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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총선이 1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다. 개헌을 할 수 있는 사상 초유의 거대 야권 대 의석수 50석이 채 되지 않는 원내 제3당 처지에 있는 여권과의 격돌이 그러하고 총선 결과에 따라 참여정부의 미래와 존속마저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이다.

때문인지 이번 총선을 임하는 각 당의 목표는 대범하고 자못 숙연하기까지 하다.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제1당이 되지 않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제1당을 목표로 하겠지만 최소 개헌저지선은 확보해야 하는 것이 내부의 고심일 테다. 민주당은 호남당이라는 이미지적 한계를 벗는데 힘을 쏟을 것이며, 자민련의 경우 다만 20석이라도 건져 원내교섭단체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다들 승부를 건다. 도박판에서나 쓰였던 올인(all in)이라는 말도 서슴없이 쓰는 걸 보면 이번 선거에 거는 각 당의 각오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이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스팩터클하고 서스펜스한 분위기가 이번 총선에서 재현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은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우선 여야를 막론하고 낡은 세력, 구질서와 구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세력과 사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통한 개혁국회의 창출이 가능할 것인가에 있다고 본다. 또 새로운 시대와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신 주류의 창출에 대한 국민적 지지정도, 망국적 지역패권질서의 패퇴 여부에도 의미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각 당이 처한 조건과 처지 실정이야 제각각이고 기대고 있는 전술과 전략 그리고 노선역시 천양지차지만 피해갈 수 없는 것은 국민의 변화에 대한 요구와 바람이고 시대역시 가파르게 변했다.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지난 대선시 노무현 당선을 통해 충격적으로 확인한 바 있으며,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렇게 당선되고 출범한 노무현 참여정부가 처해있는 참담하기까지 한 지금의 상황이다. 국민이 선출해준 대통령이요 정부이지만 도덕에 기반한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대통령직이라도 걸고 재신임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변화의 지점에 우리의 정치가 서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냉소가 증폭되어져 있으며, 대충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반증한다. 민도의 성숙과 불신의 눈으로 키워온 시퍼런 민심의 이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똑똑히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참으로 졸렬한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논리와 주장이 열린 사고로 국민참여와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창당했다는 열린우리당 대전시지부의 경선출마 후보군과 각 캠프 내에서 횡횡한다.

이들은 대전 서구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경선출마를 공식화한 박범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출마에 대해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우려를 표했다. 또 대전중구에서 경선출마를 하겠다는 김주현 변호사에 대해서는 김주현 변호사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대전민언련 홈페이지 등에 인신공격성 표현까지 서슴치 않으며 출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후발주자들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민주주의 일반원칙과 당헌 당규 등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이들의 논리는 대승적이지 못하다.

이들의 주장은 '불순한 의도(낙하산 운운)가 있을 수도 있다', '밥상차려 놓으니 숟가락만 들고 나타났다', '그동안 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등으로 다양하다. 물론 경선 당사자들이야 후발주자의 결합으로 상황의 복잡함과 인간적인 면에서의 서운함 그리고 위기감도 느낄 수 있고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17대 총선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했듯 정말 중대한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는 선거에서 심정적으로 반발하고 우려만으로 반대한다면 누가 어떤 사람이 지금에 와서 열린우리당의 경선후보로 출마할 것인가.

먼저 출마를 선언하고 먼저 창당한 사람들만 경선에 출마해야한다면 왜 중앙당에서는 경선출마자를 공개 모집하는가. 먼저 선언했다고 경선 출마가 가능하고 늦으면 안된다면 식의 논리는 왜곡된 기득권행사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민주주의고 ‘열린’우리당의 모습이란 말인가.

뿐만아니라 먼저 준비한 사람들의 경우 당의 기여도나 과거의 전력 등을 불문하고 창당공동준비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얻었고 나름대로 수개월 전부터 지역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으며, 사무실을 내고 현수막이라도 걸고 홍보할 수 있었고, 적게는 수 백명에서 많게는 수 천명까지 당원을 모아냈고 지지자를 확보했다. 지난한 노력과 정성의 결과였을 테다. 이들은 이미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수 킬로미터 앞에 와 있다.

반면 지금에서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하는 후발주자들의 경우는 어떠할까. 사무실 문제, 선거 캠프의 안정화문제, 지역의 활동과 인지도 제고 문제 등등에서 선발주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두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하는 사람과 창당 공동준비위원장으로 수개월동안 활동해온 선발주자들과 객관적으로 볼 때 누가 불리하고 누가 유리하단 말인가.

열린우리당이라는 당명에 걸맞게 열린사고로 후발주자들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뒤늦은 참여 결정에 서운함이 있을 수 도 있겠지만 선발주자답게 불리한 조건에서 새롭게 도전하고 출발하는 사람들을 격려해 줄 때 당원들과 유권자들의 진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경선이 흥행해야 본선에서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너도나도 경쟁력 있고 참신한 사람들이 열린 우리당의 경선에 참여할 때 열린우리당도 실력 있는 사람들의 집합처가 되고 붐업이 가능할 것 아닌가. 실력있다는 사람들을 이기고 본선에 진출한 사람들이야말로 이후 정치적 미래가 양양할 것 아닌가 말이다.

열린우리당에서 표방하는 국민참여와 당당한 경선, 그리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원칙과 자세만 갖는다면 정치는 재밌어 질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문호를 더욱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우리 유권자의 수준은 우려를 극복하고도 남을 만큼 높아져 있으며 그 역동성은 상상이상의 파괴력을 갖고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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