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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평화회의에서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대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평화회의에서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대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면 동북아 안보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6개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협력하는 최초의 선례를 남길 것이다. 6자 회담이 지속적으로 협력을 모색하는 6자 그룹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 동안 미 부시 행정부의 대북 관련 강경발언만 들어오다가 모처럼 전직 미 관료의 대북 평화정책 발언에 휴일 토론회를 찾은 1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일 오후 1시 30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참여연대·SBS 공동주최 <한반도 위기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향하여> 국제평화회의에서 '페리 보고서'로 유명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위와 같이 말하며 한반도, 동북아 평화를 기원했다.

윌리엄 페리 미국 전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 미국 전 국방장관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페리 전 장관은 "부시 정부가 클린턴의 대북정책을 무시한 뒤 북측은 이에 맞대응해 위기상황을 맞았고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 또한 일관되지 않아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페리 전 장관은 그러나 "북의 핵 관련 도발은 '핵무기 관련 여러 국제 합의를 어기고 있는' 94년, 98년과 다를 바 없다. 다만 한미의 공통적인 이해가 없을 뿐"이라고 말해 북측의 반응에 한미일 세 나라의 공조 부재를 최근 북핵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페리 전 장관은 "이런 가운데 부시가 '다자틀 내에서 북에게 체제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대신 북이 핵프로그램 해체하는 방법'을 제안했고 북도 검토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6자회담이 열리게 됐다"며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핵시설을 위한 너무나 작은 수천 개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어디에 있는지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지나친 긴장완화는 경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페리 전 장관은 또 "부시 행정부 들어 국방부 내 강경파에 목소리가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미 국방부에 강경파 일색'이라고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내가 국방부에서 근무할 때는 미국을 일방주의자라고 하지 않았다. 강경파는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미 국방부에 대한 비판에 대해 변호하기도 했다.

"한국 다자틀 안에서 주도적 역할 해야"

페리 전 국방장관은 누구?

페리(William J. Perry)는 1927년 10월 11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반더그리프트라는 작은 도시에서 식료품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해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페리는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서 같은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방 관련 기술업체에서 근무했으며 카터 행정부에 스카우트돼 77년부터 4년간 연구 및 개발 담당 국방차관을 역임했다. 81년 차관직에서 물러난 뒤 은행 부사장을 지냈고 85년엔 투자자문회사를 직접 운영했다. 이후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차관직을 지내다가 전임 레스 애스핀 장관이 소말리아 사태 등으로 물러나자 94년 장관이 됐다.

98년 11월엔 '대북정책 조정관'이란 직책으로 방북 하는 등 활동을 펼친 뒤 '페리 보고서(Perry Process)'를 발표,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난 7월 15일 페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서 안보와 한반도관련 전문가로 미국의 대북정책의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많은 전문가중 가장 저명한 인사 중 한 명"이라고 그를 소개한 바 있다. / 강이종행 기자
이어진 1부 주제 발표에서 제임스 레이니(James T. Laney, 미 에모리대학 명예총장) 전 주한 미대사 역시 "미국이 지금까지의 동북아를 지배하려는 생각을 벗고 동북아 다자틀 가운데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 가운데 한·미·일·중·러 5개국의 기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 자신도 이 기구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동시에 결국에는 기구에 참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레이니 전 대사는 또 "세계 12위 경제 대국으로 한국은 과거의 수동적이고 '우물 안의 개구리' 식 대응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며 "강한 힘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국이 좀 더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미국이 겉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원한다지만 속으로는 분단을 원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못박은 뒤, "미국은 협력이나 경제협력 또는 교역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이런 대립관계 통해 원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1부에서 페리 전 장관과 레이니 전 주한미 대사의 발표 뒤,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이 "북미 갈등의 평화적 해결방안 - 한국 시민사회의 관점"이란 제목으로 주제 강연을 했고 이어 오재식 월드비젼 아태지역본부 북한사업부장과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이어 '부시 행정부의 동북아전략과 대안적 동북아 협력안보방안'이란 제목으로 열린 2부 회의에서는 히로미치 우메바야시 피스 데포 대표의 발제와 함께 함택영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리언 시걸 사회과학연구원의 주제 관련 발언이 있었다.

한편 이날 페리 전 장관은 지난 94년 첫 번째 북핵 위기를 회상하며 "10년 전 일이지만 10전처럼 뚜렷이 기억한다"며 "당시 국방장관으로서 북이 핵 무기를 생산한다면 전세계의 비극적 결말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 발언 뒤, 북한이 공격해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어떤 군을 투입시킬지, 북을 후퇴시키려면 얼마가 걸릴 지 등을 며칠간 심각하게 검토하기도 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회의를 찾은 참가자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한 참가자는 "부시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것을 그나마 해소시키는 자리였다"며 "이런 자리가 미국의 정책에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30일 열린 국제평화회의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발제를 듣고 있다.
30일 열린 국제평화회의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발제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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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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