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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천재 수학자들의 영광과 좌절>
책 <천재 수학자들의 영광과 좌절> ⓒ 사람과 책
보통 세기적인 발견을 한 수학자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 <천재 수학자들의 영광과 좌절>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수학자들이 자신들의 명석함 덕분에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살지 않았을까 하는 선입견을 버리게 만든다.

오히려 자신들이 집중하는 하나의 수학적 명제와 증명을 위하여 평생을 바쳐 연구하면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불행하다 싶을 정도의 비정상적 삶을 산 경우가 허다하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뉴턴은 20세에 쓴 회고록에서 자신이 저지른 죄 중에 "새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이고 집을 불태운다고 협박했다"는 항목을 적었다고 한다.

양부와 재가한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이 많은 뉴턴였지만, 독서와 수학 문제 풀기에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다. 온갖 실험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러한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는 데에 젊은 시절을 바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20대 전반부의 1년 반 동안 미적분법, 만유인력의 법칙, 빛과 색에 관한 이론이라는 3가지 위대한 이론의 단서를 발견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는 정신착란 증세를 보일 정도로 견디기 힘든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아마 자신이 탐구하는 것에 대한 해답이 빨리 발견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가 남긴 한 마디 "내 눈앞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리를 안고 있는 커다란 바다가 펼쳐져 있다"는 말은 그의 풍부한 지적 호기심을 대변해 준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수학자 갈루아 또한 어린 시절부터 비범성을 보였지만, 그의 생애는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15세 때 그를 곁에서 지켜보았던 선생님들은 갈루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수학에 대한 광기가 이 소년을 사로잡았다. 학교에서는 시간을 낭비하고 선생들을 괴롭히며, 이로 인해 끊임없이 꾸중을 듣게 되었다. 독창적이지만 아주 엉뚱한 토론을 좋아하는 학생이자, 자랑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예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자부심을 가진 학생이다."

시민 혁명과 왕정 복고, 공화제 등의 정치적 혼란기 속에 일생을 보낸 갈루아는 정치적 신념에 있어 혼란에 휘말리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과격주의자로 친구들이나 치안당국의 주목을 받게 되었지만 수학 연구를 멈추지 않아 현재 '갈루아 이론'으로 알려진 <방정식의 모든 해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논문을 과학 아카데미에 제출한다.

그의 불운은 과학 아카데미에 제출한 논문이 두 번이나 분실되고, 세 번째 논문은 추론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기각되면서 더욱 커진다. 당시 과학 아카데미는 답변을 통해 갈루아의 논문이 만족할 만큼 분명한 추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기각했지만, 현대 수학에 있어 그의 이론은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결국 그는 시대를 뛰어넘은 이론으로 인해 정작 그 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수학을 광학 분야에 응용한 '광선계의 이론' 등으로 주목받은 해밀턴의 삶 또한 아픔이 있다. 그는 자신이 온 마음을 바쳐 사랑하던 여인 캐서린이 중년의 부자 목사와 결혼하는 사건으로 인해 큰 충격으로 절망한 나머지 병에 걸렸고 오랫동안 우울증에 빠져 지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여 수학 연구와 광학 이론의 발견에 일생을 바친다.

러시아의 여류 수학자 소냐 코발레프시카야는 탁월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한계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학자이다. 그녀는 24세에 <편미분방정식의 정리에 대해서>라는 논문을 통해 초기값이 주어진 편미분방정식의 해가 있음을 보증하는 정리를 밝힌다. 이것은 오늘날 편미분방정식을 다룬 교과서에는 반드시 실려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다.

해밀턴과 소냐의 공통점은 바로 이들이 문학을 사랑한 수학자라는 점이다. 해밀턴은 윌리암 워즈워드와도 친분을 유지하며 시 창작에 관심이 많았고, 소냐는 소설을 창작할 정도로 문학에 열정이 있었다. 이들은 수학과 문학 같은 추상적이고 새로운 세계에 대하여 끊임없는 탐구를 지향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수학자 중에는 인도의 공무원 출신 스리니바사 라마누잔도 있다. 위대한 학자 곁에는 언제나 위대한 스승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라마누잔의 놀라운 연구 결과를 높이 평가해 준 영국의 수학자 하디가 없었다면, 그의 수학적 증명들은 사장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디는 라마누잔의 논문을 보고 그 뛰어남을 인정하여 영국으로 불러들이고 연구를 하도록 도와준다.

명석함 때문에 암호 해독에 고용되어 불행한 운명을 맞는 학자도 있다. 앨런 튜링은 수학적 공식을 통한 암호 해독에 천부적 재능을 보여 암호 해독팀에 고용되고, 영국을 독일로부터 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호 해독을 위해 일했다는 사실을 비밀에 부쳐야 했던 세계대전 당시의 그의 생애는 온갖 비밀과 추적으로 둘러싸인 암울한 삶이었다.

수학적 탐구와 증명들이 한 인간의 삶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왜냐하면 그것이 응용되는 분야는 많지만 실질적으로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학자들이 전 생애를 걸고, 사실에 대한 증명과 탐구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현상과 사실에 대한 추론과 탐구 과정에서 오는 지적 즐거움 때문일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안개처럼 뿌옇던 사실들이 명확한 근거로 밝혀진다면, 수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에 대해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 보람을 위해 그들은 어두운 연구실에서 엄청나게 많은 공식들에 둘러싸여 지적인 유희를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천재 수학자들의 영광과 좌절

후지와라 마사히코 지음, 이면우 옮김, 사람과책(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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