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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물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으려면 남의 것을 복제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어야 하는데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편집물에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법률신문이 '법률일보가 원고의 법조수첩(法曹手帖)과 동일한 내용을 수록한 법률일지(法律日誌)를 발행해 편집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법률일보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에 의한 손해배상(2001다9359) 상고심에서 '9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창작성이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법조 유관기관 등에서 배포한 자료인 전국 법관 및 검사 배치표, 각급 법원 및 검찰의 주소와 전화번호, 각 지방변호사회 및 각 지방법무사회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기소 관할구역 등을 수록해 일지(日誌) 형식의 책자로 만든 것이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은 지난 2001년 2월 5일 대법원에 접수돼 배당됐으나 극히 이례적으로 같은 해 4월 13일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되며 관심을 모은 사건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편집물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으려면 반드시 작품의 수준이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며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라면 편집물에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의 수첩을 이용하는 자가 법조 유관기관 및 단체에 관한 사항과 소송 등 업무처리에 필요한 사항 등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보이기는 하지만 유용한 기능 자체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아니므로 편집저작물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의 수첩에 수록된 자료들은 법조 유관기관이나 단체가 배포하는 수첩형 책자 등에 수록돼 있는 것이어서 누구나 손쉽게 자료를 구할 수 있고 △법률사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수첩을 제작하는 자라면 누구나 동일 또는 유사한 자료를 선택해 수첩을 편집할 것으로 보이며 △법률사무 조직과 기능별 자료배치 및 법률사무에 필요한 참고자료의 나열 정도는 통상적인 편집방법으로 원고의 수첩은 소재의 선택 등에 창작성이 있는 편집물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원고인 법률신문사는 법률일보가 99년 '2000 법률일지'라는 일지(日誌) 형식의 수첩형 책자를 발간하자 "원고가 발간하는 수첩형 책자의 편집저작권을 침해했다"며 3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인 서울지법은 "법전과 일지(日誌) 형식의 수첩형 책자 등 다른 서적들에 흔히 수록돼 있는 것을 다시 옮겨 기재한 것에 불과해 창작성이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자 법률신문은 이에 불복하며 항소해 2심인 서울고법으로부터 창작성을 일부 인정받아 "9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받았었다.

덧붙이는 글 | 법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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