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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재신임 묻겠다" 1면 기사를 같은 제목으로 보도한 7개 일간지
노대통령 "재신임 묻겠다" 1면 기사를 같은 제목으로 보도한 7개 일간지 ⓒ 오마이뉴스 한태욱
"국정 공백 없도록 재신임 방향·시기 명백히 해야" (조선일보)
"왜 재신임이냐" (중앙일보)
"국정 볼모로 한 '재신임' 승부수인가" (동아일보)
"충격과 혼란의 재신임 요구" (한국일보)
"'대통령 신임' 적절한가"(대한매일)
"대통령 재신임 제안 경솔했다" (경향신문)
"'재신임' 발언 부적절하다" (한겨레신문)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한 주요 신문의 11일자(초판 기준) 사설 제목이다. 이들은 사설을 통해 재신임에 대한 입장과 함께 대통령의 재신임을 불러온 배경, 향후 해결방향 등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우선 재신임 발언에 대해 신문들은 크게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강경론과 '재신임 발언이 경솔, 부적절했다'는 입장 등으로 나뉘었다. 또 대통령이 재신임받겠다고까지 밝히게 된 일차적 책임을 대통령에게 묻고 국정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태해결을 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일각에서 '참여정부 흔들기'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조중동'은 이번 재신임 선언을 둘러싸고 확연하게 다른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대통령에게 책임을 겨눈 채 가장 강력하게 재신임 이행을 촉구하고 나선 조선일보와 달리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공격 강도를 대폭 낮췄다.

조중동, 한 목소리로 '대통령 책임' 강조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대통령과 핵심 측근을 사태의 발단으로 지목하면서 재신임 방향과 시기를 명백히 할 것을 일관되게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재신임을 들고 나온 이상 분명한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리더십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재신임 시기와 방법, 정치일정 등에 관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이렇게 애매해서는 국정 공백과 혼란만 커지며 대통령의 진의, 순수성까지 의심받게 된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조선일보는 현 상황의 발단은 '동일한 코드' 중심으로 구성된 현 집권층의 도덕성이 조기에 붕괴했다는데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1차적 책임은 대통령과 '386'으로 불리는 젊은 핵심 측근들 몫이라고 일갈했다.

조선일보는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정부적 국정 공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치권이 당장 분명한 정치일정에 대한 협의를 개시하고 △대통령과 국무총리 역할을 잠정적이라도 확실하게 재조정해 시급한 현안처리에 차질이 없도록 하며 △야당도 근시안적인 안목을 벗어나 국가대사를 혼란없이 마무리지을 수 있게 협력하라고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왜 재신임이냐'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주변 인물들의 비리 의혹으로 그 도덕성에 흠집이 났다 하여 모든 것을 걸고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나가서는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는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재신임 부적절론'과 같은 맥락의 해석을 내놓았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고뇌에 찬 결단일 수도 있다. 그래서 국정을 추스를 동력을 다시 얻기 위해 재신임을 묻는 최후의 카드를 던졌을 수 있다"며 "그렇다면 방법을 잘못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또 "측근 비리 때문이라면 검찰에 철저히 수사토록 하고 그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면 된다. 잘못된 인사가 문제라면 개각과 참모진을 재정비하면 될 일이다. 일관성 없는 정책 탓에 지지율이 떨어졌다면 얼마든지 고쳐나갈 수 있다"면서 재신임 발언의 부적절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사설에 평소의 2배에 달하는 긴 분량을 할애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을 통해 "자신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것이 국정의 안정과도 맞바꿀 만큼 큰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재신임 발의가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측근이 비리를 저질렀으면 죗값을 받게 하고 대통령 자신도 국민에게 사과하면 될 일이라는 뜻이다.

동아, "최씨 비리 이상의 의혹" 제기도

그러나 동아일보는 노 대통령이 '재신임'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들고 나온데 대해 "최씨 비리 이상의 뭔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면서 의심스런 눈초리를 내비추기도 했다. 또 "국정 최고 책임자의 말은 땀과 같아서 한번 나오면 되돌릴 수 없다"는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비판의 톤을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신임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매듭지어질지 알 수 없다. 야당 일각에서는 재신임 절차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발언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뚜렷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한국일보도 "국정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자신의 최측근이 비자금 수수에 연루돼 도덕적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린다고 해서 나라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가는 처사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일보는 "재신임을 위한 확실한 후속 조치를 밝히고 이를 곧바로 추진해도 상당한 국정공백과 혼란은 불가피하다"며 후속 조치가 누락된 재신임 발의 자체를 비판했다. 또 토론식 국정운영과 시스템을 강조해온 대통령의 소신과 달리 독자적인 결단으로 재신임이 선언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원활한 국정수행을 방해하고 있는 요인에 대한 총체적 판단을 구하기 앞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을 했는지 겸허히 되돌아보라"고 충고했다. 한국일보는 또다른 사설 '정치권, 위기관리에 나서야'를 통해 위기 책임을 대통령에게 재차 묻고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국민을 볼모로 한 게임정치 지양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한매일은 대통령의 재신임 공표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명시하고 "법리와 헌정의 계속성을 둘러싼 논란은 너무 소모적"이라며 대통령의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대한매일은 또 '국정혼란 최소화해야'라는 제하 관련 사설을 통해 "원인이나 이유가 어떻든 초유의 사태와 국정혼란을 야기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하고 의무를 내팽개쳐서는 안된다"며 "재신임 결단이 진정 결단으로 평가받으려면 혼란을 최단기화·최소화해 국정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길 뿐"이라고 단언했다.

