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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 대전공장 야구팀 'Dreams' 단원들
유한킴벌리 대전공장 야구팀 'Dreams' 단원들 ⓒ 권윤영
공포의 외인구단이 나타났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실력으로 무장한 이들은 유한킴벌리 대전공장 야구팀 ‘Dreams’(단장 유재진). 이들은 야구를 통해 함께 모여 꿈을 꾸고, 배우고, 땀 흘리는 진정한 자유인이라는 뜻을 가진 팀이다.

지난 98년 창단을 한 유한킴벌리 야구팀은 사내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20여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다. 창단 후 대덕 연구 단지 연구소 및 관공서 야구팀들이 주축이 된 ‘사이언스 리그’에 참가한 이들은 첫 경기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첫 경기를 정부 종합청사 통계청 팀과 했는데 결과는 11대 10으로 7회 말에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실력이 없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승리를 했어요.”

이후 성적은 15전 2승 3무 10패. 그나마 나머지 1승은 상대 팀의 선수가 부족해 기권패로 얻게 된 승리였다. 이들의 창단 초창기 야구일지는 실수연발, 좌충우돌. 그야말로 한편의 코미디 영화를 방불케 한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무사만루 상황이 됐는데 갑자기 1루에 나가있던 주자가 2루로 도루를 하는 바람에 2루에 2명의 주자가 서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주변 공사장 착암기 소리를 타자가 볼을 때려 파울 된 것으로 착각한 2루 주자가 다시 1루로 뛰어 가다가 아웃되는 사건도 있었죠.”

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뽑는 일화는 빈볼 사건. 투수가 던진 볼을 포수가 놓쳐서 뒤편에 있는 그물망에 공이 끼었는데 도루를 하는 상대팀 주자를 보고 포수가 공을 빼내 3루로 던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공은 보이지 않았다. 포수가 급한 나머지 볼이 그물망에서 빠지기도 전에 볼도 없이 던지는 시늉만 했던 것이다.

처음으로 홈런을 치고도 흥분하여 2루 베이스를 밟지 않고 도루를 하는 바람에 상대팀의 어필로 아웃된 홈런 아웃 사건도 있었다. 교체할 투수가 없어 한 회에 포볼과 몸에 맞는 데드볼로 8점까지 실점을 하고도 콜드 게임을 당했던 일은 조금은 씁쓸하고도 가슴 아픈 기억이다.

“저희 회사는 교대 근무를 하는데 근무 특성상 9명이란 선수를 채우지 못하고 나오기로 한 선수가 갑자기 근무가 변경 돼 기권패 한 적도 있어요.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9명 중 5명이 야간 근무를 하고 나와서 게임을 했던 일, 월차를 내 참가한 야구 게임이 비가 내려서 취소됐던 일들이 머리에 스칩니다.”

이들을 더욱 민망하게 한 것은 왕 초보적인 모습들을 바라보는 상대팀과 심판들의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었다.

이들이 받은 트로피가 사무실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받은 트로피가 사무실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 권윤영
사정이 이렇다보니 갈등과 반목도 생겨났다. 팀을 만들 때는 야구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지만 속사정은 그게 아니었다. 시합이 거듭될수록 자신들이 초라해지기 시작했고 한계를 느꼈다.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그로 인해 행복한 꿈을 꾸자던 동료들끼리 결과에 대해 원망하고 비웃는 일이 많아졌다.

결국 이들은 야구팀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개인 기량과 팀워크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재정비를 위한 목표를 설정했다. 배팅 훈련, 팀 훈련, 도루 훈련 등 이론 훈련도 병행했고 전직 한화 이글스 투수 출신 한희민 씨를 초청해 3개월 간 특별훈련을 받기도 했다. 우연히 신입사원 가운데 한화이글스 프로선수 출신인 강민수씨가 들어왔고 그 역시 팀의 야구기초를 닦아주는데 한 몫을 했다.

실수투성이의 나날이었지만 감동적인 스토리도 존재한다. 지난 2001년과 2002년에는 대전시 시장기 직장인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문화관광부 장관기 전국 직장인 야구대회에 대전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첫 출전이라 좋은 성적은 내지 못했지만 Dreams의 가슴에는 또 하나의 추억을 아로새겼다.

유재진(44) 단장은 “많은 시행착오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서서히 팀이란 게 무엇인지, 팀에 있어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아 가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더불어 협동하고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만들어놓은 결과가 훨씬 값지고 감동이 깊다는 평범한 진실들을 배워나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올해 시장기 대회에서는 교육청 팀을 상대로 승리를 한 후 전자통신연구소와 준결승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주에 열릴 경기를 대비해 퇴근시간 후에도 운동장에 남아 야구연습을 하는 팀원들의 눈빛 속에 다부진 의지가 엿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일과 일터를 더욱 사랑하는 촉매제로 야구를 선택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라고 얘기하는 유한킴벌리 Dreams. 이들은 진정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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