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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사법개혁과 관련해서 서울지법 17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8일 오후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사법개혁과 관련해서 서울지법 17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연공서열 위주의 대법관 인선에 반발해 '조건부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던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18일 열린 '전국 판사와의 대화'를 대법원장이 자신의 잘못을 호도하고 여론을 무마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면 대법원장은 사직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고히 했다.

문흥수 부장판사는 20일 법원 내부 인터넷 게시판(코트넷)에 올린 세 번째 글을 통해 '전국 판사와의 대화'에 대해 "졸속으로 군대식으로 전국 각 지역의 법관들을 불법적으로 권한을 남용하여 소환해서 자신의 잘못을 호도하고 여론을 무마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하였다면 대법원장님은 사직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임에 변함없다는 사실을 밝혀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판사는 글의 서두에서 '전국 판사와의 대화'를 계기로 대법원은 사건을 전환시켰고, 판사들도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느낌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자신도 우선 대법원장이 밝힌 근본적인 사법개혁 프로그램을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면서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과 앞으로 진행에 경고하고자 한다면서 글을 전개했다.

특히 문 부장판사는 "회의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에 관해 철저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사법개혁 논의도 무의미하고, 개혁자체도 불가능하다"면서 "이런 식의 사법행정에 대해 전국 판사님들이 문제삼지 않고 동의하신다면 동의하는 판사들 모두를 개혁대상으로 삼고자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문 부장판사는 '인터넷 연판장'을 돌리는 등 이번 대법관 제청 파동을 주도한 이용구 서울 북부지원 부장판사 등 회의에 참석한 판사들에게 "회의에 끝까지 참석한 판사님들(특히 이용구 판사님)에게도 도대체 그날 회의가 절차적 정당성과 대표성이 있는 회의였는지 질문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의 세 번째 글을 올린 문 부장판사는 전날(19일) 대법관 제청권과 임명권과의 관계에 관한 두 번째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다음은 문흥수 부장판사가 올린 세 번째 글 전문.

세 번째글 - 문흥수

1. 지난 월요일부터 어제까지 전광석화처럼 사건이 흘러갔습니다. 대법원은 전국법관과의 대화를 계기로 사건을 전화시켰고, 판사님들도 대개 이에 동의하시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저도 우선 대법원장님이 밝힌 근본적인 사법개혁의 프로그램을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일국의 대법원장으로서 국민과 판사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다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은 짚고 넘어가야 하고, 앞으로의 진행에 대해서 경고할 점은 경고하고자 합니다.

2. 소위 전국법관과의 대화 내지 전국법관대표회의 문제에 대해서

대법원은 지난 월요일 오전 10시30분에 전국 각 법원에 전국법관과의 대화를 열겠다면서 각 법원의 판사회의 의장 내지는 직급별 대표를 오후 3시까지 회의에 참석하라고 연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법원 게시판에는 12시30분경에야 회의 개최사실을 알리면서 참석을 희망하는 법관 모두 참석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본인이 회의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처음에 발언한 5, 6명의 판사님들이 한결같이 모두에 회의소집절차의 관료적 비민주성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보는 판사님들의 시각을 점심시간에 나름대로 급히 모여서 이야기한 바 또는 이메일을 통해서 교환한 내용들을 말씀하였습니다.

먼 지역에서 오신 분들 가운데에는 회의개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 아무런 의견수렴도 없이 왔다는 분도 계셨고, 재경지역에 계신 법관들도 제대로 의견수렴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장님은 소집을 촉박하게 한 것에 무리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다만 사안의 긴급성 때문에 불가피했던 점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였습니다. 절차적 정당성과 함께 본안에 관해서 참석한 단독판사님들 몇 분은 대법원장님이 대법관제청을 재고하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라고 말씀하셨고, 부장판사님 몇 분은 재고불가라는 의견을 말씀하셨습니다.

