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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칼럼에서 <중앙일보> 변상근 논설고문은 전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영국의 예를 들면서 강조하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세계적 추세를 정확히 인식하여 과학기술 중흥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공계 공직 진출 방안에 대해서 그의 시각은 ‘빗나간 理工系(이공계) 사랑’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사실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

우선 그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이공계 공직 진출 방안의 본래 취지를 잘못 알고 있다. 그는 이 방안이 이공계 우대책이라고 못박고 있다. 하지만 이는 큰 오류다. 우대라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잘해주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과연 현재 우리나라의 공직 임용시스템이 정상적인가? 상위 공직으로 올라갈수록 이공계 출신자들의 숫자는 기형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이런 잘못된 관행을 다소나마 바로잡자는 것이 이번 시행하려는 제도의 본래 취지다.

50%를 이공계로 할당하자는 것도 아니고, 단지 30% 정도이며 이것도 몇 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변 위원이 "뛰면서 날려고 한다는” 미국이나 영국도 이공계 고위 공직 진출이 30% 이상이다.

이번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방안은 기본적으로 이공계 사기진작과는 또 다른 여성차별금지와 맥락을 같이 하는 사회 정의 실현 차원의 문제다. 국가생존전략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고도의 정보산업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적재적소에 경쟁력 있는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 쓰자는 것이다.

변 위원 자신도 “기술직이 따돌림이나 불이익을 받는 현실은 결단코 시정돼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이겠나? 지금보다 기술직을 더 많이 뽑고 상위 공직에도 더 많이 진출시켜야하는 것 아닌가? 바로 그것을 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변 위원의 주장에는 원론적으로 상당히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우수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병역제도를 탄력화하고 우수두뇌를 붙들어 두는 국가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을 볼 것 같으면 과학기술현장이나 교육계의 현실을 너무 도외시한 탁상공론적인 내용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그는 대학 입학 후 2년 동안은 전공을 불문하고 수학·과학교육의 의무화하자고 주장하는데, 현재 많은 고교 졸업생들이 수학과 과학이 공부하기 어려워서 인문사회계열을 진학하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제대로 수학·과학공부를 하지도 않을 것이며, 적당히 면피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이보다는 차라리 현행 행정고시과목에 과학기술 과목을 넣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낫다.

예를 들면, 정통부 5급 채용 과목에 수학, 물리학 개론, 전산학, 전자기학을 넣고, 환경부 5급 채용과목에는 수학, 화학개론, 생물학개론, 환경생태학을 넣으며, 산자부 5급 시험에는 수학, 물리학개론, 전산학, 통계, 산업공학개론을 넣는 것이다. 이것이 변 위원이 주장하는 바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행정부처의 공직자를 선출하는데 인문사회계와 이공계를 구분하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실제 관련 공직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있는 인재를 뽑아 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오늘날 사회전반에 걸친 무기력증을 치유하는데 첫 단추가 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방안은 비록 미진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강국으로 약진하기 위한 도약대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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