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개관된지 1년 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구상문학관 2층 도서관은 일부 책장이 텅 비어있어 썰렁한 분위기다.
개관된지 1년 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구상문학관 2층 도서관은 일부 책장이 텅 비어있어 썰렁한 분위기다. ⓒ 이성원
건립 당초부터 말썽이 많았던 구상문학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았지만 도서관 등이 지금까지 문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문학관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문학관 설립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칠곡군은 지역문예 진흥의 일환으로 22억6천만원(국비 10억원, 군비 12억6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왜관읍 왜관리 785-84번지 1천611㎡의 부지에 구상문학관을 건립, 지난해 10월4일 개관했다.

문학관 1층에는 구상시인의 문학과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사진과 서화, 서간문 등을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구상 시인 소장도서 200권을 포함한 2만2천권의 책이 비치돼 있는 2층 도서관은 구상문학관이 개관된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일부 책장은 텅 비어 있어 썰렁한 분위기다.

군은 지난 8월10일자로 이곳 도서관 9급 사서직 공무원 서모(여)씨를 발령, 현재 도서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서씨는 "올해 안으로 혼자서 도서정리를 끝내기가 벅차다"고 밝혀 구상문학관 도서관이 언제 개관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 문학관 2층 열람실도 개방되지 않은 상태고, 2층 사랑방도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름난 작가를 배출한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문학관을 앞세워 이를 관광자원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칠곡군은 이 마인드(Mind)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칠곡군 구상문학관 관계자는 "하루 평균 방문객수는 통계를 내보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구상문학관 방명록에 기록된 방문객수는 2002년 12월27일부터 지난 7일 현재까지 모두 714명(하루 평균 2.5명)이다. 물론 방명록에 기록하지 않은 이용객도 있다. 그러나 수십억원의 공공예산을 들여 건립한 구상문학관이 이처럼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문학관을 무엇 때문에 건립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상문학관은 건립사업 추진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이름이 구상문학관이지 실제로는 구상 시인 개인을 위한 기념관이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사람의 기념관이 웬 말인가? ▲굳이 기념관을 건립하려면 구상 시인의 생가를 그대로 두고 활용해야 한다. ▲기념관 건립에 필요한 공공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상 시인 생가 부지를 시민혈세로 매입하면서까지 개인문학관을 세워야 하나….

구상문학관이 개관한지 1년이 지났지만 구상 시인 개인 기념관에 그치고 있어 이같은 논란은 더욱 가열될 수 있다. 실제로 막대한 공공예산을 들여 건립한 구상문학관은 군직원 2명과 공익요원을 파견해 놓고도 구상 시인 개인 소장품과 영상관이 있는 1층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구상기념관'으로 전락한 구상문학관을 당초 설립취지를 살려 명실상부한 지역문예 진흥공간, 즉 '칠곡문예관'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주민들과 학생 등이 구상문학관에서 구상의 시를 함께 논하며 문학관을 지역문화의 장으로 활용할 때 구상문학관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관읍 왜관리에 사는 배모(36)씨는 "당시 구상문학관 건립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했으나 이미 문학관이 개관된 마당에 칠곡군민이 즐겨 찾는 지역문예의 전당으로 자리잡아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 문학관을 방문했을 때 개인 박물관 같이 느껴졌다"며 "청소년들에게는 문학관 보다 관내 시설이 미비한 공공도서관과 공부방 공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칠곡군 관계공무원은 "당시 문화관광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문학관 설립을 권유해 프랑스 문인협회에서 세계 200대 시인으로 선정한 구상 시인의 작품세계를 그가 활동했던 칠곡지역에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구상문학관을 건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이효석문학관'은 지역 주민을 위한 문학강좌 및 대학생·일반인을 위한 문학캠프, 세미나·시화전·문학의 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회촌마을 '토지문화관'은 소설가 박경리씨가 '토지'를 집필했던 원주시 단구동 자택이 택지개발지로 편입되자 그 보상금을 내놓아 1999년 창작·예술 지원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이 문화관은 박경리씨를 기념하는 전시물은 없지만 텃밭을 일구면서 병마 속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작가의 혼을 느낄 수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