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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장식가 김은경씨
풍선장식가 김은경씨 ⓒ 권윤영

“풍선으로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풍선이 부풀어 나가는 것처럼 사람들의 희망도 부풀어 나가고 알록달록한 색상을 가진 것처럼 꿈도 다양하게 표현됐으면 좋겠습니다.”

풍선은 행사나 축제, 파티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풍선이 축제 분위기를 단번에 띄어주는 반가운 손님이라면 풍선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풍선장식가'는 마법사에 가깝다. 신데렐라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사람이 마법사이듯 파티가 일어나는 공간에서 오색찬란한 풍선으로 행복을 연출하는 마법사는 김은경(36)씨다.

(사)한국풍선협회 대전지부장이기도 한 그녀는 다소 생소한 풍선장식가라는 직업을 “여성부와 대전시가 주최한 2003년 여성신직업페스티발 100선에도 선정됐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지난 91년부터 남편과 함께 풍선 매장 가게를 시작했다. 풍선 아트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으니 초창기 멤버와 다를 바 없다. 현재 운영하는 매장은 중부권 최대 규모로 그녀의 남편 맹갑철씨 또한 (사)한국풍선협회 부회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

김은경씨가 만든 풍선장식. 화려한 전구로 장식된 트리도 부럽지 않다.
김은경씨가 만든 풍선장식. 화려한 전구로 장식된 트리도 부럽지 않다. ⓒ 권윤영
풍선아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무역대리업을 하던 남편의 영향이었다. 풍선 장식이 단지 긴 풍선을 꼬아 다양한 형태로 만드는 요술풍선이 아니라는 것과 하나의 예술로서의 잠재력은 그녀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10여년 전, 풍선 장식이 활성화되기 전이기에 특별히 기술을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다. 그녀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남편과 독학으로 풍선장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들어온 거라 영문으로 적혀있는 설명에 어려움도 있었죠. 가르쳐준 사람이 없으니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울 수밖에 없었답니다. 한 기업체 송년의 밤에서 밤새도록 몇 천개의 풍선을 불어서 천장에 매달았는데 행사 당일 끈을 잡아당겼는데도 내려오지 않아 고생한 기억이 새롭네요.”

독학으로 배운 기술이 이제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국제공인 풍선장식 자격증(Certified Balloon Artist)을 취득했고 대전지역에서 강연을 제일 먼저 시작했다. 지금도 틈틈이 백화점 문화센터와 대학에 강연을 나간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풍선장식가 대부분이 그녀가 배출한 사람들. 한국풍선협회 설립도 그녀가 주축이 돼서 설립했다.

풍선만으로도 깜찍한 눈사람이 탄생한다.
풍선만으로도 깜찍한 눈사람이 탄생한다. ⓒ 권윤영
“쉽게 터지는 풍선이라고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치기 십상. 풍선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게 없다. 인형은 물론 요즘 같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철이면 풍선 트리나, 산타클로스도 탄생한다. 불지 않는 풍선을 잘라서 만드는 장식 또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봉지에 넣어져 있는 풍선은 아무런 감동이 없는데 그 풍선으로 장식을 완성하면 열이면 열 모두 좋아하죠. 좋은 날에 풍선으로 인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희 또한 기쁠 수밖에요."

과거에는 이용하는 층이 얕아 수요가 많지 않았다. 어린이집 위주로 풍선이벤트를 했으나 요즘은 파티 붐이 일고 색다른 파티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돌잔치, 생일파티, 기업체 송년잔치, 프로포즈 등 여기저기서 그녀를 찾는다.

“풍선으로 깜짝 이벤트를 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재혼을 하려는 남성이 있었는데 여자 분이 결혼을 망설였나 봐요. 이벤트 후 여자 분이 풍선으로 감동 받고 우는 모습을 봤을 때도 너무 좋았지만 얼마 후에 청첩장이 왔더라고요. 풍선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기뻤습니다.”

풍선 산타할아버지가 매장으로 들어오는 손님을 맞는다.
풍선 산타할아버지가 매장으로 들어오는 손님을 맞는다. ⓒ 권윤영
그녀는 더 많은 풍선 동호인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자신의 매장에서 무료 강좌를 연다. 큰 행사에서만 풍선 장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행사에서 누구나 자신의 손으로 이벤트를 연출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다음 카페에 풍선사랑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할 정도로 풍선 보급에 열심이다.

크리스마스 철에다 각종 행사가 많아지는 연말이면 김은경씨는 더욱 바빠진다. 하지만 풍선과 함께 한 지난 10여년이 늘 행복했다고 자신하는 만큼, 바쁜 일과 속에서 그녀의 얼굴빛은 행복으로 물들고 있다.

“한 건물을 풍선 세상으로 만들고 싶어요. 강연장도 있어서 풍선도 배우고 차도 마시고 늘 새로운 이벤트가 있는 공간 말이에요. 늘 향기가 있는 요술의 집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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