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황제 체육관(대전) 황재남 과장.
황제 체육관(대전) 황재남 과장. ⓒ 권윤영
행동이나 성질이 별난 사람을 우리는 기인(奇人)이라 부른다.

평범하고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일상생활 속에서도 기이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얼핏 보면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황재남(42)씨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남들은 쉬이 도전하지 못하는 운동, 킥복싱(kick boxing)에 매료돼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황 관장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남이 보기에는 과격해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위험하지도 않고 이것보다 좋은 운동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킥복싱은 타이식(式) 복싱에서 위험한 기술을 많이 제한하여 규칙을 바꾼 격투기. 발로 차거나 그 밖의 위험한 기술이 널리 허용되고 있는 타이식 복싱보다는 위험도가 덜하지만 다리 기술 등 전신을 다 쓰기 때문에 복싱과는 또 다르다.

“사람을 친다는 것에 매력이 있다기보다는 킥복싱을 하면 일단 자신감이 생깁니다. 어디서나 떳떳할 수 있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지름길이죠. 선수의 길을 걸으면 격할 수밖에 없지만 운동으로 한다면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고 여성들 다이어트에는 에어로빅 보다 재밌죠.”

킥복싱 예찬론을 펼치는 황 관장은 학창시절부터 육상, 테니스, 골프, 태권도, 합기도 등 해보지 않은 운동이 없을 정도로 운동 마니아다. 꾸준히 운동을 해 온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쾌하다. 운동을 좋아하고 또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이던 시절부터 건강을 위해서 혼자 운동을 했어요. 시골집 텃밭 옆 건물이 도장이었는데 어설픈 샌드백도 만들어 놓고 창문 너머로 보면서 혼자 따라하곤 했죠.”

물론 집에서는 반대를 했지만 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학창시절 육상선수로도 활동했던 그는 모든 운동에 매력을 느꼈고 그것과 관련된 것은 뭐든지 하고 싶었다. 10년 전 킥복싱을 접한 후에는 킥복싱 체육관의 관장을 맡았다.

안 해본 운동이 없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사항인데 그는 더욱 이색적인 특색을 가지고 있다. 물구나무를 선 채 50M 달리기가 식은 죽 먹기라는 것. 어느 날 TV에서 물구나무서서 뛰기도 하고 기네스북에도 도전하는 사람을 보고 그 역시 운동으로 다져진 자신감으로 과감히 도전해봤다. 그의 기록은 21. 8초로 23초였던 한국 기록을 깨는데 성공했고 17초 44인 세계 신기록을 깨기 위해 준비 중이다.

KBS 주최로 ‘전국 물구나무서서 씨름대회’에 출전한 경험도 있다. 체조 선수 출신들이 400여명 참가했고 일반인은 두 명에 불과했지만 그는 여기서 준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지금도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다.

“충남 금산에 위치한 대둔산에 가면 구름다리가 있지 않습니까. 그곳도 무서워하면서 건너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사람들 앞에서 물구나무서서 건너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박수갈채도 받았어요.”

주변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며 놀랠 수밖에 없다. 물구나무서서 자갈밭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수십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선다. TV 속 진기명기쇼나 기인열전에나 나올법한 그는 그렇기에 방송 출연 요청도 많이 받는다.

요즘은 물구나무서서 박수치기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초당 3회 이상 치지만 언젠가는 기네스북에 도전할 계획. 그가 이런 도전을 하는 이유는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하고 싶은 심리 때문은 아니다. 물구나무서기는 끝까지 도전해야 할 영역이라며 오기로 무장한 그에게는 한국인 특유의 근성이 드러난다.

몇 해 전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던 황 관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그의 꿈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체육관을 짓는 것. 체육관과 더불어 건강에 대한 상식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공기 좋은 곳에서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운동과 함께 삶을 보내는 기인 황재남 관장. 언젠가 TV에서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는 그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