경향-한겨레, 조중동과 다른 시각 보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들 신문과 전혀 다른 시각을 보였다. 두 신문은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의 경솔과 부적절을 잇따라 지적하면서 재신임을 묻더라도 합헌적인 방식으로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을 걸어 재신임 문제를 들고나온 것 자체가 사건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마저 있다"면서 "입장을 표명하더라도 진상이 밝혀진 다음에 해야 했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현행 법과 제도하에서 재신임을 물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전제한 뒤 "무엇보다 주권자인 국민의 여론부터 수렴한 뒤 재신임을 묻더라도 합헌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겨레는 법에도 규정이 없으며 법치에도 어긋나는 재신임 공표는 적절치 못한 것으로 매우 당혹스럽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특히 "불가피하게 재신임을 논의하더라도 헌정질서 안에서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과거를 성찰하는 생산적인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겨레는 "이번 사태는 대통령도 측근 비리를 떠안고서는 우리 사회를 이끌 수 없다는 점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부패비리로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경종이 돼야 한다"며 한국 정치가 깨끗하고 투명한 시대를 여는 계기로 삼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국정 전반을 두루 건사해야 할 대통령이 도덕성 확보에 급급해 재신임까지 거론한 것은 지나치게 결벽하다 못해 무책임하다"며 "대통령직을 걸고 단판걸이로 승부를 겨루는 듯한 자세는 어려운 처지를 고려하더라도 너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 '재신임' 발언 보도 "통하였느냐"
7대 일간지 1면 제목 입맞춘듯이 똑같아

10일 발표된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은 그야말로 '핵폭탄'급이었다.

헌정사상 첫 재신임 선언이 가지는 폭발력은 당일 발행된 주요일간지 1면 제목에서도 확인되었다. 국내 중앙일간지는 11일자 가판 1면 제목을 예외없이 "노대통령 '재신임 묻겠다'"로 뽑았다. 석간인 <문화일보>의 10일자 제목 또한 같았다.

가판을 발행하지 않는 <중앙일보>을 제외하고 10일 석간과 11일 조간신문들의 가판의 1면 제목은 그야말로 토씨하나 다르지 않았다. 다른 일간지가 '盧대통령'이라고 칭한데 비해 한글전용신문 <한겨레>만이 '노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썼을 뿐이다.

그 동안 국내 일간지가 같은 사안을 1면 머릿기사로 채택한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제목까지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뽑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일보는 10일,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소식을 담은 호외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만큼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내 주요 일간지들은 11일자 가판에서 동일한 제목 아래 각각 노 대통령의 10일 기자회견 내용과 정당을 비롯한 각계반응을 소개했다. 1면 머릿기사의 부제 역시 대동소이한 가운데 신문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내년 총선 전후까지…헌정사상 첫 선언충격-방법 공론으로 결정…최도술씨 의혹 사과"를, <대한매일>은 "'SK수사뒤 늦어도 총선전후까지'선언-文수석 '국민투표 가능'"을 부제로 삼았다. <동아일보>는 "'최도술씨 문제 모른다고 할수없다'-총선전후까지…방법론은 공론에 부쳐-한나라·민주 '빠른시일내에 처리해야'"라는 부제를 달았다.

<문화일보>의 경우 "긴급기자회견…SK수사 끝난뒤 총선 전후까지-방법 공론 부칠것…최도술씨문제 국민에 사죄"를, <조선일보>는 "내년 총선전후… 방법은 공론에 부칠것-최도술씨 문제 국민에 깊이 사죄-한나라·민주 '국민투표 빨리하자'"를 부제로 뽑았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1면 머릿기사의 부제를 각각 "'최도술씨 문제등 국민불신 축적-총선전후까지 적절한 방법통해'"와 "'총선 전후까지'…방법 공론부처-최 전비서관 불미스런 일 사죄-헌정사상 처음…정치권 큰 파장"으로 달았다. / 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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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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