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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동권연대의 광화문역 선로 점거시위와 관련해 인권운동가 김도현 씨가 구속된 가운데, 22일 서울지검 정문 앞에서는 김씨를 구속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박숙경 팀장은 김도현 씨의 구속 사유가 된 5월 28일 선로 점거시위의 배경에 대해 "당시 시위는 발산역과 송내역 등에서 연이어 발생한 장애인 추락 참사에 대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었다"며 "시설미비와 관리 소홀로 인해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이용하다 죽거나 다쳐도 그 책임을 혼자 떠안게 되는 현실과 잇따른 면담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고심 끝에 선로 점거시위를 벌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중복지연대 유희선 사무국장은 "검찰은 김도현 동지에게 사전 공모와 배후주동 혐의를 덮어씌우기 위해 짜맞추기식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사무국장은 "나를 포함한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의 꺾이지 않는 투쟁 의지와 장애인권 문제의 심각함을 통해 각성돼 왔다"며 "오히려 장애인들이야말로 배후조종세력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도 "이동권 투쟁이 벌어지면 경찰은 장애인은 놔두고 비장애인은 잡아가는 수법으로 투쟁을 무력화시키려 했다"며 "장애해방은 장애인 혼자서 이룰 수 없고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투쟁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동권연대도 성명을 통해 "김도현 동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동권연대 전체에 대한 비열한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며 편파적 수사 중단과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지검 김형렬 검사는 기자회견 후 이루어진 대표단과의 면담 자리에서 "나도 장애인 문제에 대해 가슴 아파 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구속 건이 장애인 운동도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는 하나의 경고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5월 28일 광화문 선로 점거에 나섰던 이동권연대 회원 이광섭 씨가 "내가 당시 선로 점거 투쟁의 주범이니 나를 구속하라"고 요구하자, 김 검사는 "구치소 시설이 열악해 장애인을 수감할 수 있을 만한 환경이 되지 않는다"고 답해 실소를 자아냈다. 그러자 이 씨는 검사에게 "앞으로 법 테두리 바깥의 운동만 하겠다"는 역설적인 경고로 법의 테두리를 넘어설 수밖에 없는 장애인 이동권 요구의 절박함을 드러냈다.

한편, 현재 종로 경찰서에 임시 구금되어 있는 김도현 씨는 "이번 구속 건이 장애인 이동권 운동 활성화에 작은 계기라도 되었으면 한다"면서도 "현안이 많은데 이 사건 때문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걱정도 잊지 않았다. 그는 다음 주 초 구치소로 옮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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