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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야생화 보러 놀러오세요."

인위적인 보호나 재배를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과 들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살아남기에 가장 적합한 곳에서 생육하는 야생화가 때로는 그리워진다. 최근 인위적인 꽃들보다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야생화를 전문적으로 기르는 농가가 늘고 있다. 산풀농원(대표 황인상)도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야생화 전문 농원이다.

이곳에서는 약 600여 평의 재배 하우스와 750여 평의 노지(露地)에 야생화를 재배하고 있다. 수변 식물을 위주로 노랑꽃창포, 줄, 할미꽃 등 약 40여 종이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모든 꽃들을 감상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흙만 담겨져 있는 것을 보고는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봄에 오면 봄꽃이 모두 피어 있는 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봄꽃이라 하더라도 1~2달 사이로 피어나기 때문에 어느 날은 한두 가지 꽃이 피기도 하고 어느 날은 여러 꽃이 피었다가 언제 그랬나는 듯 며칠 사이에 꽃이 지기도 한다.

동양란들은 꽃을 보기 위해 일 년을 기다리며 애지중지 관리하면서 일반 야생초는 그냥 놔두고 꽃만 보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 아닐까. 야생화 관상의 묘미는 꽃도 좋지만 봄에 흙을 뚫고 나오는 새싹을 보는 데 있다. 꽁꽁 얼었던 겨울이 지나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땅 속에 숨어 있던 뿌리에서 새싹이나 꽃대를 땅 밖으로 밀고 올라오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다.

산풀농원에서는 처음에 여러 야생초를 길러 왔으나 현재는 습지나 천변에 심어 수질 정화 능력이 뛰어난 식물 위주로 전환하여 재배하고 있다. 일반 야생화도 보유하고 있지만 야생화 재배 농가가 많이 생기면서 일부 식물은 과잉 생산이 되어 채산에 맞지 않는 식물이 나올 정도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아 영농조합(생태작물 영농조합)을 결성하여 각 농가별로 생산 품목을 적절히 조정한다.

상품 판로에 대한 한계와 대규모 야생화 재배 농가에 비해 소규모 농가는 가격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현실이 어려운 점. 하지만 야생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높다는 것은 희망으로 다가온다. 5~60대가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최근에는 젊은층도 관심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에서 야생화를 구입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가끔 산풀농원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농원에서는 일손을 놓고 일일이 설명해 가며 있을 수 없기에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전문 매장을 소개해 주거나 그곳에서 구입하기를 권하고 있다.

ⓒ 권윤영

지난 1996년부터 재배를 시작한 산풀농원의 황인상 대표는 "공주 계룡산 주변 온천리라는 마을에 살 때 뒷동산에서 피어나는 여러 야생화에 매료되어 텃밭 주변에 몇 뿌리 옮겨 심었으나 잘 살지 못하고 죽었다"며 "죽은 이유를 알고자 여러 책을 찾아 알아보다가 우리 식물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야생화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며 산풀농원을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농사도 지어 보지도 못한 황 대표로서는 무척 힘든 일일 수밖에 없었다. 여러 해를 실패하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화훼를 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식물의 생육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전문적으로 배우고자 농협대학의 최고농업경영자과정을 이수하면서 흙의 중요성과 식물의 생육 환경에 따라 식물 생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몇 해 동안은 종자 채집으로 여러 식물을 길러보면서 그 식물의 특성 등을 익혀가며 많은 것을 터득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산풀농원에서는 지난 2000년 고양세계 꽃박람회에 참여해 일반인에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또한 지난 2001년에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주관한 생물과학 특별전에선 식물의 다양성 코너를 주관하여 우리 나라의 자생 식물의 다양성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에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우리약초특별전을 주관해 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는 여러 가지 약용 식물과 이들의 활용 사례 및 앞으로 무한한 이용 가능성 등을 일반인들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했고 또한 일반 관람객을 상대로 분경 가꾸기 체험 코너를 만들어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우리 식물의 생태와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일산에 소재한 고봉산에 야생화 동산과 습지 주변에 노랑꽃창포를 심어 생태 보존과 습지 보존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 대표는 "앞으로 학생들에게 우리 식물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각급 학교에 야생초를 널리 보급할 생각"이라며 더불어 "습지나 천변의 자연 생태 복원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장기적으로 자연 생태 학습장을 조성하여 자연 생태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일조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자 장기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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