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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안현주

8일 밤 광주·전남 지역에서 민주당과 통합신당이 공개 토론회를 갖고 각자 입장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분당 이후 전통적 민주당 강세지역인 광주전남 지역에서 최초로 갖는 토론회여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KBC는 <새로운 정치지형, 호남을 진단한다>는 주제로 지난 8일 밤 11시20분부터 생방송 공개토론회를 방영했다. 이 자리에는 박주선 민주당 의원과 김태홍 통합신당 의원, 김광우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와 은우근 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가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박주선 의원과 김태홍 의원은 설전을 벌여 바로 얼마전까지 같은 당 소속 의원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듯 보였다. 두 의원의 적극적인 모습은 지역 민심 획득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통합신당 두 정당간의 극명한 입장 차이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박주선 의원은 민주당을 박차고 나간 통합신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호남에 대한 배신론'을 공세적으로 펼쳤다.

반면 김태홍 통합신당 의원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신당에 대한 지역민의 오해를 풀기위해 노력하고, 신당출현의 당위성을 호소했다. 특히 김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민주당과 '아름다운 협력'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박주선 민주장 의원(사진 왼쪽)과 김태홍 통합신당 의원(사진 오른쪽)
박주선 민주장 의원(사진 왼쪽)과 김태홍 통합신당 의원(사진 오른쪽) ⓒ 오마이뉴스 안현주

격돌한 '배신'과 '새질서' 논리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통합신당 출현과 노 대통령 탈당을 '명분없는 배신'으로 규정했다. 박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를 열망하는 호남의 압도적 지지로 영남출신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호남과 같이 가야 한다"면서 "노 대통령의 당적 이탈은 전국을 정치실험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태홍 통합신당 의원은 통합신당의 출현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양김 시대가 가고 새시대가 오면서 정치질서 변화의 시기가 도래했다"면서 신당 창당의 시대적 배경을 언급했다. 그는 2000년∼2003년까지 치러진 여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호남지역 2곳 외에 전패한 예를 거론하며 신당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는 "보궐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개혁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국민의 경고"라고 주장했다.

김광우 전남대 교수는 "노 대통령의 무당적 국정운영은 중요한 의미의 정치실험이며 지역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대는 정치개혁에 대한 염원이고 우려는 실험이 과연 성공적인 결말을 낼 수 있을 것인가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은우근 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은우근 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오마이뉴스 안현주
은우근 광주대 교수는 신당의 출현에 대해 "국민의 정치참여 요구가 팽배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은 교수는 "3김정치가 퇴조하면서 보스정치가 사라지게 되는 이 시기에 정치가 유권자의 의식을 읽는 것이 중요하게 대두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KBC와 <광주일보>가 지역민의 정치현안에 대한 공동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 결과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지역민은 28.3%, 통합신당 지지는 9.2%, 모르겠다 48.6%의 결과가 나왔다. 또 지역민의 50%가 현역 국회의원들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박 의원과 김 의원은 각자 유리한 지표를 제시하며 '바람잡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신당의 지지율이 9%라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며 놀라워했다. 그러나 그는 <한겨레21> 여론조사를 인용해 "2주전에는 민주당 32%, 신당 18%였던 지지도가 최근에는 민주당 32%, 신당19%의 지지율을 보여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는 설문내용과 표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신당의 낮은 지지도는 노 대통령에 대한 지역민심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은 교수는 "여론조사 결과는 기존 정치인들의 반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성패를 떠나 새로운 얼굴을 바라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노력여하에 따라 지역민의 정당 지지태도가 얼마든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 역시 지역민 50%가 원하는 '물갈이'에 대해 "할 일을 안하고 정치놀음에 빠져있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김태홍 의원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14대 때부터 지금까지 50% 정도는 물갈이가 돼왔다"며 "그 이유는 문민정부 때부터 민주화가 진행돼 그동안 억눌렸던 정치적 의지가 표출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압력밥솥에서 증기(국민의 정치적 욕구)가 빠져나가는 시기여서 현역 정치인들은 아무리 잘해도 박수는 못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의 전략적 사고, 희망있는 대안을 찾을 수도"

김광우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김광우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 오마이뉴스 안현주
이날 토론회에서는 내년 총선을 맞아 현재 정치적 조건하에서 지역주의의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한 지역민의 고민의 일단을 엿볼 수 있었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호남인의 전략적 선택'이 거론됐다.

김광우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었지만 지역주의 망령은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했다"며 호남의 노무현 지지 배경을 해석했다. 그는 지역주의를 '왕따'에 비유하면서 "가하는 사람은 쾌감을 느끼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괴롭다"며 "지역민은 아직도 그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민주당 경선과 대선에서 지역민이 보여줬던 '전략적 선택'이 결국은 희망있는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은우근 교수 역시 유권자의 선택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구도 타파 측면에서 민주당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은 교수는 박주선 의원에게 "지역주의 타파에 민주당이 확실한 대안이라고 보느냐"며 "정치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역주의 타파는 결국 유권자의 몫"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지역구도 타파 염원을 담은 호남인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노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영남을 설득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는 제도 등 모든 조건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지 무조건 신당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주선 의원과 김태홍 의원은 민주당 분당의 책임과 호남소외론에 대해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민주당 분열의 책임을 통합신당에 전가했고, 김 의원은 자료들을 제시하며 노무현 정부하에서 호남소외론은 허구라고 호소했다.

김 의원은 "통합신당은 민주당 분당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으나 전당대회를 논의하기 위한 당무회의가 폭력사태로 비화된 끝에 이런 결과가 오게 됐다"며 잔류민주당의 책임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멀쩡한 당을 깬 게 누구냐"며 "당무회의에서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를 잡은 것은 날치기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호남소외론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중앙정부 3급이상 공무원 중 광주일고 출신이 DJ 때 3위에서 현정부 들어 2위로 올라섰다"며 "호남소외론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고시합격 후 자동 승진되는 3급이상을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행자부 1급이상 공무원 중 호남출신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 탈당에 대해 박 의원은 "한나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라며 "왜 있는 여당을 쪼개 설득대상을 늘리려고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국회를 설득하는 시간을 줄일 수록 다른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긴다"며 "모든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고 주장했다.

광주전남 유권자, 28.7% 민주당, 9.2% 신당, 42.6% 모르겠다
<광주방송>-<광주일보> 공동 여론조사

<광주방송>과 <광주일보>는 지난 2일과 3일 광주전남지역 주민 500명을 상대로 정치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내년 총선에서 선택할 정당으로 28.7%의 유권자가 민주당을 선택한 반면 통합신당을 선택한 유권자는 9.2%에 그쳤다. 그러나 '아직 모르겠다'고 답변한 유동층이 42.6%에 달해 현 정치상황에 대한 지역민들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또 50%의 유권자가 지역국회의원 교체를 요구한 반면 '다시 당선돼야 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16.1%에 불과해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상당함을 나타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서는 30.1%가 '잘했다'고 응답한 반면, 39.8%의 유권자가 '잘못한 일'이라는 입장을 보여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했다.

<광주방송>과 <광주일보>는 이번 여론조사가 광주전남지역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신뢰도 95%, 표집오차는 ±4.38%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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