회의를 주재한 처장님은 회의의 이름을 전국법관대표회의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로서는 회의의 명칭, 절차적 정당성, 대표성 등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문제를 계속해서 거론하는 것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제가 "회의의 절차적 정당성, 대표성의 문제 때문에 - 참석한 판사님들이 어떤 경위로 참석하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고 다만 대부분이 판사회의 의장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아는데 판사회의 의장이란 판사회의를 진행하는 절차적인 대표일 뿐이고 내용에 대해서 그 분들이 대표하기 위해서는 정식으로 각 법원 직급별 판사회의를 열어서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 때에 실질적인 대표성이 인정될 것임 - 이번 회의에서 어떠한 결론이 나도 그것을 전체법관들의 의사로 간주할 수는 없는 것이 명백하므로 더 이상 그것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말고, 어떤 경위로든 기왕에 판사님들이 모였으므로 이번 사건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 참석한 판사님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취지로 발언하였습니다.

처장님이 제 의견에 동의하셨고 그에 따라 제가 제청권과 임명권과의 관계에 관하여 어제 저의 두 번째 글에서 밝힌 내용을 발언하면서 참석하신 판사님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후에는 심지어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접어두고 논의하자는 논의 자체가 비민주적이요 관료적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그것이야말로 현재 법원의 모든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전국 법관과의 대화라든가 전국법관대표회의라는 것을 10시30분에 소집통지를 해서 오후 3시에 연다는 것은 사안이 아무리 긴급하더라도 정말로 군대식 행정이요, 그러한 회의소집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름도 전국 일부 법관과의 대화라고 하는 것이 정직하다고 생각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라고 하는 것은 사기성이 농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회의소집자체가 법관들의 사법행정에 대한 불신, 나아가 국민들의 불신을 깊게 만드는 일이요, 초등학교 때 배우는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 매어 쓸 수 없다는 격언도 모르고 하는 일이요, 누가 이러한 회의를 소집하도록 하였는지 규명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이처럼 비민주적인 사법관료체계를 개선할 생각없이 그것을 옹호하면서 승진가도를 달려온 인사들이 대법관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하고, 저로서는 제가 할 모든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했고, 재판준비가 바빴기 때문에 회의장을 나와서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때까지 회의가 대법원장의 지시로 소집되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 모두 아시다시피 조건부 사의표명을 준비하고 발표하느라고 경황이 없었음 - 저를 따라온 기자들이 회의진행상황에 대해서 묻기에 "주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회의를 소집한 자체가 큰 문제이다. 이런 식으로 회의를 소집한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대답하였고, 기자들이 대법원장의 지시로 회의가 소집되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법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인가 묻기에 대법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우리 법관들의 일주일이라는 것이 참으로 빠듯한 생활이요, 그중에 하루라도 펑크가 나면 재판준비가 소홀하게 될 위험성이 너무나 크다는 것을 재판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속으로 군대식으로 전국 각 지역의 법관들을 불법적으로 권한을 남용하여 소환해서 자신의 잘못을 호도하고 여론을 무마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하였다면 대법원장님은 사직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임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더구나 어제 행정처장님의 기자회견 내용에 의하면 월요일 전국 일부법관과의 대화내용을 전체법관의 의사로 간주하는 식의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것은 제가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 처장님 스스로 동의하는 발언을 한 것과 모순이 되는 일이요, 이 점에 대한 처장님의 해명을 바랍니다.

다음으로 그날 회의에 끝까지 참석한 판사님들(특히 이용구 판사님)에게도 도대체 그날 회의가 절차적 정당성과 대표성이 있는 회의였는지 질문하고자 하며, 전국 판사님들에게 처장님의 위와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저는 이번 회의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에 관해서 철저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사법개혁논의도 무의미하고, 개혁자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식의 사법행정에 대해서 전국 판사님들이 문제삼지 않고 동의하신다면 동의하는 판사들 모두를 개혁대상으로 삼고자 합니다.

3. 제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내용이 모두 아시다시피 법관인사제도의 합헌성과 합버성입니다. 다음 법관인사부터 공정하게 법관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자리에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해당법관에게 그에 대한 반박의 기회 없이 종전방식대로 인사를 한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고자 합니다.

과거 고등부장인사를 하면서 전보발령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승진인사를 하는 식으로 국민들과 법관들을 기망하는 식의 인사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고자 합니다. 법관들에 대한 평가도 구체적 객관적으로 되지 않은 것은 모두 무효로 할 것을 촉구하고, 자의적 주관적인 내용을 유포한다면 마피아로 간주할 것을 경고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는 법관들의 민주적 의견수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요, 그렇게 되면 법원 스스로의 사법개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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