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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저녁 고려대 학생회관에서는 12.1 평화수감자의 날 문화제가 열렸다.
지난 1일 저녁 고려대 학생회관에서는 12.1 평화수감자의 날 문화제가 열렸다. ⓒ 박신용철
"평화를 위해 수감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평화수감자의 날 문화제'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연대회의)는 1일 오후7시 고려대 제2학생회관 강당에서 12.1 평화수감자의 날 문화제 '부러진 총 이야기'를 개최했다.

문화제 입구에는 반전평화공동행동이 주최하는 12월 13일 '한국-중동 공동 반전행동' 포스터가 문화제 행사 포스터와 함께 붙어 있었고 안내 테이블에는 파병반대 범국민 서명운동과 평화관련 책자들과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2001년 12월 불교신자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오태양씨 등 병역거부자들과 예비 병역거부자들, 민가협 어머니들, 촛불시위 첫 제안자 앙마씨,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눈에 띄였고 문화제 참가자들 중에는 군복에 'peace'라는 글자를 직접 그린 군복을 입고 온 사람도 보였다.

12.1 평화수감자의 날 문화제 '부러진 총 이야기'사회를 본 나동혁(병역거부자)씨는 "강철민씨가 들어가던 날 생각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7일 동안 강철민씨와 같이 농성을 진행했는데 잠시 그를 기억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아침(평화인권연대)씨도 "연행되던 순간 같이 있던 사람들이 모두 울었다"며 "현재 광주 헌병대에 수감 중에 있는 그가 무죄임을 함께 주장해가자"고 제안했다. 곧이어 강씨의 연행 당시 상황을 담은 '철민이와 헤어지던 날' 영상이 강당 안을 가득 메웠다.

ⓒ 박신용철

12월 1일 평화수감인의 날은 1956년 12월 1일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 WRI. 네덜란드)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전쟁에 반대하며 비폭력 행동을 하다 수감된 평화수감자들의 명단을 발표하고 WRI 모든 지부 회원들에게 수감자들에게 엽서나 편지를 보내도록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WRI는 매년 전세계 평화수감자들의 '명예로운 명단'을 발표하고 특별히 한 국가나 지역 혹은 평화이슈를 선정해 그곳 평화수감자들의 현황과 평화이슈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으며 이날을 전후해 전세계적에서 평화수감자들에게 편지 보내기, 선전전, 거리공연 등이 진행된다. 올해는 특별히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됐다.

이날은 전세계에서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권운동을 지지하는 연대메세지가 전달됐다.

남아공 녹색행동그룹인 '그린액션 에코피스' 미첼 그라프 대사는 연대 메세지를 통해 "비폭력 저항을 하는 모든 평화수감자와 지지자들에게 연대를 보낸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징병제도가 하루빨리 사라지길 기원한다"고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WRI 지부 피터존스 의장과 독일 WRI도 연대 메세지를 보냈다. 독일 WRI 지부는 "독일은 징병제도가 지속되는 동안 수많은 병역거부자들이 수감되거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면서도 "이제는 민간대체복무제가 수행되고 있지만 군사부분, 전쟁에 협력하는 모든 민간대체복무도 거부해 수감되고 있다"고 전했다.

병역거부자 '보챙'씨가 시사풍자 판소리 '사인사색'을 부르고 있다.
병역거부자 '보챙'씨가 시사풍자 판소리 '사인사색'을 부르고 있다. ⓒ 박신용철

병역거부자와 예비 병역거부자들이 준비하고 무대를 꾸민 이날 문화제는 '보챙(본명 김석민. 병역거부자. 서울대)'씨의 판소리 '사인사색'이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선택적 병역거부자 강철민씨'를 빗댄 대목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박기범(동화작가)씨의 단식을 풍자한 그의 '아니리'가 재미를 더했다.

"노무현과 강철민의 공통점은 '올인 정국'이여. 노무현은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지랄이고 강철민은 이등병이 군대가 있다가 못해먹겠다고 지랄이여. 그런데 둘이 차이가 있어. 나쁜 놈 노무현은 국민들이 개혁을 바라고 뽑아 놨더니 남의 것 가지고 지랄이고 착한 놈 강철민은 지것 가지고 지랄이여. 강철민은 등신이여"

"기기묘묘한 놈이 있어. 그놈은 '최병렬'이라는 놈이여. 이놈이 뉴스를 보니 이로코롬 앉아 있는디 그 뒤에 '나라를 구하겠습니다'라고 적어 있더란 말이여. 가만 생각해보니 말이 되는 거 같어. 박기범 이놈도 심난한 놈이여. 파병반대 서명하다 안되고 동화 쓰다가 안되니 이라크 파병결정 철회될 때까지 굶는댜. 어쨌든 두놈이 나라를 구하긴 할 것 같은디."

