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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노카제 오슈크의 눈 조각 작품
ⓒ 박도
한일 관계

우리 한국 속담에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서로 이웃하여 살면 정분의 가깝기가 사촌형제와 같다는 말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 나라이고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도 서로 뗄 수 없는 이웃 관계다.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 사람들은 일본을 '이웃사촌'으로 여기지 않고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말한다. 일본사람 역시 한국을 그렇게 여길 지도 모르겠다.

현재 한국의 분단도 그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는 일본이다.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일본이 분단됐어야 할 것을 대신 한국이 분단된 거다. 이런 면에서 일본은 한국의 분단에 책임감을 느끼고 그 극복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일본인의 친절이 겉친절이 아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진심어린 친절로 과거를 반성하고, 한국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그 치유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한일 두 나라는 비로소 글자 그대로 '이웃 사촌'이 될 것이며 미래에 동반자로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과거 반성에 너무 인색하다. 한국인들은 일본 천황이나 수상의 ‘통석(痛惜)의 념(念)’이나 ‘유감(遺憾)’ 같은 말장난이 아닌, 지난날 일본의 한국 침략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화끈한 사과를 바라고 있다.

한국 속담에 “천 냥 빚도 말 한 마디로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일본인들이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보이면 한국인들은 매우 흔쾌하게 일본인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인도 마음의 빗장을 열고 일본인과 어깨동무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그렇게 옹졸하지 않다.

▲ 긴수이 여관 복도
ⓒ 박도
개인적 소감

1) 이번 취재는 무척 행복한 여행이었다. 특히 제자와 함께하는 사제 동행의 여행으로 교단에 선 보람을 느꼈다.

2) 오이라세 계류에서 눈사태로 쓰러진 고목을 보고 내가 앞으로 살아야 할 삶의 자세를 배웠다. 고목은 최후 봉사로 뭇 생명들의 다리 역할을 하는데, 내 힘이 닿을지 모르지만 가능한 신구 세대의 갈등을 극복하고, 한일간에도 선린 우호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

나의 말이 끝나자 박수가 있었다. 즉석에서 동시통역하는 김 계장이 아주 야무지고 똑똑해 보였다. 선비의 나라 사제가 연출한 멋진 장면이 아니었을까? 아오모리현 문화관광과 주사 곤씨는 우리의 사제 동행이 너무나 멋져 보인다고 과연 한국은 선비의 나라답다고 여러 차례 감탄의 말을 했다. 그네들이 한국을 높이 평가하고 부러워 하는 것은 한국은 선비의 나라라는 점이다. 제자가 스승을 모시고 다니는 그 모습에 그들은 한국인 사제지간의 한 전형을 본 듯 무척 감동했나 보다.

이어서 일본 대표 오기와라의 환송사가 있었다. 그는 주로 기타도호쿠 지방을 소개했다. 이 지방은 눈이 많이 내려서 물이 좋고, 쌀이 좋다. 그래서 술맛도 좋다. 최근에는 눈이 과거보다 적게 내리고 지하수가 오염된 것 같아서, 이런 현상이 환경 파괴의 요인이 아닌가 하고 매우 걱정하고 있다. 눈은 불편한 게 아니라 고마운 하늘의 선물이요, 자원이다.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일본도 교육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좋은 이웃으로 공존공영하기를 바란다.

▲ 도로유 온천 마을 뒷산의 설경
ⓒ 박도
환송 모임의 마지막 순으로 선물 교환이 있었다. 우리 측에서는 전통 차와 김을 준비했고, 그네들은 세 개 현의 민속공예품을 준비했다. 서로 그리 비싸지 않는, 부담이 가지 않는 마음의 표시 선물이었다.

공식 행사가 끝나고 회식이 진행됐다. 일본 전통 요리를 맛보았다. 요리 하나하나가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도 좋았고, 깨끔했으며 맛이 담박하였다.

회식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의 여종업원은 부엌으로 통하는 문을 반쯤 열어놓고 무릎을 꿇고 대기하면서 손님들의 밥상에 뭔가 떨어지면 잽싸게 달려와서 채워주고 돌아갔다. 하녀가 상전을 모시는 그런 태도였다.

22: 00, 만찬 모임을 모두 끝내고 우리 일행은 큰방에 모여 석별의 아쉬움을 나눴다. 30분쯤 머물다가 슬그머니 내 객실로 돌아왔다. 나이든 사람은 적당한 때에 눈치껏 자리를 비워주야 젊은이들이 불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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