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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주상절리 지삿개의 검은 돌
제주도 주상절리 지삿개의 검은 돌 ⓒ 강지이

이 돌들이 너무 많아 살기에 얼마나 불편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드는데, 웬걸 돌들은 그 나름대로 쓰이는 데가 다 있다. 바로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징, 돌담이다. 제주도에서는 담을 전부 돌담으로 쌓기 때문에 굳이 ‘돌담’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다.

밭과 밭 사이를 가르는 경계로 쓰이는 돌담은 ‘밭담’이라고 불리고,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묘에서 각 봉분을 감싸고 있는 나지막한 돌담은 산처럼 생긴 봉분을 감싸고 있다고 하여 ‘산담’이라고 불린다.

제주도 시골 집의 전형적인 돌담
제주도 시골 집의 전형적인 돌담 ⓒ 강지이

집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는 돌하르방 역시 현무암 덩어리로 만들어졌다. 나무로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깎아 수호신 역할을 하도록 했던 다른 지방과는 달리 가장 흔한 재료인 돌로 수호신을 만들었다는 것 또한 재미있다.

이 돌들이 또 집을 건축하기 위한 재료로도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옛날에는 이 돌을 쌓아 올린 데에다가 흙을 발라 벽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민속촌에나 가야 그런 형태의 집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돌집들이 제주도 시골 마을에는 무척 많다. 새마을 운동 이후 초가집을 없애고 시멘트로 지은 집들이 들어서면서 돌집들 또한 그 형태를 바꾸었다. 돌로 벽을 쌓아 올리는 것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돌과 돌 사이의 틈은 시멘트로 메우는 독특한 개량형의 돌벽집을 세운 것이다.

돌을 쌓아 벽을 만든 돌벽집
돌을 쌓아 벽을 만든 돌벽집 ⓒ 강지이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다 자기 쓰임새가 있다는 말을 제주도에 가면 실감할 수가 있다. 제주도 어디서나 마주치는 돌담들을 보면서 궁금했던 것은 엉성하게 대충 쌓아 올린 돌담들이 어떻게 그 거센 제주도 바람에 무너지지 않고 몇 백 년을 유지하고 있는가이다.

신기한 마음에 주변 사람에게 물었더니, 돌담을 일부러 엉성하게 쌓아 올리고 돌과 돌 사이의 빈틈으로 바람이 통하게 하면 아무리 거센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소한 돌담에서도 옛 선인들의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지혜가 엿보인다. 이것이 바로 현대의 우리가 추구하는 환경 친화적 사고가 담겨 있는 산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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