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권노갑 전 고문은 15일 첫공판에서 재판부의 인정신문에 자신의 인적사항조차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8월 15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권노갑씨.
권노갑 전 고문은 15일 첫공판에서 재판부의 인정신문에 자신의 인적사항조차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8월 15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권노갑씨. ⓒ 오마이뉴스 남소연
현대 측으로부터 지난 2000년 4·13 총선 전 금강산 관광사업 등 대북사업 지원청탁과 함께 현대그룹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수감 중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첫공판이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신경전 속에 진행됐다.

첫공판은 16일 오전 10시 서울지법 317호 법정에서 형사3단독 황한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권씨의 지지자 및 당직자 40여 명이 자리했으며, 10여 명의 취재기자들이 참석했다.

재판시작과 함께 우선 대검찰청 중수부(부장 안대희 검사장)는 권씨의 공소사실에 대해 "지난 2003년 3월 현대측에서 비자금 200억원을 조성했다는 첩보가 입수되어 의혹에 대해 수사한 결과, 금강산 관광 사업 및 카지노·면세점 허가를 조건으로 권노갑씨가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권씨는 김영완씨와 공모하여 2000년 6월 말경 카지노와 면세점 허가 등 대북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전반적인 도움을 주겠다면서 주차장에서 수차례 현금으로 20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다며 "이에 금품을 수수하고 알선한 명목으로 공소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씨는 검찰조사에서 김영완에게 100억원 중 10억원을 빌렸을 뿐 일체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200억원을 수수한 사실이 명백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 측의 이석형 변호사는 "적어도 법정에서만큼은 공격과 방어가 가장 공정하고 원활하고 신속히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여론몰이식으로 수사를 진행해왔으며, 피고인이 사실에 대해 전면부인하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실체적 진실인양 수사가 진행되어 왔다"고 반론을 폈다.

특히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검찰의 기소된 직후부터 수사기록에 대해 열람과 복사할 수 있는데, (검찰의) 수사기록을 전혀 접할 기회가 없었다"며 "지난주(14일)까지 볼 수 없었고 겨우 어제(15일) 오후 일부를 복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기록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이유와 현재 권씨의 변호인단을 구성 중에 있기에 전날(15일) '공판기일 연기신청'을 냈다고 밝히고, 재판장에게 권씨의 공판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변호인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검찰은 "지난 8일 변호인 측 복사요청이 접수돼 다음날인 9일 기록을 가져가라고 통보했지만 변호인 측은 15일에야 기록을 복사해 갔다"면서 "검찰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의 기일 연기 요청과 함께 검찰 측에서도 "피고인을 추가 수사할 사항이 있으므로 다음 기일까지 충분한 시간을 달라"고 입장을 밝히자, 판사 대기실로 대표자 1명씩을 불러 15분 가량 논의했다.

향후 재판 기일에 대해 검찰 측과 변호인 측과의 논의를 마친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측 양 대표와 협의 결과 오늘 기일은 변호인 측의 준비 관계로 연기하겠다"면서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7일 오전 10시부터 피고인 신문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오는 10월 14일, 21일, 28일 일주일 간격으로 세 차례 증인조사를 진행한 이후 11월 4일경 권노갑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재판부는 협의된 사항에 대해 반드시 지켜야 하며, 변경이나 연기는 원칙적으로 없는 것으로 한다고 못박으면서 양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첫 공판 10월 7일로 연기... 11월 4일 결심 공판 예정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이날 재판에 쥐색양복 차림에 검정 뿔테 안경을 쓰고 나왔다. 권씨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건강한 모습으로 피고인석에 자리했다.

하지만 권씨는 재판부의 인정신문에서 자신의 인적사항조차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가 권 전 고문에게 주민등록변호를 묻자 "잘 모르겠다, 30년 2월 18일 생인가"라고 더듬더듬 말하면서 "뒷자리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또한 주소나 본적에 대해서도 조금씩 틀리게 답해 재판부가 정정해주기도 했다.

권씨의 변호인인 이석형 변호사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권 전 고문은 사실 정신적 공황상태에 있다"고 법정에서 말하기도 했다.

한편 권씨는 오전 10시30분경 재판이 끝나자 뒤로 돌아서서 재판장에 찾은 지인들과 밝은 모습으로 악수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변호인 측은 "검찰이 이례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증거를 제출하겠다'라고 말했다"면서 결정적인 증거로 알려지고 있는 '김영완 진술서'의 열람 등으로 놓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