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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가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심포지엄에 참석해 '통일의 철학'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송두율 교수가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심포지엄에 참석해 '통일의 철학'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제2신: 30일 오후 8시30분]

송두율(59·독일 뮌스터대 철학) 교수가 귀국 여드레만에 고국 강단에 섰다. 송 교수는 30일 오후 5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 민주화운동의 쟁점과 전망'의 마지막 강연자로 참석해 '통일의 철학'에 대해 강의했다.

송 교수는 원래 이날 심포지엄에서 기조 발제를 할 예정이었지만 그가 돌연 불참하고 이에 대해 공동주최측인 학술단체협의회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다. 결국 그의 37년만의 고국 강의는 심포지엄 폐막 40여분을 앞두고 단 20여분동안 진행됐다.

이날 송 교수는 통일에 대해 철학적 측면에서 상생, 평화, 과정, 긴장, 아름다움, 미래라는 6개의 화두를 제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통일의 철학을 설명했다.

송 교수는 강연에서 "통일이란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가 아닌 '관계 체계'로서 남과 북을 바라보아야 한다"며 "이는 바로 불변하지 않는 실체의 정의에서 탈피한 '과정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송 교수는 "동양철학(화엄철학)에서도 'A가 B속에 있고 B가 A속에 있다'는 상호연결성을 말했다"며 "'나는 타자의 인식'이라는 상호성에 기반한 상생(相生)의 철학이 통일철학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은 결국 남과 북이 하나로 되기 위해 서로를 인정하는 상태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송 교수는 통일을 '평화의 철학'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송 교수는 평화에 대해 전쟁이 없는 상태에서의 '소극적 의미의 평화'와 '평화적 수단으로 정착된 구조적 평화상태에서의 '적극적 의미의 평화'로 나누어 설명한 뒤 "현재 한반도의 평화상태는 전쟁이 잠시 중단됐을 뿐이므로 소극적인 평화에도 합당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한반도도 평화를 수단으로 해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한다면 결국 적극적 의미의 평화상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통일은 '평화의 문제'임을 설파했다.

세 번째로 송 교수는 통일은 '과정의 철학'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보통 통일은 '하나의 갑작스런 사건'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지만 통일은 과정의 연속, 불연속이 하나로 통합된 '과정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도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고 과정이 하나로 표현된 것이라는 얘기다.

송 교수는 또 "유럽 내에서는 언어만이 다를 뿐, 국경이 점점 낮아지고 통합되고 있다"며 "이러한 탈민족 시대에 민족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특히 동북아라는 특정 공간에서 민족이 가지는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철학적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37년만의 고국서 우리말로 강의... 떨린다"

송두율 교수
송두율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와 관련 송 교수는 네 번째로 통일은 "긴장의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반도에는 '민족'과 '탈민족'이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며 "남쪽의 전략인 세계화와 북쪽의 전략인 주체화가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공통의 담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인지 민족과 탈민족 간의 긴장 속에 통일의 철학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다섯 번째로 통일이 지향하는 철학은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소 추상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통일의 미래상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 아름다움이란 인간과 인간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조화, 우리 사회와 주변국의 조화가 바로 그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통일은 원형을 재현해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공동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미래의 고향'으로서의 통일"을 말했다.

그는 대나무를 예로 들어 "대나무는 큰 대나무, 작은 대나무가 있지만 땅 밑에서는 서로 연결돼 있어 하나가 죽으면 다른 것들도 죽게되고 또 죽순은 다른 대나무들을 배려해서 일정간격을 두고 지상으로 나온다"는 말로 그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고향'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송 교수는 "37년만에 고국의 학자들과 만났다. 어눌하지만 37년만에 처음으로 우리말로 강연을 한 것에 감사한다"는 소감을 끝으로 강의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송 교수는 한국에서의 강의가 감격스러운 듯 강의 서두에 "37년만에 고국 땅을 밟고 오늘 처음으로 서울에서 우리말로 학술강연을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숨을 크게 몰아쉬기도 했다.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는 400여명의 방청객과 4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송 교수 강연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제1신: 30일 오후 2시 10분]

