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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를 위하여 책 표지
레즈를 위하여 책 표지 ⓒ 송호정
역사의 어느 한 시대에는 불온 서적에 해당했을 책 한 권을 읽었다. 제목은 <레즈를 위하여>(실천문학사), 부제는 '새롭게 읽는 공산당 선언'. 책표지가 붉은 색으로 디자인되어 있고, 레즈를 위하여란 제목이 얼른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작년의 월드컵 때 온 국민이 입었던 'Be the reds!' 티셔츠가 떠올랐다. 제목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건국 50년 이후 입밖에 내뱉는 것조차 금기시 되어 왔던 '빨갱이를 위하여'라! 우리사회 의식의 한 부분을 완고하게 지배해 왔던 반공이란 이데올로기가 한갓 허위의식에 불과했음을 반증해주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 빨갱이가 되어 보자! 50년 간 우리를 옭아맸던 반공의 굵은 동아줄을 끊어 내자!

우선 이 책을 통해 본 저자는 마르크스 사상을 실제로 적용하면서 살아 온 실천혁명가이다. 삶과 사상과의 괴리는 필연일까? 사상은 이상에 불과 한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사상을 이상이란 포장속에 감추어 두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인천의 한 공장에 취직하여 현장노동운동을 실천하고자 했던 그의 삶의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또 우리 현대사에서 일어난 민중의 투쟁을 마르크스 사상에 입각하여 해석하고 분석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느 마르크스 이념서적보다 쉽게 잘 넘어 간다. 생활 속에 실천하는 공산당 선언이라고 할까?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의미의 단위로 끊어서 현대사적 사건과 저자 개인의 경험을 담아 주석을 달고 있다.

이 책은 사건과 공산당 선언과의 연관성을 검토하고, 마르크스 사상적 이해의 깊이가 없는 일반독자도 쉽게 읽어 넘길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심오한 인문학 서적에서 느끼는 지루함을 뛰어 넘어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책읽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개인 사건과 공산당선언과의 만남. 이는 치열하게 그리고 너무도 투명하게 온몸으로 투쟁해야 하는 운명을 짊어지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발표했던 해가 1848년. "지금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는 그 일성은 15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명제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지구촌 구석구석의 정보가 초단위로 연결되는 이 첨단 인터넷 시대에도 인류사회가 극복해 내지 못한 과제는 오늘날도 여전히 계급투쟁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하는게 아닌가?

사실 마르크스의 사상이 우리의 근현대사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하다. 종교를 제외하고 한 개인의 사상이 이다지도 인류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무엇이 또 있을까? 젊은이를 미치게 만들고, 핏빛 투쟁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있겠는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 현대사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노동운동을 <공산당 선언>을 빌어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정점에는 자본가의 착취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안고 있다. 87년 7월, 8월의 대규모 파업을 통해서 노동자 계급이 사회변혁의 주체로 등장한 최초의 대규모 폭발적인 진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새롭게 읽는 <공산당 선언>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프롤레타리아트가 '인간의 역사를 변혁하는 주체'로 떠오르게 된 것은 전적으로 마르크스의 업적이었다. 종이 주인으로, 구제의 대상이 변혁의 주체로 바뀐 이것을 나는 '사상의 역사에서 출현한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라 명명한다. 1848년 이후, 세계사의 큰 줄기는 <공산당 선언>의 글자대로 움직여갔다"

프롤레타리아트가 주인되는 세상, 주체가 되는 세상은 저자의 희망을 넘어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레즈 - 새롭게 읽는 공산당선언, 개정판

황광우.장석준 지음, 실천문학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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