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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역전세대란이 펼쳐지고 있다. 전세금을 내려달라는 감액청구를 고려하는 세입자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다. 한달전 집주인이 전세금을 30% 이상 올리겠다고 전화를 했다. 6월 중순 계약기간이 완료됨에 따라 2년간의 전세계약이 자동연장됨에도 불구하고 느닷없는 주인의 요구에 대꾸를 해보았지만, 막무가네 식으로 자신의 주장만을 펼쳤다.

나는 다세대주택 1층에 살고 있다. 아직 여유로운 경제력을 갖추진 못한 턱에 여러 집이 붙어있는 이 동네의 시끄러움을 감내해야 했지만, 이웃끼리 통하는 정과 서로 보살펴주며, 작은 것도 나누는 즐거움을 배우며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몇 개월전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하층에 새로 이사온 사람이 무당이였던 것이다. 어떤 종교를 배척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울리는 깽과리 소리며 창문을 통해 올라오는 향냄새는 그리 좋지 않았다. 아직 신세대인 나에게는 굿같은 문화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더욱이 내가 기독교인이라서 그런지 왠지 껄끄러운 생각에 나는 며칠간 아래층 할머니를 피했다. 하지만 같이 살아가는 이웃임을 느끼고 이젠 인사도 나누며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친절하시고 인자하셔 보통 할머니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전에 누가 이사오는지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집주인에게 서운했던 것은 사실이였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전세금을 올리겠다니. 그래서 결국은 나는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바로 집을 구하고 계약을 하려고 했더니, 2개월 이후에나 전세계약금을 돌려줄수 있다는 것이다. 빨리 나가고 싶었지만 그동안 잘지내왔던 이웃과 주인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2개월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2개월 이후의 시점으로 공원 옆에 조용한 곳으로 새로운 전세계약을 맺었다.

우선 9월 6일 이사를 가기로 하고, 그 전까지 지금 사는 집의 계약 여부와 관계 없이 전세금을 받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사갈 곳에 계약을 했다고 하니 주인집 말이 달라졌다. 새세입자를 구하기 전까진 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배란다와 방의 크기나 거실 등 여건에 비해 싸게 살았던 것은 사실이였다.

더구나 지하층을 보고 난 사람들은 고정관념때문인지 방을 보곤 그냥 돌아가는 일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스러웠다. 물론 민사조정과 전세금 반환소송을 제기하면 되는 일이지만, 2개월에서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집주인과의 원활한 해결이 되지 않고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내용증명을 작성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뒤져 작성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계약금을 늦게 돌려받아 생기는 손해액을 주인이 보상한다는 문구를 넣어 보냈다.

▲ 2003년8월 내용증명 보내고 나서
ⓒ 공응경
며칠후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날짜에 맞춰 전세계약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은 집주인 아줌마의 의견일뿐 아저씨는 여전히 돌려줄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처음보다 많이 그들을 설득시킨듯 하여, 한시름 걱정거리가 놓인듯하다.

집 두채를 가지고 임대사업을 하는 집주인, 세입자들은 그들에 비해 분명 약자일 것이다. 집주인은 새로운 집을 짖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난한 세입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였다. 세입자에게 있어 작지만 그 돈은 새로운 터전이 될 소중한 재산인 것이다.

살다보면 불이익을 당할때가 간혹있다. 법이란 것이 소수의 약한자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손볼곳이 많은듯 하다. 어렵게 나의 문제는 해결될듯 하지만, 현실세계의 냉혹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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