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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
<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 ⓒ 책세상
“화폐는 단순한 경제현상으로, 또한 경제학의 한 측면으로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화폐는 사회적 갈등의 외부에 존재하는 경제적 사실이 아니라 사회적 모순과 분열을 구성하는 권력 관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멕시코 칸쿤에서 WTO 각료회의는 그 화폐를 더 많이 취득하고자 하는 나라, 기업의 입김이 작용한 이익 다툼의 장이었다. 충만한 화폐들로 가득 찬 선진 자본국들의 욕심에 기초한 저개발국가에 대한 경제 불평등 강요는 결국 이 회의를 파국으로 이끌었다. 경제 패권국의 단순한 이익의 추구로 인해,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지역에서는 생존권의 박탈을 몰고 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대공황을 겪은 후, 케인즈주의(자본주의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으로, 케인즈의 경제 이론을 이어 받아, 정책면에서는 국가에 의한 유효 수요의 증감 조절을 통해 대량 실업과 불황의 완화를 도모하고, 자본주의의 수정을 추진하려 함...<네이버 백과사전> 참조)와 포드주의(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표준화된 상품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그 이익을 분배해,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조화를 추구한 이론...<네이버 백과사전> 참조)는 세계의 경제상황을 안정시켰지만 1970-80년대로 접어들면서, 경제의 침체와, 인플레이션 발생, 수익성의 위기, 생산성 후퇴로 말미암아 신자유주의의 태동을 막아내지 못한다.

이로 인해, 신자유주의가 미국과 유럽에서, 그 위용을 날리면서, 세계는 경제라는 이름으로 통합화가 시도되고, 화폐가 생산과 교역을 기반으로 한 실물 경제축을 벗어나 세계 경제의 안정을 해치고, 경제의 흐름을 장악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저자는 “지구화의 문제점이 가장 극명히 드러나고 있는 곳은 국제금융시장”이라고 지적한다. “화폐의 가격인 이자가 생산성 발전 및 이윤 생산이라는 실물적인 노동사회적 조건으로부터 이탈되어 형성될 때, 그 이자는 실물경제의 수행 능력을 극도로 긴장”시키고 경제상황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1997년에 맞닥뜨려야 했던 IMF는, 실물경제의 범위를 초월해 버린 화폐단위의 위력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세계에 유통되는 대단위의 단기 자본이 유출되면서, 경제기반이 무너져 국가적 모라토리엄의 상황까지 처했던 것이다.

유럽에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에 의해 제안된 제 3의 길은 여전히 신자유주의의 잔해 위에서 여전히 신자유주의적 망령을 쫓는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세계적 경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대안적 지구화의 길을 제시한다. 그는 신자유주의로부터 결별을 통해, 시장에 대한 정치적 규제와 조절을 통해 오늘날의 지구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안적 지구화의 길을 네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국제금융시장의 규제이다. 단기자본의 규제 없는 이동은 한나라의 경제도 순식간에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를 제지할 세계적인 시민단체가 탄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시민단체인 금융거래과세연합(Association for the Taxation of financial Transactions for the Aid of Citizens-ATTAC)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해당기구의 모니터링, 자본이동에 대한 통제 등을 통해 화폐적 자립화를 제한하는 안정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구적인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 358명의 부자가 전세계의 절반의 재산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빈곤한 제 3세계 국가들에 대한 외채의 전면 탕감, 선진국 개발원조기금의 증대, 국제금융시장의 거래에 대한 과세와 수입을 제 3세계로 이전하는 등의 조치를 제안한다.

만약 이러한 일련의 행동이 취해지지 않는다면, 이에 대항하는 테러와, 대량 살상 등을 통해 저항하는 국가와 집단의 출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있고, 세계화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이면에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패권적인 소수가, 세계를 지배하고, 착취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저항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현재의 경제성장에만 집착하는 행태로는 지구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유시장과 이윤 추구 등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더욱 규제해 나가고, 에너지의 사용에 대한 세금을 대폭적으로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전 지구적, 지역적 국제협력기구의 설립을 이야기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IMF, G7, OECD, WTO 등은 세계가 안고 있는, 화폐지상주의를 타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적 지구화를 규제하고 조절할 기구의 창설을 요구한다. 만약 “전 지구적으로 정치협력을 이루지 못하면 미래에 민주주의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화폐의 파괴력은 화폐의 권력이 정치적으로 조절되고 제한될 때에만 완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선진 자본가들에 의한 금융의 세계 지배를 정치적으로 막아내야 하고, 또 막을 수 있다고 그는 전망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사람들 사이의 연대를 모색한다. 그래서 그는 여성운동, 환경운동, 시민운동 등의 여러 운동의 저항과 투쟁, 그리고 전 지구적 연대가 대안적 지구화의 길에 들어설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보고 있다. 경제의 단일화를 추구하는 서방국들의 전략에 맞서, 투쟁하는 반세계화 운동단체들에게서 희망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

구춘권 지음, 책세상(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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