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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눈 속을 걸어서> 포스터
연극 <눈 속을 걸어서> 포스터 ⓒ 백수광부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캣츠>를 굉장한 뮤지컬이라고 평한다. <캣츠>가 이처럼 극찬을 받는 이유는 첫째 고양이들을 인격화하여 재미있게 표현한 상상력 때문일 것이다. <캣츠>의 주된 스토리는 고양이들의 세계를 인간 세계와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풍자와 재미를 동시에 전한다.

또한 고양이들이 무대 밖으로 뛰어나와 관객과 소통하는 장면 구성은 캣츠가 지닌 가장 큰 매력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캣츠 마니아들의 경우 통로로 뛰쳐나오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기 위해 일부러 복도 근처 좌석을 예약하는 모습까지 보여 주었다.

이 뮤지컬의 비용이 만만치 않고 영어로 공연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면, 연극 <눈 속을 걸어서>를 보러 가면 어떨까?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만큼 배우들의 표정 연기와 생동감이 직접 느껴지는 공연을 통해 '캣츠' 못지 않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눈 속을 걸어서>는 일본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기타무라 소오의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언니 신코와 칸코가 여우 비행 학교로 초대를 받는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눈 속에서 길을 잃고 추위에 떨고 있는 자매에게 갑자기 찾아온 비행사 여우는 일곱 숲으로의 초대장을 건네준다. 자매는 이 초대장에 나와 있는 길을 따라 여우 비행학교를 찾아가고, 연극의 주된 스토리는 이 비행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여우 비행사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눈 속에서 길을 잃은 자매
눈 속에서 길을 잃은 자매 ⓒ 백수광부
<눈 속을 걸어서>를 캣츠와 비교하게 되는 이유는 우선 연극 곳곳에 뮤지컬처럼 노래와 춤을 넣었다는 점이다. 연극이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다양한 노래와 춤을 보여줌으로써 뮤지컬과의 조우를 시도한 점이 이 연극의 특징 중 하나이다.

또 다른 하나는 캣츠의 매력이었던 고양이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나오는 장면들을 이 연극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캣츠가 대공연장을 이용하는 덕분에 제약성을 지닌 반면, <눈 속의 걸어서>의 여우 비행사들은 소극장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보다 유연성 있는 무대 활용을 보여준다.

무대 장치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여기저기 뛰어나오는 여우들을 통해 배우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기껏해야 8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우들의 잔치는 관객들에게 연극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캣츠가 고양이들의 군무를 통한 화려함으로 승부한다면, <눈 속을 걸어서>는 여우로 분장한 배우들이 관객과 소통하는 친밀감과 생동감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선다. 그 재미와 생동감 속에 지구의 생성 이야기, 인간의 고독에 대한 성찰 등 깊이 있는 내용을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점 또한 연극 관람의 묘미를 더한다.

가볍고 재미있는 스토리 전개 속에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생각을 담았기에 그 주제성은 부담스럽지가 않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속에 녹아 들어간 철학적 내용은 잘 요리된 음식처럼 맛있게 다가온다.

최근에는 뮤지컬의 성행으로 공연 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꽤 커졌다. 잘 기획된 대규모의 뮤지컬도 좋지만, 소박하고 작은 연극 또한 뮤지컬 못지 않은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겨울밤, 한 편의 연극 관람을 통해 그런 작은 재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여우 비행 학교에서
여우 비행 학교에서 ⓒ 백수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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