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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시간 학구열에 불타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의 모습
야자시간 학구열에 불타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의 모습 ⓒ 서강훈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함이 가득했던 교실이었던지라, 그것이 그다지 큰 소리는 아니었건만 교실 안에 있던 이들은 맨 뒷자리에 앉은 아이까지 모두 방귀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내 웃음바다로 돌변한 교실. 못 참겠다는 듯 박장대소를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너무 웃어서 배가 저리는지, 배를 감싸고 웃는 친구도 있었다.

한참 교실이 웃음으로 가득 차 있는데, 친구 아무개가 얼굴이 벌개져서는 연신 기침을 해 댄다. 그런데 그 기침이 방귀를 가리는 것이 뻔한 가식적인 기침이라서 그 친구 주변에 있는 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 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범인은 결국 아무개라는 게 만천하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교실이 조금 진정되는가 싶더니 한 친구가 갑자기 가짜 기침을 연발한다.

“에헷 에헷, 에취!” 그리고 또 다른 한 친구는 이에 보조를 맞추는 양, 입으로 가짜 방귀를 흉내 낸다.

“푹, 폭, 뿡” 그리하여 교실은 다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아무개 너 딱 걸렸어. 내일부터 학교생활 힘들어 질 거다.” 아무개를 이제부터 대놓고 놀리겠다며 장난스레 엄포를 놓는 친구들이다.

사건의 주인공인 그 친구는 운이 좋지 못했다. 안 그래도 심심해서 무어 재밌는 일 없을까하는 교실에서 딱 적임자가 나타난 격이니 그럴 수밖에….

고3이면 다 컸다고 할 무리들이 별 유치한 노릇을 한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사실, 교실에서 친구 한 놈이 방귀를 뀌었다는 것 자체는 우리에게는 워낙 다반사인 일이라 그다지 특별한 일이 될 수 없었다.

학교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며 밥 두끼며, 간식까지 먹는 것에 반해서, 종일 책상에만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이니 소화가 안 될 수밖에. 이러한 것을 나 자신도 매양 겪어오던 터라 친구 아무개의 방귀 사건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밥 먹고 나서 몇 십분 쉬고 바로 공부해야 하는 우리들이다. 그러다 보니 좀 더러운 이야기일 지언정 배에 가스가 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친구들도 가끔 방귀를 참느라 고생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흔하다고 할 수 있는 방귀가 어느 날 밤 야자시간의 학구열을 잠재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여태껏 ‘솔직한 방귀(?)’만 뀌어 온 교실에서, 기침을 가장한 ‘발칙한 방귀(?)’가 등장함에 따라서 그 녀석의 가식을 웃음으로 혼내 보자는 차원에서 그랬다고 설명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솔직한 방귀(?)’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처음에는 친구들이 참다못해서 수업시간에 실수로 방귀를 한 번 뀌더니, 요즘 들어서는 그네들이 뻔뻔하게 된 것인지 용감하게 된 것인지 방귀뀜에 머뭇거림이 없음은 물론이며 뀌고 나서도 당당하게 된 것을 이름이다.

어찌되었든 방귀 뀌고 나서도 의연한 친구들의 모습만을 보다 보니까, 이제는 일이 터져도 그럴러니 하고 있던 차에, 방귀를 뀌고 나서 재빨리 이를 숨기려 하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고는 그 어설픔에 웃음을 터뜨리게 되었던 것이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 차에, 야자시간에 있었던 일을 친구들과 이야기 하려는데 그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끝나자마자 가방을 챙겨서는 제일 먼저 가버린 그 친구. 몇 분이 지났을까. 그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다음날부터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될 터인데 고달파서 어찌 사나하는 한숨이다.

‘그러게 숨길 필요가 없는 것을 숨기니까 화근 이지’하고 나는 매몰차게 답장을 보냈다.

사실 별다른 가식도 없을 만치 친해져 버린 우리 반 아이들인데, 기침으로 숨길 필요가 있었는지. 아무개야 다음부턴 그냥 대놓고 뀌어 버리고는 내가 그랬다 해 버려라. 우리들 사이에 그게 뭐 대수냐. 단지 오랜 기간 회자될지는 모를지언정.

그래도 그 친구와 가장 먼저 짝을 했던 터라 그의 심정이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학기 초부터 ‘뭐야, 결벽증 아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깔끔한 이미지였던 친구이니 본인의 충격이 클 수밖에(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터지는 웃음을 막을 수 없는 것은 왜일까).

그건 그렇고 그 친구의 말대로 이미지 말끔했던 그와, 우리들을 방귀쟁이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런 것을 생각하는 일은 외람된 일 일까. 내 친구 방귀쟁이를 놀리며 머금는 마지막 웃음이 씁쓸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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