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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 준비에 한창인 조해정씨(오른쪽)와 공공근로자
음식 배달 준비에 한창인 조해정씨(오른쪽)와 공공근로자 ⓒ 이정우
"1년 내내 음식을 필요로하는 이웃에게 나눠주는 이 사업은 이웃과 주변 환경을 위해 일석이조 아닙니까?”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성남음식나눔은행(성남푸드뱅크) 조해정 관장의 말이다.

조해정씨가 처음부터 음식나눔 사업을 한 것은 아니다. 이 사업을 하기 전까지 조씨는 장애어린이집을 운영했다. IMF가 발생하기 한달 전 라면 수백 상자가 어린이집으로 배달됐다. 갑작스럽게 엄청난 양의 라면이 들어온 통에 기쁨 반 슬픔 반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다 처리할 지가 고민이었다.

이에 성남시 저소득층 공부반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논의를 거친 후 이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그는 성남시에 있는 장애인 단체를 실사한 후 1998년 3월부터 자신의 7인승 승합차로 라면을 나눠주는 일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정부가 IMF 극복을 위해 음식나눔 산업을 활성화하고 각 시·도에 보건복지부가 기초푸드뱅크를 지정하면서 그 해 11월 성남푸드뱅크가 탄생하게 됐다. 조씨가 음식나눔사업을 더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열어준 셈이다.

환경을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

성남푸드뱅크는 지금까지 성남시에 있는 노숙자·실직자·결식아동·독거노인·외국인노동자 등 생계가 곤란한 계층에 잉여 음식물을 전달하고 있다. 음식물은 농수산물유통센터, 파리크라상, 각 학교 등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조 관장은 “한달에 1억원 가량의 음식물이 들어온다”며 “음식물을 제공하고도 선행을 알리기를 꺼리는 이도 꽤 있다”고 말했다.

성남푸드뱅크에는 '1377’이라는 특수 전화가 설치돼 있다. 음식물을 필요로 하는 단체나 개인이 국번없이 이 번호로 전화를 하면 단체에게는 음식물을 배달해주고 개인에게는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알려준다. 이 번호를 통해 음식기탁 관련 문의도 많이 온다고 한다. 1377은 하루 세끼 출출한 이웃에게 음식물을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과다한 음식 처리 이모저모

음식은 적어도 문제지만 많으면 더 큰 골치거리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것일수록 이를 처리하느라 조해정 관장은 숨가쁘다. 음식물 처리 문제로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니 각가지 헤프닝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1998년 겨울이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 고기 등 음식을 가져다주기 위해 자신의 7인승 승합차에 올랐다. 그러나 광주로 가던 중 차가 고장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차에 레카차가 자신의 승합차를 장애인 시설까지 데려다 줘 고기가 상하지 않고 전달됐다고.

1999년 8월 중 가장 더운 한여름이었다. 많은 냉동생선이 들어와 이를 보관할 냉장고가 없었던 것. 그 당시에는 대형 냉장고가 아직 구비돼 있지 않아 자정이 넘도록 곳곳을 돌아다녔다. 심지어 잠자고 있는 수녀들을 깨워 생선을 주기도 했다.

최근 들어 상당량의 밥이 들어온다. 노숙자 쉼터에 이를 주려고 했으나 그 곳에서 밥만은 손수 해야한다며 한사코 거절해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음식은 재활용해야한다고 조 관장이 설득해 겨우 밥을 받았다고.
/ 이정우
현재 성남에는 이러한 음식나눔 단체가 5개 있으며, 조해정씨가 관장으로 있는 성남푸드뱅크가 센터이다. 성남푸드뱅크에는 지난 2000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원받은 1.5톤 탑차가 한 대 있으며,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조관장, 탑차 운전수, 공공근로 근무자 5명 등 총 7명이 일하고 있다.

푸드뱅크는 환경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다. 현재 한국 외에도 미국, 스웨덴, 일본 등에도 이러한 음식나눔 사업이 한창이다. 이와 관련 조 관장은 “이 사업은 음식물을 버리지 않아 쓰레기 배출이 적게 돼 쾌적한 환경 유지에 일조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각 단체로부터 받은 음식은 가급적 그날 나눠주며, 음식이 남게되면 조리해 냉장고에 보관한다. 음식을 이웃에게 나눠주는 일이 참 즐겁다는 조 관장은 음식 전달에만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조 관장은 결식아동무료급식소 설치, 사랑의 도시락 배달 재가 사업, 재활용품 나눔터 운영 등을 실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웃을 돕겠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성남푸드뱅크 부설기관으로 결식아동 공부방이 있습니다. 이 곳에 오는 아이들은 그나마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가는데, 이들보다 끼니를 더 많이 거르는 아이들은 이 곳에 오지 않아요. 이런 아이들을 찾아내 밥을 먹어야 하는데….”

조 관장은 향후 ‘푸드마켓’을 열어 기존의 음식배달서비스에서 탈피해 더 많은 이웃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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