이날 문화제에서 한홍구 교수와 병역거부자들이 자신의 소장품을 걸고 병역거부운동에 대한 퀴즈를 내고 있다.
이날 문화제에서 한홍구 교수와 병역거부자들이 자신의 소장품을 걸고 병역거부운동에 대한 퀴즈를 내고 있다. ⓒ 박신용철

12.1 평화수감인의 날 문화제 '부러진 총 이야기'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실형선고로 직결되는 현실과는 다르게 발랄하고 활력 있는 시간들로 채워졌다. 병역거부자들이 자신들의 소장품을 들고 나와 자신의 병역거부배경을 설명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에 대한 간단한 퀴즈를 내기도 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한국현대사'를 소장품으로 내놓았고 임성환(출판사 아웃사이더 대표)씨는 홍세화씨의 친필 사인이 된 여러 권의 책을, 성적 소수자이면서 병역거부자인 임태훈씨는 12월 1일 세계 AISD의 날을 맞아 콘돔과 러브젤을, 예비 병역거부자인 이용석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CD에 담아 소장품으로 내놓았다.

조광래(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병역거부자)씨는 "평화적인 일에 모임을 갖는 여러분이 있어 감사하다"며 "평화적인 모임이 계속되었으면 바라고 평화적 활동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져 대체복무제도가 잘 실현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민가협 회원이 병역거부자에게 고난의 상징인 '보랏빛 손수건'을 목에 걸어주고 있다.
민가협 회원이 병역거부자에게 고난의 상징인 '보랏빛 손수건'을 목에 걸어주고 있다. ⓒ 박신용철
정춘국(여호와의 증인. 병역거부자 7년10개월 복역)씨도 "젊은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 자신의 신념과 소신대로 걸어가는 것은 작게는 자신, 가족에서부터 국가와 세계로 뻗어 가는 출발점, 시작점이 된다"며 "꾸준히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홍구 교수는 연대회의 경과보고를 통해 "한국사회의 인권문제가 대부분 풀리고 이주노동자문제가 제기되고 전통적인 인권문제인 비전향 장기수가 북송된 후 2001년 <한겨레>보도에 의해 1600여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감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부랴부랴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었다"면서 "2001년 대만의 대체복무제도 현장 시찰한 팀들이 중심이 되어 여호와의 증인 구속자 석방운동을 전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12월 여호와의 증인이나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인이 아닌 오태양씨가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면서 이듬해 2월 연대회의가 결성되었다"며 "40여개 인권단체가 참여하고 있고 10명의 병역거부자들과 20여명의 예비 병역거부자들이 나왔으며 현역병 강철민씨의 선택적 병역거부까지 다양한 병역거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은 군대 인권문제가 상당히 제기될 수 있었던 것과 민주주의의 가장 밑바닥인 양심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데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강조했다.

민가협 회원들과 병역거부자들 그리고 문화제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을 부르고 있다.
민가협 회원들과 병역거부자들 그리고 문화제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을 부르고 있다. ⓒ 박신용철

이날 문화제에는 여러 명의 민가협 회원들도 참석했다. 김기란 민가협 전 대표는 "젊은이들의 소중한 용기가 어머니들에게도 용기를 준다"면서 "우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많아져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도소에 있는 104명의 양심수와 수백명의 한총련 관련 양심수들과도 연대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라크에 안가도 돼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민가협 어머니들은 병역거부자들에게 '고난의 상징인 보랏빛 손수건'을 목에 걸어주고 손을 마주 잡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불렀고 참가자들도 손 맞잡고 함께 불렀다.

이어 병역거부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연출한 '평화의 몸짓' 포퍼먼스도 선보였다. 군사주의 문화의 몰개성과 폭력성을 벗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자신들의 삶을 빗댄 공연이었고 반전밴드 '재활센터'의 신나는 공연으로 이날 문화제는 마무리되었다.

"양심적 병역거부, 성숙사회 만드는 일"
[현장인터뷰]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만나다

12.1 평화수감인의 날 문화제 '부러진 총 이야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이 사회화되기 전 병역거부를 한 사람에서부터 종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입대를 앞두고 있는 병역거부자들을 만나왔다.

△임태훈씨(동성애자. 병역거부자)=오래 전부터 병역거부를 고민했고 징병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병역거부는 성적 소수자여서 더 쉬웠는지 모른다. 대체복부제도를 할 수 있다면 AIDS 감염자들의 병간호를 하고 싶다.

△이용석씨(대학졸업예정자. 예비 병역거부자)=2002년 9월 12일 나동혁씨의 병역거부 선언시 20여명의 예비 병역거부자들 중 한 명이었다. 병역거부를 한 것은 이 사람들과 한국사회를 바꾸겠다는 것이었는데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내 마음에 솔직히 살아가는 것부터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최정민씨(여성. 병역거부자)=여성이 병역거부운동을 하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군가산점 폐지운동에서 보여준 남성들의 공격이 그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정진우 목사(월곡교회)=나는 병역거부자가 아니다. 2000년경 우연한 기회에 오태양씨를 계기로 양심적 병역거부문제를 알게 됐다. 그동안 여호와의 증인이 이단이고 별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분들의 진심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역사와 사람들에게 못할 짓을 많이 한 기독교의 지은 죄를 닦아내고 할 수 있다면 힘 닿는데 까지 도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는 단지 여호와의 증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한 인권 사회,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와 후손을 위한 일이라고 본다.
/ 박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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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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