"송 교수 발표 만류, 명백한 학문자유 침해"
학술심포지엄 '파행'... 발표자들 항의-퇴장


안병욱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가 30일 오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송두율 교수 토론회 불참에 대한 학술단체협의회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안병욱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가 30일 오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송두율 교수 토론회 불참에 대한 학술단체협의회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30일 오전 송두율 교수의 기조발제로 시작될 예정이었던 학술심포지엄 '한국 민주화운동의 쟁점과 전망'이 송 교수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와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는 "기념사업회가 송 교수의 기조 발제를 만류했다"고 주장하고 "이는 학문의 자유침해"라며 이에 대한 기념사업회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안병욱 학단협 공동대표는 심포지엄 시작에 앞서 발표한 '송두율 교수 토론회 불참에 대한 학단협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송두율 교수의 과거 행적과 실정법 위반여부와는 상관없이 그의 학문적 견해는 존중되어야 하며 기조 발제는 예정대로 진행됐어야 한다"며 "송 교수의 기조 발제 취소는 중요한 학문의 자유의 침해라고 규정한다"고 기념사업회 측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학문의 자유 침해" 학단협,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과 요구

학단협은 또 "사상과 양심, 학문의 자유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권임에도 송 교수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지식인으로서 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자기검열에 빠진 한국사회에 진지한 성찰을 촉구하며 국가보안법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규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유감스럽지만 송 교수에 대한 정부당국의 법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송 교수의 발표문을 본인이 직접 발표하는 것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며 "기념사업회는 검찰의 법적인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본인이 공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송 교수의 불참에 대해 해명했다.

심포지엄은 원래 오전 9시 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송 교수의 불참에 대한 학단협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 소속 교수들의 대책회의로 30분 정도 지연된 10시경 시작됐다. 학단협의 조희연, 안병욱, 강정구 교수와 1부 순서 발제자였던 김세균, 손호철 교수 등이 참가한 대책회의에서는 "송 교수 불참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심포지엄 자체를 '보이콧'하자"라는 강경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결국 1부에서 '한국 민주화 과정과 정치적·이념적 지형의 변화'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할 예정이었던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1부 순서 시작에 앞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항의의 의미로 자리를 떠났다.

북한 노동당 입당 사실을 시인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는 30일 오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심포지엄에 참석해 `한국민주화운동, 과연 성공적이었나`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할 예정이었으나, 주최측의 취소결정으로 불참했다. 30일 오전 심포지엄 시작에 앞서 강정구, 조희연, 안병욱 교수 등이 송 교수 기조 발제 취소 결정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입당 사실을 시인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는 30일 오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심포지엄에 참석해 `한국민주화운동, 과연 성공적이었나`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할 예정이었으나, 주최측의 취소결정으로 불참했다. 30일 오전 심포지엄 시작에 앞서 강정구, 조희연, 안병욱 교수 등이 송 교수 기조 발제 취소 결정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주제발표자 김세균 교수, 항의 표시로 퇴장

김 교수는 "송 교수가 당국의 조사방침에도 귀국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고국의 학자들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였는데 기념사업회 측의 결정에 의해 발표기회를 주지 않기로 한 것은 명백한 학문의 자유 침해"라며 "누구보다 학문의 자유를 지켜야 할 학자로서 이러한 상태에서 발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김 교수가 "기념사업회 측은 이 사태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며 자리를 떠나자, 청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일부 청중들은 함께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30일 오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세균 서울대 교수가 송두율 교수 기조발제 취소 결정에 항의하며 토론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30일 오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세균 서울대 교수가 송두율 교수 기조발제 취소 결정에 항의하며 토론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1부 주제발표자였던 손호철 서강대 교수도 미리 준비한 개인 성명서 발표를 통해 송 교수 불참사태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손 교수는 "송 교수의 귀국을 추진했던 기념사업회가 송 교수의 과거 행적에 문제가 드러나자,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송 교수의 기조 발제를 취소한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기념사업회가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는 준국가 단체이고 현재 정치권에서 예산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학문의 자유와 진리의 영역은 실정법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기념사업회는 송 교수의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항의의 뜻을 밝혔다.

이후 학단협 측은 "사전에 기념사업회로부터 송 교수 불참에 대해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학단협 단독으로라도 송 교수를 모셔오겠다"며 퇴장한 김세균 교수와 일부 회원들이 송 교수가 머물고 있는 서울 수유동의 아카데미하우스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기념사업회 측은 1부 순서가 끝나갈 무렵 뒤늦게 "기념사업회는 학단협과 민교협의 우려와 요청을 받아들여 송두율 교수가 오후 5시30분 심포지엄 폐막 연설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기념사업회가 송 교수의 기조발제를 만류했다는 학단협 주장의 사실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기념사업회 측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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