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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

드디어 하버브릿지 기둥에 화면이 비춰지고 카운트에 들어갔다. "9, 8, 7,…… 3, 2, 1, 0" 하자 불꽃이 터졌다. "팡~파바방 빵~파바팡." 여기저기서 하늘에 불꽃을 던져댔다. 사람들은 터지는 불꽃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하늘로만 치솟던 불꽃은 물이 되어 흐르기도 하고 춤을 추듯 너울거리다 다른 불꽃과 만나 더 화려한 불꽃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달링 하버의 불꽃과 겹쳐져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기도 했고. 하늘에 오색불로 그리는 그림은 그야말로 불꽃 천지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불꽃 속에 빈 라덴의 폭탄이 어떻게 들어 올 수 있었겠는가? 정신 없이 터지던 불꽃은 20여분 가까이되자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고 불을 밝힌 배들이 바다 위를 일렁거리며 유람했다. 그리고 우린 잊었던 새해 인사를 했다.

"Happy New Year."

사람들이 하나, 둘 흥분을 잠재우지 못하고 맥콰리 스트릿으로 걸어나갔다. 우리도 따라서 걷다보니 저쪽 호텔 테라스에서 축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곳 주민들과 우리와 비슷한 배낭 여행객들은 몇 시간을 추위에 떨며 기다리다 불꽃놀이를 즐겼고 저들은 저기서 저렇게 근사하게 즐기고 있었다.

그래도 신났다. 그들에게나 우리에게나 새로운 1년이 똑같이 주어졌으니까. 시간을 돈 주고 살 수 없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렇게도 놀아 봤으니 다음에는 저렇게 놀아보는 건 어때?" 하며 캔 맥주를 부딪쳤다. 그리고 "Happy New Year"를 외쳤다. 그들도 창문을 열고 "Happy New Year"를 외쳤다.

월드컵 경기가 끝난 후 종로통처럼 그렇게 사람들이 맥콰리 스트릿을 밀려다니며 소리소리 지르고 놀았다.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뒤에 만난 한 친구는 소리소리지르면서 걸어 가서 본다이비치에서 일출을 봤다고 했다.

우리는 그 생각은 못하고 버스 끊기기 전에 숙소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귀소의 본능인지 길들여진 일상인지 알 수 없으나 나름대로 서둘렀지만 버스는 끊어져 조지가 우리를 데릴러 나와야 했다. 조지가 "너무 늦으면 데리러 나가겠다"고는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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