 무상대여로 '무상대여' 자체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용인땅' 매매 형식이 빌린 무상제공으로 보고 있다면서 결론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용인땅' 거래를 둘러싼 의혹 부분 역시 특검이 풀어야할 주요 과제다.

[썬앤문 감세청탁 의혹 관련] '썬앤문 그룹'의 감세청탁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이광재씨가 수령한 1억원에 대해 2002년 11월 9일 서울 R호텔 일식당에서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과 이 전 실장, 김아무개씨 등 3사람이 노 대통령 후보와 조찬을 가진 자리에서 받은 것으로 밝혔다.

1억원을 수수한 이 전 실장은 이후 누구에게도 금품수수 사실을 보고한 적이 없고 수수한 1억원을 안희정씨에게 전했다. 안씨는 이씨가 수수한 1천만원짜리 수표 10장, 1억원을 가지고 있다가 12월 27일 현금으로 바꿔서 '당원연수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검찰은 2002년 12월 6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노 후보 후원회 행사에 문 회장이 김성래씨와 고교후배 김씨와 함께 참석하면서 현찰 2000만원과 3000만원이 각각 든 쇼핑백 두 개를 준비했으며, 이때 2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신상우씨에게 준 것으로 밝혀냈다.

이어 문 회장 일행은 다음날 아침 노 대통령 후보가 묵고 있던 김해 관광호텔로 찾아가 조찬모임을 하고 있는 노 후보에게 잠시 나오라고 메모를 넣은 뒤 인사를 했다. 그때 옆에 서있던 여택수씨에게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줬으며, 여씨는 그 돈을 민주당 총무팀에게 전달했으나 영수증은 발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썬앤문 감세청탁 의혹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통령 후보와 여러 정치인이 감세청탁에 연관됐다고 단정할 정도로 수사가 마무리가 안됐기에 관련자의 진술을 소개하는 정도로 마무리하겠다"면서 나머지 부분을 특검으로 넘겼다.

[양길승-이원호 의혹 사건] 양길승씨가 이원호 청주 키스나이트 클럽 사장을 비호했고,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1차적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이원호씨가 이전 청주지검 간부들과 친밀한 관계였으며, 이 중 몇몇 인사들과는 부적절한 사이였다는 의혹이 파다하게 제기돼 있기 때문이다. 또, 김도훈 전 검사의 폭로 등과 관련한 대검 감찰부(유성수 검사장)의 감찰도 4일만에 끝나 부실감찰이라는 지적이 있다. 더불어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김도훈 전 검사는 이번 특검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서울지검 조사부의 썬앤문 그룹에 대한 축소수사의혹과 맞물려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큰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송광수 총장에 대해 최악의 감정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 청주지검과 대검 감찰부, 서울지검 조사부의 수사가 부실했다며 송 총장 흔들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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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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