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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옥 전경.
조선일보 사옥 전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외교기관 100m 이내 집회금지 위헌' 결정 직후 본사 주변 집회신고를 '싹쓸이' 선점한 것으로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다.

두 신문사는 각각 홍보 캠페인과 청사 환경정비를 집회 목적으로 신고했는데, 속내는 시민단체 등의 항의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먼저 접수된 집회신고만 인정하도록 돼 있어 이들을 제외한 다른 단체는 신고 기간 동안 두 신문사 앞에서 시위를 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지난 30일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온 직후인 오후 6시30분, 본사 총무국 명의로 '조선일보 홍보 캠페인' 집회를 남대문 경찰서에 신고했다.

조선은 영국대사관 뒤편 조선일보 빌딩 등 본사 주변에 대해 오는 12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장기집회 신고를 했다. 더불은 조선은 11월의 일부 시간에 대해서도 집회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남대문서측은 "평상시에는 오후6시까지 접수를 받는데 해당 판결이 난 뒤 신고하려는 사람이 많이 밀려 있어 시간을 넘어서 접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사옥 전경.
동아일보 사옥 전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동아일보 역시 31일 정오쯤, 오는 11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환경정비' 집회를 사옥 주변에서 열겠다고 종로경찰서에 신고했다. 동아는 소속 사원 명의로 신고했다.

종로경찰서측은 "회사 명의는 아니나 자사 사원이 사옥 청사 환경을 정비한다는 이유로 장기집회를 낸 것으로 봐서 '방어용'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본사 사옥 주변 일대는 인근에 대사관 등이 위치한 관계로 '시위 청정' 지역에 속했다.

이에 반해 집회신고에 제한을 받지 않았던 중앙일보는 본사와 계열사 등이 각종 캠페인 명목으로 이미 오는 12월까지 사옥 앞 집회신고를 독점한 채 정작 행사 대부분을 열지 않아 '방어용 위장집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내년의 경우 31일 오후 3시 현재 따로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신문사의 발빠른 집회신고 독점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포함한 공민권 침해 행위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상임대표 김동민 외. 조반연)는 30일 '조선일보는 1년 내내 무슨 집회를 하려나' 제목의 성명을 내고 "조선일보의 장기 집회신고는 안티조선 진영과 언론운동 단체의 예상되는 집회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며 "법의 맹점을 악용해 시민들의 집회·시위 자유를 막는 몰염치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조반연은 "집시법의 헛점을 노려 공공장소일 것이 뻔한 사옥과 주변 도로 등을 1년2개월씩이나 독점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먹고 사는 언론으로서 스스로의 역할과 위상을 포기했다는 뜻"이라며 "조선일보는 더이상 언론의 자유를 말하고 집회의 자유를 들먹이며 헌법정신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반연은 조선일보에 대해 앞으로 1년2개월 동안 어떤 집회를 여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래는 31일 '조반연'이 낸 성명 전문이다.

조선·동아는 ‘반성의 집회’를 열어라
민언련 "선점 공간 뜻있게 활용‥아니면 철회하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과거 잘못을 반성하는 집회를 매일 열어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민언련)은 30일 조선과 동아의 집회신고 선점과 관련, "과거 반성의 뜻있는 공간으로 활용해달라"는 요지의 논평을 발표했다.

민언련은 논평을 통해 "어차피 선점한 집회 공간을 친일행적부터 독재정권 부역, 민주화운동 왜곡, 이라크 파병 선동 등 과거 잘못을 반성하는 자리로 뜻있게 활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민언련은 "반성의 집회를 열지 못한다면 집회신고를 철회해달라, 양심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이 조선·동아의 잘못을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조선·동아가 자성해야 할 과거로 △‘천황 폐하’를 위해 충성하고 △독재 정권에 부역하고 △민주화 운동과 민주인사들을 음해, 매도하고 △‘밤의 대통령’으로 군림하면서 국정을 농단하고 △자전거 경품으로 신문시장을 어지럽히고 △정당한 법집행을 ‘언론탄압’으로 몰아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악의적인 왜곡편파보도로 노동자·농민을 사지로 내몰고 △부시의 입이 되어 이라크 파병을 선동하고 △기타 왜곡편파로 혹세무민한 잘못 등을 열거했다.

민언련은 " 자칭 ‘일등 신문’ 조선일보가 매일 어떤 ‘홍보 캠페인’이 벌어질지 참으로 궁금하다"면서 "동아일보도 무슨 ‘환경정비’길래 1년이 넘는 집회가 필요한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마지막으로 "조선·동아는 평소 노동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엄격한 준법’을 강요했다"면서 "그런 신문들이 자사에 비판적인 집회를 봉쇄하기 위해 위장집회 신고를 해서야 되겠는가"고 비판했다. / 신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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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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