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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씨가 셀프로 찍은 자신의 모습
이종화씨가 셀프로 찍은 자신의 모습 ⓒ 권윤영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사람들은 표현하기 위해 살아가는 거라고. 그 사람이 너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진을 선택한 것이라고 이야기해줬습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만큼 무엇인가를 표현하기에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한테는 말이죠."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많은 표현 수단 중 사진을 통해, 그리고 홈페이지 라조르닷컴(www.rajor.com)이라는 사이버 상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한남대 재학생 이종화(25)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갖고 있는 카메라만 6대. 수동카메라, 디지털카메라, 로모 등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사진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아버지를 통해서였다. 아버지가 쓰던 카메라를 물려받음으로써 시진인생의 출발점 앞에 선 것.

그냥 스쳐지나가버릴 수 있는 하늘도 그는 렌즈 속에 담는다.
그냥 스쳐지나가버릴 수 있는 하늘도 그는 렌즈 속에 담는다. ⓒ 권윤영

"워낙에 선물 같은 것을 잘 하는 분도 아닌데 제가 대학에 입학하니 본인이 쓰시던 것을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땐 제가 카메라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고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거의 방치해두다시피 한 카메라를 우연한 기회에 사용하게 됐다. 하지만 수동 카메라의 기본적인 것도 몰랐던 터라 마음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는 서서히 오기가 발동했다. 책을 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특별히 누군가한테 사진을 배우지 않았지만 책이나 인터넷은 가장 좋은 사진 스승이었다.

그러다가 군대에서 로모(냉전시기 러시아에서 첩보용으로 만든 카메라. 몽환적인 느낌과 자연스런 색감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를 알게 됐다. 사진에 대한 열정이 생긴 것은 바로 로모 덕분이었다. 로모만의 매력이 좋았던 그는 군에서 제대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생활화하기 시작했다.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일상을 찍는다. 머리 위로 보이는 하늘을 렌즈에 담고, 사진 때문에 만난 좋은 사람들도 렌즈에 담는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에게 사진은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진을 찍게 되면 시야가 넓어져요. 하늘도 더 자주 보게 되고 평소에 그냥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죠. 바쁘고,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인데 남들이 정신없이 살아갈 때 세상이 이만큼 더 아름답다고 느끼게 해준다면 그것 또한 사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종화씨가 찍은 하늘이 특별한 의미로 와닿는다.
종화씨가 찍은 하늘이 특별한 의미로 와닿는다. ⓒ 권윤영
실제로 그가 찍은 노을 지는 도시 풍경이나 하늘 사진을 보고 몇몇 사람들은 “분명 내가 살고 있는 곳인데 왜 난 저 하늘을 보지 못했을까”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다.

아무리 사진이라는 취미를 사랑하는 그이긴 하지만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는 어느 순간 재미를 잃었다. 확실히 경제적인 면에서는 디카의 장점이 있지만 필름카메라로 시작해서인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카메라는 각자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고 상황에 따라,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비싸고 기능이 많은 카메라를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자신에게 맞고 그 카메라를 이해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

홈페이지 라조르닷컴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문을 열었다.

“일종의 자기만족이기도 합니다. 내 공간을 하나 가지고 있다는 것, 그곳을 통해서 사람들 만나는 것이 재밌더라고요.”

종화씨가 찍은 작품.
종화씨가 찍은 작품. ⓒ 권윤영
사실 가족들이나 친척들도 그의 홈페이지를 모른다. 홈페이지에 보이는 이미지와 밖에서 보이는 그의 이미지하고는 다른 점이 있다. 그를 먼저 알고 홈페이지를 알게 된 사람들은 “어? 너한테 이런 면이 있어?”라는 반응을 보이고 홈페이지를 보고 그를 보는 사람들은 "이미지 깬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홈페이지에 보이는 자신도 자신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은 사진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거나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좋아서 하는 거죠. 그런데 얼마 전에 누군가에게 내 사진을 통해서 위안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다행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사실 사진이나 에세이, 그림 같은 건 만들어낸 사람의 의도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의 전공은 기계공학이지만 사진을 다루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어한다. 어느 리서치회사에서 조사한 것을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20대 전반이나 중반에 가지는 취미에 따라서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 생각으로는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된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축복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사진이 좋고, 사진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요. 좋다는 이유하나만으로도 무엇인가를 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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