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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구청이 한 시민단체의 구정에 대한 제안서의 표현을 문제 삼아 구청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어 '과잉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유성구청이 한 시민단체의 구정에 대한 제안서의 표현을 문제 삼아 구청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어 '과잉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유성구청이 한 시민단체의 구정에 대한 제안서의 표현을 문제삼아 구청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어 '과잉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6월 유성구 도룡동 소재 대덕연구단지 내 주상복합건물 신축허가를 놓고 유성구와의 의견개진 과정에서 시작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주상복합 신축허가와 관련 "대덕연구단지 상업지구에 10층 이상의 주상복합건물 신축이 허가되면 인근 주택가의 난개발, 도로체증, 조망권 침해, 소음 등 주거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유성구청이 신축허가를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유성구청이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지난 달 1일 '유성구청장에게 드리는 제안서'를 통해 거듭 대덕연구단지 내 주상복합 신축허가를 자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환경연합은 이 제안서에서 "주민의 삶의 질 보호 차원에서 봉명동 러브호텔 신축허가를 반려했던 것처럼 주상복합건물 신축허가도 같은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유성구청장은 연구단지관리법을 들어 과기부 심의를 통과하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이어 "유성구청장의 소극적인 태도는 주민의 삶의 질에 앞서 개발업자의 이해를 제척하기 어렵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봉명동 러브호텔 신축허가 반려 때의 모습과 상당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며칠 후 유성구청은 제안서 내용 중 '개발업자의 이해를 제척하기 어렵다는 속내는 드러내는 것'이라는 문구가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것으로, 결과적으로 업자들과 이해관계에 있는 듯 표현해 구청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공개사과와 함께 불응시 법적 대응의사를 밝혀 왔다.

환경연합이 '구정에 대한 제안서 중 특정 문구를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불응의사를 밝히자, 구청은 비서실장 명의로 경고장을 발송하는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

유성구청 정하길 비서실장은 "숙박위락시설은 최종 허가권자(구청장)가 불허할 수 있도록 건축법 8조 5항에 명시돼 있지만, 대덕연구단지와 관련해서는 과기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며 "때문에 과기부가 건축불허에 동의하지 않는 한 유성구청으로서는 허가해 주지 않을 방법이 없어 봉명지구 러브호텔 신축허가 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1일 '유성구청장에게 드리는 제안서'를 통해 대덕연구단지 내 주상복합 신축허가를 자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1일 '유성구청장에게 드리는 제안서'를 통해 대덕연구단지 내 주상복합 신축허가를 자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정 실장은 이어 "구청장은 주상복합 신축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며, 주민과의 회의를 통해 법적 상황을 설명하고 과기부에 건축불허 의견을 개진해 주도록 요청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며 "그런데도 사실 확인 없이 개발업자의 이익 편에 서 있다고 표현한 것은 명예훼손에 다름 아니"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연합 측 입장은 다르다. 환경연합 길복종 간사는 "법적 최종 허가권자가 구청장으로 돼 있어 결국 구청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주거환경 보호'라는 점에서 봉명동 러브호텔 건과 다를 바 없다"면서 "제안서를 통해 주거환경 파괴, 도로체증 등 문제를 감안해 신축허가를 자제해 줄 것을 제안한 것을 두고 구청장의 명예 훼손을 주장하는 것은 트집잡기에 다름 아니다"고 반박했다.

길 간사는 이어 "구청 측이 복합주거단지를 허가해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며 "구청 측에 과기부에 개진한 의견내용의 공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갈등이 한창이던 당시에도 과기부 입장에 따를 것이라는 의견 외에 별다른 입장 표명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유성구청의 주장대로라면 시민단체는 물론 비판적 의견을 개진한 모든 시민이 법정에 서야 할 것"이라며 "제안서의 전체 문맥을 살피지 않고 일부 내용만을 뽑아 침소봉대 하는 것은 지나친 일로 의도를 가진 대응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성구청 정 비서 실장은 "제안서를 보냈으면 답변을 들어보고 그 다음 행동을 취하는 것이 순서인데도 일단 언론에 제안서 내용을 공개하고 '나 몰라라' 하는 식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왜 주상복합건물 신축 허가 문제에 비서실장이 나서나'

대덕과학문화센터 주상복합시설 논란이란?

논란의 시작은 대전 대덕전문연구단지 관리본부가 임대중인 롯데 호텔 대전을 포함한 대덕과학문화센터를 매각하고 그 자리에 '창조의 전당'을 새로 짓고 인근에 주상복합시설을 짓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창조의 전당'은 정부 출연 150억원 등 모두 300억원을 투입, 2006년 3월 개관할 예정이나 연구단지 일각에서는 멀쩡한 건물을 팔고 정부지원을 받아 같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예산 낭비 등 경제성과 타당성 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특히 환경단체에서는 상업지구인 이곳 주변에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들어서게 되면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고 교통 체증 유발 등 인근 연구소 환경을 해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 정세연 기자
유성구청 측이 관련 구청장과 업무부서가 존재하는데도 이 문제를 비서실장이 나서고 있는데 대해서도 뒷 말이 많다. 실제 유성구청은 환경연합 측에 경고장을 보내면서도 이병령 구청장의 명의가 아닌 비서실장 명의를 사용했다. 정 비서실장이 <공식사과 요청서>를 통해 요구한 사과 방식은 다음과 같다.

"허위사실 유포로 막대한 정신적 손해를 입혔는 바 (1)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병령 구청장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사과 하며 (2)앞으로는 이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공식 사과문을 작성해 사전에 이 구청장에게 보내 수용 여부를 확인한 뒤 (3)이 구청장 앞으로 8월 7일 오후 5시까지 발송할 것 (4)발송과 함께 공식사과문을 대전지역 3개 일간지와 3개 방송사에 배포할 것"

이에 대해 정 비서 실장은 "구청 내에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할 부서가 없고, 구청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비서실에서 일을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유성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환경운동연합의 제안서인지 질의서인지를 어제야 받아봤다"며 "비서실에서 어떻게 대응을 해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에 대해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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