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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관 2층 대브리핑룸에서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는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 요즘 이곳에서는 윤 대변인과 동아일보 기자 사이에 신경전이 한창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요즘 청와대 출입기자실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이병완 홍보수석이 <동아일보>에 대해 취재거부를 공론화한 이후 브리핑 시간마다 벌어지고 있는 <동아> 출입기자와 윤태영 대변인간의 신경전이 그것이다.

앞서 <동아>가 지난 19일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미등기전매 투기의혹을 보도한 이후 청와대는 "해당 보도가 과잉보도"라며 법적 대응을 거론한 바 있다.

기회가 날 때마다 청와대의 허점과 실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동아> 최영해 기자의 질문 태도는 흡사 국정감사에 나선 국회의원들을 방불케할 정도다.

'취재거부 공론화' 초기만 해도 "어떻게 할 지 생각해봐야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윤 대변인도 이제 나름의 해법을 찾은 듯 최 기자의 질문에는 짤막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2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도 <동아> 기자와 윤 대변인간의 신경전은 여지없이 이어졌다. 이날의 주메뉴는 대통령의 태풍 상륙시 뮤지컬 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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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양측간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최 기자 "대통령께서는 뮤지컬 관람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는 유감스럽다거나 국민들한테 죄송하다, 이런 생각이 없는가. 국감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고, 언론에서 여러차례 보도를 했는데…. 또 인터넷상에서는 이 문제로 시끄러운 것 같은데 그와 관련한 대통령 입장이나 청와대 입장을 밝힐 생각은 없나."
윤 대변인 "오늘 특별히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추가로 언급할 것은 없을 것같다."

최 기자 "별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고 받아들여도 되나."
윤 대변인 "그렇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최 기자 "좀 미안한데, 그냥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그런 입장이라고 보면 되나."
윤 대변인 "더 이상 언급할 것이 오늘은 없을 것 같다."

최 기자 "대변인 입장으로서는 어떤가."
윤 대변인 "대변인 개인의 입장을 얘기할 것은 아니다."

최 기자 "개인 입장이 아니라, 대통령의 대변인이지 않나."
윤 대변인 "조금 전에 대변인의 개인입장을 물어보지 않았나."

최 기자 "대통령의 대변인 입장으로서는 어떤가."
윤 대변인 "대통령의 대변인으로서 제가 오늘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최 기자 "아니면, 대통령께서는 이 문제를 제기했던 자민련 의원이 아주 악의적으로 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나."
윤 대변인 "답변하지 않겠다."

1층 기자실에서 폐쇄회로 TV를 통해 브리핑을 지켜보던 일부 출입기자들은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자료실에서 계속된 비공식 간담회에서도 최 기자는 재차 "공연 관람비용은 더치 페이를 했나? 아니면 대통령이 냈나?"고 껄끄러운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대변인은 "홍보수석께서 (동아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얘기를 했는데, 자꾸 이러면 저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라는 말을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최 기자는 전날 오전 브리핑에서도 이 수석의 '취재거부'를 놓고 대변인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지만, 대변인은 "그렇다" "아니다"라는 짧은 답변으로 일관했다.

사실 최 기자와 청와대의 긴장 관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18일자 <청와대브리핑>은 최 기자가 당일 신문에 쓴 기사와 관련, 실명을 거론하며 "윤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언론대책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음에도 '민정수석실은 언론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청와대브리핑>이 출입 기자의 실명을 들어 공개 비판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한편, 이병완 홍보수석은 국감증인 채택 논쟁으로까지 이어진 자신의 '취재거부' 지시에 대해 언론을 향해 '사안을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윤 대변인을 통해 알려진 이 수석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동아일보에 대한 취재거부가 언론자유의 중대한 침해라는 일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홍보수석실 구성원들의 개인적 취재불응 이외에 어떠한 취재제한도 없다. 개인적인 취재불응은 개인의 자유다. (<동아>는) 공식적인 취재기회에 제한을 받고있지 않다.

<동아>는 지금 첫째 청와대 기자실 출입이 자유롭고, 둘째 청와대의 공식브리핑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고, 셋째 보도자료의 배포에도 전혀 제한이 없다. 사안을 침소봉대하지 말기를 바란다.

침소봉대도 언론의 자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관계를 오인-왜곡시킨다면 그것을 바로잡는 것은 권리와 책임이다.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는 언론노조위원장도 현재 우리나라는 완벽한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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